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지난 9일 진행된 ‘2026년 상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진을 대상으로 최고경영자(CEO)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KB금융그룹.
오는 11월 20일 임기 만료를 앞둔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KB금융지주(KB금융그룹) 이사회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가 '2026년 KB금융그룹 회장 자격요건 세부기준'을 확정하고 최근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18일 금융권에서는 차기 회장 후보 추천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시각이 나오는 가운데, 회장 자격 요건이 제시하는 세부 기준 하나하나에 시선이 집중된다.
지난해부터 KB금융은 첫 회추위에서 회장의 자격 기준을 수립한 뒤 이를 공개하고 있다. 회추위는 지난해에도 4월 18일 1차 회의를 열고 '회장 자격요건 세부기준'을 결의한 뒤 21일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양 회장이 선임됐던 2023년에는 회장 후보자군(Long list)을 먼저 확정한 뒤 6차 회의에서야 회장 자격 요건을 논의해 의결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이처럼 회추위 중간 회장 자격요건을 확정했던 방식을 변경해 이를 제일 첫 순서로 앞당겼다.
통상 금융지주들은 회장 자격요건을 지배구조 내부규범 등에 원칙 수준으로 규정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KB금융은 세부 항목 기준을 외부에 공개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경영승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KB금융은 ▲업무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KB금융그룹 비전과 가치관공유 ▲장·단기 건전경영에 노력 등 5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KB금융 회추위는 앞으로 이 기준에 따라 회장 후보군을 추리고 검증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는 경영승계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이달 14일 공지한 '2026년 KB금융 회장자격요건 세부기준'. 자료 = KB금융.
◆ 회장 자격요건 지난해와 사실상 동일…경영 연속성·전문성 강화에 방점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가 최근 공시한 ‘2026년 회장 자격요건 세부기준’은 지난해인 2025년 기준과 비교했을 때 큰 틀에서 변화 없이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안정적인 경영 승계 시스템을 공고히 하고,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그룹을 이끌 리더의 자질을 일관성 있게 평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자격요건 상시 공시'
KB금융그룹은 '경영승계규정 제4조 제2항'에 의거해 매년 상반기에 회장 자격요건을 수립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이는 인사가 임박한 시점에 기준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명문화된 기준을 공표함으로써 승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2026년 기준 역시 법규에 따른 소극적 요건과 그룹의 비전을 반영한 적극적 요건으로 구성됐다.
◆ '소극적 요건'의 엄격한 준수와 '적극적 요건'의 구체화
자격 요건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우선 '소극적 자격요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명시된 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금융사 수장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법적 도덕성을 담보한다.
'적극적 자격요건'에서는 CEO에 준하는 업무 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을 갖추고 그룹의 비전과 가치관을 공유하며 건전 경영에 노력할 수 있는 자를 적격자로 정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총 5개 영역에서 25개의 세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 5대 영역, 25개 세부 역량 지표
1. 업무경험과 전문성: 금융 전반의 통찰력과 실행력
금융 산업의 복합적인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전문성이다.
은행, 자본시장, 보험 등 금융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이를 통한 핵심 경쟁력 강화 능력이 최우선이다.
과거 CEO 또는 기관장으로서 증명된 경영 성과가 필수적이며, 사회 전반의 트렌드 변화를 읽는 광범위한 지식과 통찰력을 요구한다.
전략·재무·영업·리스크 간의 균형 감각과 더불어,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글로벌 사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역량이 강조된다.
2. 리더십: 소통과 원칙 기반의 조직 운영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리더의 소통 능력과 위기관리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확고한 경영 철학과 원칙을 바탕으로 조직을 이끄는 힘이 필요하며, 주주·직원·고객 등 이해관계자와의 원활한 소통 역량을 명시했다.
솔선수범을 통한 신뢰 확보,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위기관리 능력, 이사회와의 협업 능력이 포함된다.
특히 인사에 있어서 공정성과 균형을 강조하며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가치관을 요구하고 있다.
3. 도덕성: 금융 리더로서의 품격과 윤리
금융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산업인 만큼, 후보자의 윤리 의식은 타협할 수 없는 기준이다. 금융 산업 리더에 걸맞은 품격과 정치적·종교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소신이 요구된다. 법규 준수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실천하는 직업 윤리, 기업윤리 경영에 대한 책임 의식이 핵심이다.
4. 그룹 비전과 가치관 공유: 미래 지향적 조직 구현
단순한 관리를 넘어 그룹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다. 그룹의 전략적 도전을 명확히 인식하고 올바른 미션을 제시하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비전을 임직원과 공유하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미래를 위한 우수 인재 발굴 및 육성 의지가 포함된다. 수평적·창의적 조직 문화 구현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구체적인 요건으로 명시됐다.
5. 장·단기 건전경영 노력: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마지막으로 그룹의 영속성을 위한 역량이다.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리스크 중심 문화를 통한 안정적 성장 능력이 기본이다. ESG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며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사명감이 강조된다. 특히 지배구조의 안정화뿐만 아니라 디지털, AI, 비금융 사업 등 미래 성장 분야에 대한 통찰력을 갖춰 계열사의 균형 성장을 이끌어야 함을 명확히 했다.
◆ '준비된 리더' 원칙 재확인
KB금융의 2026년 회장 자격요건 세부기준 자격요건을 종합해 볼 때, KB금융은 지난해와 동일한 기준을 유지함으로써 ‘준비된 리더’를 선발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구상 ‘근기’를 ‘근거’로 수정하거나 조사 ‘~에’를 추가하는 등 표현의 정교화 작업은 이루어졌지만, 요구하는 역량의 본질은 바뀐게 없다.
이는 기존에 구축된 경영 승계 시스템이 이미 글로벌 수준의 객관성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일관된 기준 적용을 통해 후보자들에게 예측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적, 주주환원, 밸류업 등 여러 경영 성과면에서 양회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KB금융의 회장 후보군은 업무 전문성부터 도덕성, 미래 기술(AI/디지털) 감각까지 아우르는 25가지의 엄격한 잣대를 통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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