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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않은 중국의 추격 시간

과감한 도전은 유럽마저 주저하던 IT에도 이어졌고, 두 분야의 연관 산업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금 삼성전자가 거두는 영업이익은 일본 상장사 톱 100을 다 합한 것보다도 많다. 그러나 암울한 얘기지만, 당시...

예기치 않은 중국의 추격 시간

7대 신기술로 EUV 없이 격차 좁혀

삼성 갈등에 보너스 시간 얻은 중국

추격에 기름 부어, 차이 축소 가속화

화웨이 및 관련사가 중국 선전에 건설 중인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의 2025년 4월 위성 사진. 플래닛랩스·파이낸셜타임스 캡처

중국 반도체 산업에는 분야별로 챔피언 기업들이 우뚝 자리하고 있다. 좀비 기업들이 정리되면서 파운드리는 SMIC, 메모리는 창신메모리(CXMT), 설계는 화웨이 등이 선두에 올라 있다. 아직 한계는 남아 있는데, 한국 쪽의 분석을 보면 메모리는 2, 3년,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5년, 미세공정은 수율에서 격차가 있다. 더구나 미국의 제재로 인해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 도입이 막히면서 삼성, TSMC와의 질적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한중 양국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일부 분야에선 이미 없거나 역전된 경우까지 있다는 경고음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달 본사 취재진의 중국 선전 본사 방문 때 화웨이는 아예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이번 미중 정상회의 때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인 H200을 수입하지 않기로 한 것에서도 중국의 이런 자신감, 고집스러움을 엿볼 수 있다. 중국은 특히 희토류 수출 통제를 이용해, 미국의 추가 제재를 막으면서 ASML을 대체할 장비 개발의 시간을 벌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홍콩 법인이 최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중국은 EUV 장비 부재를 넘어설 기술로 무려 7가지를 개발 중이다. ‘중국판 맨해튼 프로젝트’ 가운데 입자가속기를 통해 EUV 광원을 만드는 방법만 해도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조만간 상용화를 목표로 슝안 연구단지에서 시범 가동 중인데, 수백 m 가속기를 돌리면 특정 시점에서 나오는 EUV가 강력해 ASML보다 안정적으로 극자외선을 만들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한국의 성장을 이끈 축은 크게 반도체와 인터넷 혁명이었다. 우리 산업발전 단계에 어울리지 않는 반도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 기적 같은 반도체 강국이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과감한 도전은 유럽마저 주저하던 IT에도 이어졌고, 두 분야의 연관 산업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금 삼성전자가 거두는 영업이익은 일본 상장사 톱 100을 다 합한 것보다도 많다. 그러나 암울한 얘기지만, 당시 일본 반도체 업계가 투자와 기술 지연으로 패권을 빼앗겼듯이 지금의 삼성 우위가 언제까지나 유지될 것으로 낙관하기 어렵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벗어나기 위해 중국이 벌이는 노력부터가 상상 이상이다.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은, 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축소시킬 게 분명하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반도체 연구개발과 양산에서 무형의 보너스 시간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삼성전자 노조가 제기한 성과급 제도를 둘러싼 문제는 단기간에 끝날 사안도 아니다.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고, 성과급 상한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숫자의 많고 적음을 떠나 노동운동을 생존권 투쟁에서 기업 이익에 대한 공유 투쟁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결핍의 해소에서, 초과 이익의 배분으로 노선이 수정되면서 제조업 전체의 노사관계가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광부들은 파업에서 패배했지만 다음 세대 빌리를 위해 연대했고, 로열발레스쿨에 입학한 빌리라는 희망의 씨앗을 남겼다. 그러나 삼성전자에는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가 숟가락을 얹는 상황이고, 노사에 이은 노노 갈등까지 혼재돼 있다. 초집중 지원으로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거대한 축이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노사 모두는 흥분을 가라 앉히고, 사람과 기술을 지키는 합리적 해법을 마련하기 바란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메모리는 물론 파운드리까지 공급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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