본문 바로가기
사회

[오피니언] 기자 1명 하루 10건...'보도자료 언론사' 시대, 끝내야

지난 2월 네이버가 새로운 뉴스 정책을 공개한 이후, 특히 '보도자료'를 두고 언론과 홍보업계에 잔잔한(?) 파장이 일고 있다. 네이버 제휴사가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쓴 기사를 '보도자료' 外 다른 카테고리, 예를 들면...

[오피니언] 기자 1명 하루 10건...'보도자료 언론사' 시대, 끝내야

네이버 뉴스 운영위, '보도자료' 관련 정책 잔잔한 파장

기자 1명 '보도자료 복붙'으로 하루 10개 작성

자격 미달 '인터넷 언론사' 보도자료로 명맥 유지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월 네이버가 새로운 뉴스 정책을 공개한 이후, 특히 '보도자료'를 두고 언론과 홍보업계에 잔잔한(?) 파장이 일고 있다.

네이버 제휴사가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쓴 기사를 '보도자료' 外 다른 카테고리, 예를 들면 경제나 사회, IT/과학 등의 기사 션으로 네이버에 송출한 경우 벌점을 받는다. 1개 기사당 1.5점이 부과되는데 10점이 퇴출 기준이니 해당 언론사로서는 큰 부담이 된다.

사실상 보도자료를 추가 내용 없이 배껴쓰지 말라는 메세지로 업계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언론 업계에서는 인터넷신문사들을 중심으로, '네이버가 언론 현실을 너무 모른다' '물러설 것' '기업도 당혹해 하고 있다' '유사도 측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정책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2-3개 문단을 추가하고, 전문가 멘트를 넣으면 피해나갈 수 있다 △인터뷰 형식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 '50% 이상을 자체 취재로 채워야 하니, 보도자료 전문 기자를 따로 써야 한다 등의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기자 1명당 하루 기사량을 제한하고 '취재'를 주문하는 언론사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 뉴스 검색 제휴사는 1000여개에 육박한다. 기자 교육을 제대로 받은 인력으로 취재 조직을 갖춘 언론사도 있지만 상당수 인터넷신문사들은 기업의 보도자료에 크게 의존한다. 중소 인터넷신문사들은 기자 1명이 하루에 보도자료로 기사를 10개 이상 쓰기도 한다고 한다.

관련자와 연락하고 자료를 조사하는 등 정상적인 취재를 한다면 1명의 기자가 하루 기사 1개도 소화하기 어렵다. 결국 기업이 제공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복사해서 붙이거나 AI로 일부 변형해서 쓴다는 뜻이다.

'보도자료'를 쓰면 보도자료 카테고리로 보내면 될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간단하지 않다.

첫째, 보도자료 카테고리는 일반 뉴스에 비해 트래픽이 많이 떨어진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상식적으로 '일반인이 굳이 보도자료 섹션을 방문해 읽으려고 할까?'라고 생각해보면 답이 분명하다. 보도자료는 PR 활동의 일부인데, '홍보용 입니다'라는 명패가 붙은 카테고리에 자사의 소식이 나가길 원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기사의 90% 이상을 보도자료로 채우는 매체도 있는데 '언론사' 운영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네이버 규정에는 각 색션별로 정해진 기사량이 있고 자체 기사 등 기사 품질에 대한 각종 항목이 있다.

보도자료 베껴쓰기를 하지 못한다면 해당 언론사는 포털 제휴사로 남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만약 20개 매체가 A기업의 보도자료를 똑같이 쓰면 이들은 서로를 '베껴쓰는' 언론사가 된다.

'우리 기사 많이 나오면 효과가 있긴 한가? 보는 사람이 있어?'

일부 기업 홍보팀은 당혹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흐름이 바뀌면 전략도 바꾸는게 당연하고 기업의 생리'라는 입장도 적지 않다. '보도자료 반영 정도를 매체 평가 기준 중 하나로 삼는 관행을 바꿀 때가 되었다'는 반응도 있다.

