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내 곳곳에서 새 단체장 취임 이후 사업 재검토가 잇따르고 있다. 새로운 공약을 검토하고 사업화를 추진하는 것은 행정의 정상적 절차다. 그러나 요즘 벌어지고 있는 모습은 정상적 검토가 아니다.
법적 권한조차 없는 인수위원회가 전임 지자체장 사업을 무리하게 흔들고 중단시키는 ‘흔적 지우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선거 과정에서 새 단체장 당선에 기여한 인물들이 다수 인수위를 꾸린 지자체의 경우 그 사안이 심각할 정도다.
거기에다가 선거캠프에서 ‘위세가 등등하고 말발이 먹힌 인사’가 인수위에 들어와 왈가왈부하는 일이 잦아지면, 그 지자체는 안 봐도 망하는 징조가 들어온거와 같다.
이는 행정의 연속성과 주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월권이며, 주민 삶을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청주시 사례가 그 단적인 예다. 생활자원 회수센터 현대화사업은 이미 국비와 시비가 투입돼 정상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공정률 15%에 이른 사업을 최근 인수위 의견으로 입지 변경을 이유로 중단시켰다.
매몰 비용만 수십억원에 이르고 국비 반납과 공모사업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민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인수위가 갈등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는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셈이다.
주민들 역시 행정 연속성과 신뢰를 저버린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충북도 역시 전임 도지사 흔적 지우기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도서관과 문학관·미술관 건립 등 수년간 공청회와 연구용역, 재정투자심사, 조례 제정까지 거쳐 법적·행정적 기반을 마련한 사업을 인수위 권고로 지연시키고 있다. 이미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행정 절차를 밟아온 숙원사업을 ‘재정부담’과 ‘효능성 부족’이라는 이유로 흔드는 것은 전임 지자체장의 흔적을 지우려는 정치적 행위일 뿐이다. 주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제천과 충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임 단체장이 추진했던 관광·문화 인프라 사업들이 인수위 의견과 권고로 일부 사업이 재검토 대상에 오르며, 지역 발전 계획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예산이 투입되고 주민 기대가 형성된 사업을 정치적 이유로 뒤집는다면, 결국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간다.
인수위는 어디까지나 자문기구다. 그런데도 인수위에 들어가려고 암암리 노력하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어, 그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법적 권한도 없는 인수위가 사업 중단을 권고하고, 입지 변경을 제안하며, 전임 단체장 정책을 무리하게 뒤집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다. 행정은 연속성을 바탕으로 주민 신뢰를 쌓아야 한다. 선거로 단체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전임자의 정책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즉흥적 중단’이 예산 낭비와 주민 수용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미 투입된 예산과 진행된 행정 절차를 무시하면 매몰 비용은 불가피하다.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면 주민들은 생활 편익을 누리지 못하고, 지역 발전은 뒤처진다.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간다.
새로운 단체장은 인수위 권고를 맹목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전문가 검토를 거쳐 합리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행정 연속성을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조정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흔적 지우기식 행정은 정치적 만족은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주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다.
충북도내 지자체는 이제라도 앞서 운영됐던 인수위 의견과 권고 등 월권적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주민 세금으로 추진되는 사업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주민 편익과 지역 발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전임 단체장 흔적을 지우는 데 혈안이 된 행정은 결국 주민의 삶을 망치는 길이다.
새 단체장은 책임 있는 자세로 행정의 연속성을 지켜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주민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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