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국가원수, 후티 점령중인 수도 탈환전 선언
정부군 지상전 맡고, 연합주도 사우디 공중지원
“두바브 공항 탈환, 포위된 후티 수백 투항하라”
사우디 석유 길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 주장도
사우디 연합군 “후티 고가치 표적 324개 파괴”
후티는 사우디 수도내 아람코 석유시설 재타격
1200㎞ ‘동서 송유관’ 피격 후 외신보도 엇갈려
예멘 내전, 이란 IRGC와 美·사우디 대리전양상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이 대(對) 사우디 홍해 봉쇄, 공격을 벌여온 예멘 친(親)이란 후티 반군과의 사실상 전면전에 들어갔다. 일명 ‘예멘의 새벽’ 작전으로 예멘 수도 탈환 등이 목표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봉쇄 중인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과 더불어 원유수출길인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풀게 될지도 관심을 모은다.
외신에 따르면 예멘 국가원수 라샤드 알알리미 대통령지도력위원회(PLC) 의장은 4일(현지시간) TV 연설에서 “오늘 남은 영토를 탈환하고 국가와 국가기관의 권한을 전국 영토 전체로 확대하기 위한 군사작전의 시작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후티가 예멘 제3 도시인 남서부 타이즈 외곽의 정부군을 상대로 공세 중인 상황에 맞서 정부군의 작전 개시 선언이 이뤄졌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지난 2일 예멘 정부군이 사우디와 함께 후티 공세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예멘 정부군이 지상 작전을 맡고, 연합군을 주도하는 사우디군이 공습으로 지원하며, 작전 규모에 따라 예멘 정부군과 친정부 무장세력 10만명 이상이 동원될 가능성이 거론됐다. 사우디의 개입 요청을 받아온 미국은 직접 공격 대신 작전 정보 제공으로 간접 지원 중이다.
예멘 정부의 국가원수인 라샤드 알알리미 대통령지도력위원회(PLC) 의장이 지난 10월 4일(현지시간) “국가 기관 회복, 수도 사나 해방, 테러리스트 후티 민병대 쿠데타 종식을 위한 ‘예멘의 새벽’ 작전이 개시됐다”며 예멘 수도 점령 중인 후티 반군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선언했다. [예멘군 미디어센터 X 게시물 갈무리]
군사행동을 선언한 예멘군은 5일(현지시간) 마지드 알누자일리 대변인(대령)을 통해 ‘예멘의 새벽’ 작전 실행을 확인하고 “알아말리카 군(친정부 ‘거인 여단’ 민병대)과 국토방위군은 바브엘만데브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두바브(예멘 타이즈주 항구도시) 공항은 정부군 통제하에 있다. 정부군은 두바브와 모카(최근 후티 점령도시)를 잇는 도로를 차단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포위된 후티 반군 일부에게 투항을 요구했다. 알누자일리 대변인은 “두바브 지역엔 수백명 후티 조직원들이 포위돼 있으며, 이들은 정부군에 투항해야 한다”며 일부 후티 대원들이 배를 타고 바다로 도주했다고 전했다. 연합군 대변인인 사우디의 투르크 알말리키 국방부 대변인(소장)은 예멘의 새벽 작전 개시 이후 고(高)가치 표적 324개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국영 국제 보도채널인 알아라비야는 5일(현지시간) 속보 형식으로 이를 타전하며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대변인은 예멘에서의 작전에 전투기 100대가 참여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알말리키 대변인은 연합군이 예멘 지상군에게 바브엘만데브 해협 공중 엄호를 제공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정부군과 연합군은 ‘후티 쿠데타 종식’과 국가기관 복원 등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200명 이상의 미군 정보·군사 분석관을 사우디에 배치하고, 사우디는 예멘에 군사고문단을 파견해 예멘 정부군의 지상 공세를 조율하고 있다. 미군은 사우디 전투기가 방어 목적 공중순찰을 수행할 때 급유도 지원 중이라고 한다. 사우디-예멘군 연합은 앞서 3일에도 후티가 점령 중인 예멘 수도 사나를 집중 공습했다.
지난 10월 4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후티 반군 대변인인 야히야 사리 준장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후티 반군 역시 반격하고 있다. 야히야 사리 후티 대변인(준장)은 4일자 성명에서 사우디 수도 리야드와, 리야드 남동쪽 150㎞에 위치한 쿠라이스 지역의 석유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시설에 거듭 탄도미사일과 자폭 드론을 쐈단 것이다. 사우디 측이 핵심 육상 원유수송로인 약 1200㎞ 길이 동서 송유관을 다시 공격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다만 송유관 가동 상황을 두고 5일 AFP통신은 사우디 에너지업계를 인용해 새로운 표적이 공격받아 “큰 피해가 발생해 송유관이 다시 멈췄다”고 보도했고, 로이터는 다른 소식통을 들어 ‘이번 공격에도 동서 송유관을 통한 원유 흐름엔 차질이 없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란 측은 자국의 원유수출이 타격받으면 중동의 누구도 석유를 팔지 못하게 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편 NYT는 예멘 정부의 이번 작전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후티는 2014년 예멘 북부의 수도 사나를 장악했고, 사우디는 국제 공인된 예멘 정부를 지원한다며 2015년 개입을 시작했다. 2022년 유엔 중재로 휴전이 이뤄졌으나 후티는 미·이란 종전 협상이 겉돌던 올해 7월 휴전 종료를 선언하고 대 사우디 해상봉쇄에 나섰다. 이란은 후티의 사우디 공격 개입을 부인하지만, 후티를 예멘 합법정부로 지칭하며 연대 중이다.
최근의 휴전 파기와 내전 심화로 예멘의 ‘인도주의적 위기’도 심각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올해 8월초 이후 9월말까지 예멘에서 최소 838명이 사망하고 36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는 반군보다 약세인 정부군 쪽에서 500명 이상 발생해 더 많았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15만명 이상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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