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지난 16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수위를 끌어올리기로 했다. 13일부터 사흘간 이어온 하루 2시간 부분파업으로는 부족하다며 파업 시간을 늘리는 새 지침을 내린 것이다. 생산 라인을 세워서라도 회사로부터 성과를 받아내겠다는 뜻이겠으나 이 결정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한때 '파업의 대명사'로 불렸다. 1987년 설립 이후 30여 년간 노사협상 시즌마다 공장이 멈춰 섰고, '귀족 노조'와 '파업 도시'라는 꼬리표가 항상 붙어 다녔다. 그랬던 노조가 2019년부터 6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고, 지난해에도 단기간 부분파업에 그치는 등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투쟁 일변도라는 낡은 이미지를 상당 부분 벗어던진 것은 스스로 쌓아 올린 성과였고, 시민들도 그 변화를 반겼다.
문제는 그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판이라는 점이다. 신뢰는 쌓는 데 6년이 걸렸지만 허무는 데는 사흘이면 충분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공장이 멈춰 서면서, 파업으로 얼룩졌던 과거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그 악몽은 회사 담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라인이 멈추면 곧바로 일감이 끊기는 1·2차 협력업체 근로자의 생계가 흔들리고, 충격은 고객과 지역 상권을 지나 국가 경제로 번져 나간다. 고임금 원청 노조의 파업 비용을 왜 지역사회가 대신 치러야 하느냐는 물음이 시민들 사이에 분노로 쌓이고 있다.
더구나 회사의 파격적인 추가안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이달 2일 첫 제시안을 낸 뒤 7일과 8일 연이어 수정안을 올리며 타협점을 찾고 있다. 하지만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 급감한 것을 감안할 때 회사의 추가 제시 여력은 상당 부분 소진됐다는 평가가 많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 절박하다. 테슬라는 완성차 라인을 뜯어내 휴머노이드 로봇 공장으로 바꾸는 속도전에 들어갔고, 중국 업체들의 공세는 유럽 안방시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한때 세계 판매 1위였던 폭스바겐은 전체 인력의 15%인 10만명 감원을 검토하는 처지다.
파업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어야 한다. 수단이 목적을 집어삼키면 회사도 직원도 지역사회도 모두 잃게 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파업 시간을 몇 시간 더 늘릴지 저울질 할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잡고 한 방향으로 전진하는 노사의 지혜다. 지역사회의 분노 게이지가 임계점을 넘기 전에, 노조는 교섭 테이블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울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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