모 기업 홍보팀 담당자는 "작년 말부터 경영진이 '여기저기 우리 기사가 많이 나오는게 의미가 있나? 그래서 우리에 대한 인식이 변화가 있나? 사람들이 보기는 하나? 라고 묻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인터넷신문들의 기사가 실제 영향력이나 파급력이 있는지 모니터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 △차라리 자체 채널을  더 강화하거나 소셜미디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지 않나 △AI시대에 맞춰 새로운 방안을 생각할 때 아닌가 라며 새 전략을 주문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언론 1만개...'보도자료만 있으면 나도 언론사 사장'

인터넷언론사가 정기간행물 등록 기준으로 1만개를 넘었다. '등록제'인 이유도 있지만 '보도자료'가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언론사가 유지될 수 있을까?

포털에서 똑같은 내용의 기사가 수십, 수백개가 넘쳐나기도 하고 포털 뉴스 콘텐츠의 질을 떨어뜨리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유사언론 행위를 하는 언론사들이 양산되었다.

유사언론행위를 하는 일부 언론사들은 콘텐츠의 90%를 보도자료로 채운다. 나머지 10%를 '기업에 대한 악성 기사'를 쓰고 이를 빌미로 광고 협찬을 요구한다.

애초에 언론사가 될 수 없었던, 되어서도 안되는 곳들이 '보도자료'로 '언론사'가 되어 유사언론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는 '보도자료만 있으면 언론사 하나 차릴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모 소비재 기업 홍보팀장은 '최근 듣도 보도 못한 소위 '듣보잡' 언론이 많아졌다. 연락이 온다'면서 '보도자료만 받아쓰면 기존 사주가 추가로 언론사 한두개 더 차리는 건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기자는 기업 등 취재원을 만나서 아이디어나 소재를 얻고, 이를 기사로 만드는 직업이다. 사회 구석구석을 누비며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뛰는 사람들이다.

책상 앞에 앉아서 메일로 받은 보도자료를 복사해 붙여넣거나, 다른 언론사에 나온 부정 기사를 일부 내용과 제목만 변경하고 기존에 쓴 기사를 재생산하는 직업은 아닐 것이다.

AI 시대, 기업도 언론도 변신할 때

글로벌 조사기관의 조사에서도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매년 바닥권이다. 이런 신뢰도에 똑같은 내용의 수백건의 '보도자료' 기사가 과연 기업에 어떤 도움이 될지 돌아봐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네이버의 '보도자료' 정책이 말 그대로 '보도자료와 기사의 유사성'을 잘 구분해 내고, 또 정착하기까지 많은 시행 착오도 예상된다. 외부의 압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 비정상적인 관행이 계속될 수는 없다.

AI는 일반 기사보다 기업의 홈페이지, 전문적인 연구기관, 집단 지성의 커뮤니티 그리고 전문 분야 언론의 기사를 먼저 들여다 본다고 한다. 물론 '질문'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성형 AI를 쓰다보면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나오는데, 언론사보다 기업이나 전문 커뮤니티를 먼저 서칭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설령 '기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참고하는 언론사는 한정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필요한 언론사 개수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쩌면 네이버 뉴스 운영위원회의 이번 정책은 '네이버 뉴스 콘텐츠'를 살리기 위한 처방일지도 모른다. 네이버의 AI가 수많은 소음과 잡음을 걸러내느라 전기를 쓰고 연산을 하는 대신 제대로 된 기사, 중복되지 않고 검증된 콘텐츠을 더 빨리 인용할 수 있다면 네이버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업들도 저성장시대에 더 효율적인 홍보 전략을 논의할 때가 되었다.

현실적 한계, 인원이나 예산 부족 등도 장애물이지만 '너무 많은 언론사'로 인한 피로감을 많이 호소한다. '아이디어를 내고 싶어도 매일 수십개의 언론사를 상대하다 보면 딴 생각은 못한다'는 하소연이 많다. 그 수많은 언론사가 '보도자료'로 콘텐츠를 채우고 있다.

국민들의 검색 패턴이 바뀌고 있고 미디어 소비 행태와 기업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보도자료'의 진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모두가 돌아봐야 할 때이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