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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행 스케치] 1457년, 그날의 통곡소리...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불...

글·사진 | 최상미(해오름달) 여행작가 네이버 블로그 '해오름달의 문화즐기기'와 6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며, 여행과 공연·전시를 결합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인플루언서다. 단순히 명소를 소개하는...

[여행 스케치] 1457년, 그날의 통곡소리...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불...

- 삼면이 강으로 가로막힌 '창살 없는 감옥' 청령포에 서린 단종의 눈물

- 유네스코 세계유산 장릉에서 서강 뗏목까지, 역사와 자연이 빚은 치유의 길

- 메밀전병 굽는 고소한 냄새 가득한 서부시장, 영월의 맛이 전하는 위로

- 이광현 한국관광클럽 회장 "영월의 역사 콘텐츠 활용한 체류형 관광 유치 주력“

1000만 관객 돌파로 흥행 중인 '왕과 사는 남자'의 촬영지인 영월 청령포로 가는 배편을 기다리는 여행자들. 주말이면 50분 이상을 기다릴 정도로 핫하다. /사진=최상미 여행작가

[파이낸셜리뷰=최상미 여행작가] 최근 극장가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여운이 실제 역사의 현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운의 왕 단종이 생애 마지막 숨을 몰아쉬었던 강원도 영월은 이제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영화 속 서사를 현실에서 확인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머무는 '스크린 투어리즘'의 성지가 되었다.

단절된 섬, 청령포에서 마주한 어린 임금의 고독

영화 속에서 어린 왕 홍위(단종)가 배를 타고 고립된 유배지로 향하던 장면의 실제 배경인 '청령포'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장소다. 삼면이 서강의 깊은 물줄기에 둘러싸이고 뒤편은 험준한 암벽인 '육육봉'으로 가로막혀 ‘창살 없는 감옥’,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리는 이곳은 조선 제6대 임금 단종이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되었던 곳이다.

조선 제6대 임금 단종이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되었던 청령포. /사진=최상미 여행작가

천연기념물 제349호인 '관음송'만이 단종의 슬픔을 묵묵히 지켜본 역사의 산증인이다. /사진=최상미 여행작가

청령포에 복원된 단종어소에서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여행자들. /사진=최상미 여행작가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영화의 흥행 이후 방문객이 급증해 평일에도 도선을 기다리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선다. 주말의 경우에는 배를 타기 위해 50분 가량을 기다릴 정도로 방문객이 폭증하고 있다.

청령포로 향하는 배는 상시 운항하며, 이용료는 성인 기준 5,000원으로 왕복 승선료와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다. 하절기(3월~10월)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나, 기상 상황에 따라 운항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영월군 관광안내소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강을 건너 숲으로 들어서면 복원된 단종어소와 천연기념물 제349호 '관음송'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600년 세월을 견딘 관음송은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觀)' 오열하는 소리를 '들었다(音)'는 뜻을 품고 있다. 거대한 소나무 아래 멈춰 선 여행객들은 영화 속 단종의 고독한 삶을 추모하며 한동안 묵념에 잠기기도 했다.

충절의 기록 장릉과 서강이 빚은 비경

발길은 단종이 청령포의 홍수를 피해 머물며 자규시를 읊었던 '관풍헌'을 지나 단종의 영면지인 '장릉'으로 이어진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장릉은 조선 왕릉 중 유일하게 수도권 밖에 위치한다. 단종의 시신을 몰래 거둔 엄홍도의 충절이 깃든 이곳은 능을 향해 굽어 자란 소나무들이 장관을 이룬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단종의 영면지인 장릉. /사진=조용식 기자

단종의 시신을 몰래 거둔 엄홍도의 충절이 깃든 이곳은 능을 향해 굽어 자란 소나무들이 장관을 이룬다. /사진=최상미 여행작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장릉은 조선 왕릉 중 유일하게 수도권 밖에 위치해 있다. /사진=최상미 여행작가

(사)한국관광클럽 회원들이 지난 3월 1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영월군 일대에서 '2026 정기 총회 및 팸투어'를 개최하고 단종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역사 여행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사진은 단종역사관 앞에서 한국관광클럽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최상미 여행작가

장릉 내 단종역사관에서는 단종의 탄생부터 사약으로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상세히 전시하고 있다. 관람료는 성인 2,000원이며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또한 매년 4월 말 열리는 '단종문화제' 기간에는 조선 시대 국장 의례를 직접 참관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주어진다.

