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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연봉 높아도 집값 못 따라간다…‘부의 사다리’ 끊긴 청년 비명

자산 격차를 키운 핵심은 부동산이다... 부동산 자산이 투자 여력이 있는 고연령층에 집중되면서 세대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청년층은 경제활동 초기라 부동산 보유 비중이 작은데, 집값이 오르며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반대로 고자산층은 자산 증가에 따른 소비 확대 효과가 작고, 고령 자산층은 부동산은 많지만, 현금 유동성이 부족하다...

경제일반

연봉 높아도 집값 못 따라간다…‘부의 사다리’ 끊긴 청년 비명

중앙일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가 취업 공고를 둘러보는 모습. [연합뉴스] 금지〉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김모(30)씨는 수도권의 한 공공기관에서 홍보·디자인 업무를 한다. 회사 근처 오피스텔에 살지만, 월급에서 월세와 생활비를 빼면 남는 돈은 많지 않다. 김씨는 “전세 보증금을 모으기도 벅찬데 집을 산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이 디자인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도 커졌다.

김씨처럼 자산을 쌓기 어렵고 소득 기반도 불안한 청년층이 늘면서, 자산과 소득 격차가 동시에 벌어지는 ‘복합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11일 내놓은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영향’ 보고서 내용이다.

한은이 국가데이터처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석한 결과, 순자산과 소득이 모두 하위 20%(1분위)에 속하는 가구 가운데 20~30대 비중은 2020년 7.9%에서 지난해 15.2%로 배 가까이 뛰었다. 한은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고착화한 자산 양극화에 AI 확산 등에 따른 소득 격차 확대가 겹치면서 무주택·청년층의 경제 내 위상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영향

자산 격차를 키운 핵심은 부동산이다. 전체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84에서 지난해 0.625로 올라 2012년 집계 이후 최고치다. 순자산 지니계수는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순자산)을 기준으로 봤을 때 불평등도가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0에서 1사이로 나타내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부동산 자산이 투자 여력이 있는 고연령층에 집중되면서 세대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각 연령대 내부의 자산 불평등을 따졌을 때는 고령층일수록 심했다. 지난해 기준 연령대 내 순자산 지니계수는 20~30대 0.54, 40~50대 0.57, 60대 이상 0.63이었다.

이재호 한은 조사국 차장은 “자산 가격 상승이 워낙 빨라 근로·사업소득처럼 매달 벌어들이는 소득으로는 자산 형성 사다리에 올라타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은 경제활동 초기라 부동산 보유 비중이 작은데, 집값이 오르며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청년층에서는 소득이 높아도 자산 상위층으로 올라서기 어려운 흐름도 뚜렷하다. 한은은 ‘고소득 비자산가(HENRY·High Earners, Not Rich Yet)’ 계층이 국내 청년층에서도 확산하고 있다고 봤다. 20~34세 청년층 내 ‘고자산·고소득’ 비중은 작아졌고, 저자산·중상위소득 청년층의 상위 자산계층 이동 확률도 하락했다. 집값 상승 속도가 소득 축적 속도를 앞지르면서 자산 형성 사다리가 약해진 것이다.

소득 격차도 다시 벌어질 조짐이다. 소득 지니계수(처분가능소득 기준)는 2016년 0.353에서 2023년 0.323까지 낮아졌지만 2024년 0.325로 3년 만에 반등했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제조업은 호황과 성과급 지급으로 임금이 올랐지만, 비IT 부문은 임금 상승이 제한된 영향이다. 보고서는 “과거 정규직·비정규직 등 고용 형태에 따라 나타나던 임금 격차가 이제는 산업 간에 부각되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영향

AI 확산도 청년층의 소득 기반을 흔든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소득 분위가 낮고 연령대가 어릴수록 자신의 업무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다. 생성 AI 출시 이후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는 청년층 고용이 줄고 50대 고용은 늘었다. 한은은 숙련 노동 중심의 ‘연공 편향적 기술변화’가 나타난다고 봤다.

자산·소득 양극화는 성장에 큰 부담이다. 한은이 120개국을 분석한 결과 자산 상위 10%의 보유 비중이 1%포인트 오르면 2년 뒤 총요소생산성은 0.16% 하락했다. 총요소생산성은 기술 수준과 자원 배분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의 상위 10% 순자산 점유율도 2022년 43.0%에서 2025년 46.1%로 올랐다.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영향

내수 활력도 약해질 수 있다. 집값 상승은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과 내 집 마련 저축 규모를 키워 소비 여력을 줄인다. 반대로 고자산층은 자산 증가에 따른 소비 확대 효과가 작고, 고령 자산층은 부동산은 많지만, 현금 유동성이 부족하다. ‘노노(老老)상속’과 자산 잠김도 비효율로 꼽혔다.

보고서는 복합 양극화가 생산성 저하와 소비 위축으로 성장 잠재력을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청년·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지원뿐 아니라 주식시장 투자환경 개선, AI 대체 위험 직군의 직업훈련 강화, 조선·방산·원전 등 비IT 핵심 산업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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