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연세대 화학과 김예인 석사과정생(공동 제1 저자), 엄민섭 석사과정생(공동 제1 저자), 양종희 교수(교신저자) [사진출처=연세대학교]
[한국강사신문 한민 기자] 연세대학교 화학과 양종희 교수 연구팀이 마침내 복잡한 합성의 미로를 돌파하며, 차세대 광전소자의 심장부를 이루는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의 정밀 설계와 원리 규명이라는 찬란한 성과를 이뤄냈다. 인간의 직관과 경험에 의존하던 기존의 연구 패러다임을 과감히 넘어, 자동화 기술과 인공지능의 융합이라는 혁신적 접근으로 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번 연구는 로봇 기반 자동화 합성 플랫폼과 지능형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첨단 시스템을 통해 수행됐으며, 세계적 권위의 나노과학 학술지 ACS Nano 4월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는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미래 소재 개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 합성에 널리 활용되던 용액 재침전(LARP) 방식은 상온에서도 구현 가능한 경제적 공정이라는 장점을 지녔지만, 수많은 변수들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최적 조건을 찾아내는 데 있어 난공불락의 장벽으로 작용해왔다. 특히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구현에 필수적인 적색 발광 영역은 형성 자체의 불안정성과 광학적 성능 저하라는 고질적인 한계를 안고 있어, 연구자들에게 끊임없는 도전 과제로 남아 있었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인간의 손을 떠난 ‘지능형 실험실’을 구축했다. 로봇 피펫팅 시스템이 200여 가지가 넘는 합성 조건을 쉼 없이 실험하고, 그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복잡한 합성 공간을 정밀하게 해부했다. 마치 미지의 우주를 탐사하듯, 화학적 상호작용의 지도를 새롭게 그려낸 것이다.
특히 연구팀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Wavelength-Resolved Gated-GPBO’ 알고리즘은 이번 연구의 백미라 할 만하다. 이 알고리즘은 특정 파장 영역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정교한 게이팅 메커니즘을 통해, 원하는 발광 특성을 가진 나노결정 조건을 스스로 찾아내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이는 단순한 최적화의 차원을 넘어, 연구자가 원하는 ‘빛의 색’을 정밀하게 조율할 수 있는 혁신적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620 nm에 이르는 적색 발광 영역을 포함한 넓은 가시광선 범위에서 안정적인 나노결정 합성을 성공적으로 입증했다. 더 나아가 머신러닝 기반 SHAP 분석을 통해, 낮은 아민 리간드 농도와 높은 반응 온도가 적색 발광의 안정성과 형성에 결정적인 열쇠임을 밝혀냈다.
이는 오랜 시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I-rich 페로브스카이트 합성의 비밀을 데이터로 해독한 쾌거로, 기존 수작업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웠던 영역까지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통해 고순도의 나노결정을 안정적이고 재현성 있게 합성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AI와 로봇, 그리고 인간의 통찰이 만들어낸 이 혁신은 단순한 연구를 넘어, 미래 디스플레이와 광전자 산업 전반에 새로운 빛을 비추고 있다. 과학이 예술처럼 빛을 다루는 시대, 그 중심에 연세대 연구진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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