단종의 애달픈 사연은 오는 4월, 영월의 거대한 거리 축제로 부활한다. 영화의 흥행 열기를 이어받아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질 '제59회 단종문화제'가 오는 4월 24일부터 사흘간 영월장릉과 동강 둔치 일원에서 펼쳐진다.

제59회 단종문화제 포스터. /이미지=영월문화관광재단

영월 한반도 지형 전망대에서 서강의 굽이치는 물줄기가 만들어낸 ‘한반도 지형’을 조망할 수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서강 뗏목 체험을 하고 있는 여행자들. /사진=최상미 여행작가

제59회 단종문화제 행사 안내도. /이미지=영월문화관광재단

올해 축제는 '왕의 귀환, 희망의 서막'이라는 슬로건 아래, 단순한 추모제를 넘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 서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특히 영화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의 특별 강연과 주연 배우들이 참여하는 '시네마 토크'가 예정되어 있어, 스크린 속 감동을 현장에서 직접 나누고자 하는 팬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행사의 백미는 단연 4월 25일에 진행되는 '단종국장 재현'이다. 조선 시대 국장 의례를 엄격히 고증하여 1,000여 명의 인원이 참여하는 이 거대한 행렬은 장릉으로 향하는 영월 시내를 장엄한 역사의 한 장면으로 물들인다. 올해는 특별히 단종과 정순왕후의 애틋한 재회를 담은 '국혼 재현'과 나룻배를 타고 청령포로 향하던 단종의 유배 길을 서강 위에서 생생하게 재현하는 퍼포먼스가 새롭게 추가되어 볼거리를 더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동강 둔치에 마련된 행사장에서는 영화 속 식단을 재구성한 '왕과 사는 밥상' 미식 체험과 영월의 역사 명소를 탐방하는 스탬프 투어가 진행된다. 밤이 되면 영월의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와 드론쇼가 단종의 넋을 기리며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역사적 무게감을 뒤로하고 자연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면 '한반도지형'과 '서강 뗏목 체험'이 제격이다. 서강의 물줄기가 깎아 만든 절벽이 한반도 지도 모양을 쏙 빼닮아 감탄을 자아낸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약 15분 정도 완만한 산책로를 걸어야 하므로 편한 신발이 필수다. 한반도지형을 물 위에서 감상할 수 있는 뗏목 체험은 뗏목마을에서 가능하며, 뱃사공의 입담 섞인 해설과 함께 서강의 맑은 물줄기를 즐길 수 있다.

서부시장에서 만나는 따뜻한 영월의 숨결

여행의 갈무리는 영월의 삶이 녹아있는 '서부재래시장'이 맡는다. 영화의 감동을 가슴에 품은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영월의 대표 먹거리인 메밀전병과 올갱이국으로 허기를 달랜다.

영월 서부시장의 명물인 메밀전병 골목의 모습. /사진=최상미 여행작가

서부시장은 영월역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해 기차 여행객들에게도 접근성이 좋다. 특히 즉석에서 얇게 메밀 반죽을 부쳐 속을 채워 넣는 메밀전병 골목은 시장의 명물이다. 쌉싸름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올갱이국은 현지 해금강 등에서 채취한 다슬기를 사용해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별미로 손꼽힌다.

이광현 (사)한국관광클럽 신임 회장(백령도 까나리여행사 대표)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영월의 역사적 가치가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며 "단종의 서사가 흐르는 영월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체류형 관광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단종의 슬픈 이야기는 이제 먼 과거의 기록에만 머물지 않는다. 영화가 남긴 진한 여운을 따라 영월을 찾는 발길은, 비극의 역사를 기억하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휴식을 건네고 있다.

글·사진 | 최상미(해오름달) 여행작가

네이버 블로그 '해오름달의 문화즐기기'와 6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며, 여행과 공연·전시를 결합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인플루언서다. 단순히 명소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길 닿는 곳마다 숨겨진 역사와 서사를 발굴해 따뜻한 문체로 기록한다. 한국관광공사 및 각 지자체와 협업하여 국내 관광의 가치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풍경 너머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문화적 깊이를 담아내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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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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