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 생태계 강화…AI 시장 영향력 유지 위한 대규모 투자
엔비디아 모델 기반으로 AI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도록 개발자 유도
엔비디아 AI 모델 네모트론 상징 이미지. 사진=엔비디아
[아이티데일리] 엔비디아(Nvidia)가 향후 5년 동안 약 260억 달러를 투입해 오픈 웨이트(open-weight)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한다고 와이어드, 포브스 등이 보도했다. 이는 자사의 핵심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쿠다(CUDA) 생태계를 강화하고 AI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라는 분석이다.
이 계획은 엔비디아 임원이 확인한 2025년 재무보고서를 근거로. 기술 전문 매체 와이어드가 지난 11일 처음 보도했다. 오픈 웨이트 모델은 AI 시스템의 동작을 규정하는 파라미터를 공개하는 형태로, 개발자와 연구자, 스타트업 등이 이를 다운로드해 수정하거나 자체 인프라에서 실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두고 구글이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공개한 이래 가장 공격적인 기술 생태계 전략 중 하나라고 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엔비디아가 지금까지 단행한 전략 가운데 가장 큰 위험을 동반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엔비디아가 이 같은 승부수를 던진 배경은 AI 시장에서의 경쟁 환경 변화다. 현재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GPU 시장에서 약 86%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2024년 약 90%에서 소폭 하락한 수준이다. 2026 회계연도 3분기 기준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512억 달러로 전체 매출 570억 달러의 약 90%를 차지한다. 사업 구조가 AI 인프라에 크게 의존한다.
엔비디아 경쟁력의 핵심은 단순한 GPU 성능이 아니라 약 20년에 걸쳐 구축한 소프트웨어 생태계인 쿠다(CUDA)다. CUDA는 현재 400만 명 이상의 개발자가 활용하고 있으며 3,000개 이상의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 및 주요 AI 프레임워크와 긴밀하게 통합돼 있다. 대학 교육과 AI 연구에서도 CUDA 기반 환경이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생태계 덕분에 CUDA 기반 시스템을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면 엔지니어 재교육, 최적화 코드 재작성, 성능 검증 등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즉 엔비디아의 경쟁력은 하드웨어 성능뿐 아니라 높은 전환 비용이 만들어낸 생태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최근 이 생태계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MD가 출시한 MI355X GPU는 일부 벤치마크에서 엔비디아의 B200 GPU보다 약 30% 빠른 추론 성능을 기록했고, 가격 대비 성능에서도 더 높은 효율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AMD의 AI 소프트웨어 플랫폼 로크엠(ROCm)이 AI 프레임워크 파이토치(PyTorch)와 잭스(JAX)를 기본으로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개발자 환경 격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오픈AI가 개발한 트라이톤(Triton) 컴파일러 같은 기술은 코드 수정 없이 다양한 하드웨어에서 AI 모델을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CUDA 중심 구조에 도전하는 기술로 평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선택한 전략이 바로 오픈 웨이트 모델 생태계 확대다. 개발자들이 엔비디아 모델을 기반으로 AI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도록 유도하고, 해당 모델을 엔비디아 GPU에 최적화함으로써 하드웨어 의존성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는 과거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스마트폰 생태계를 장악한 전략과 유사한 방식으로 해석된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통해 검색과 광고 수익을 확보한 것처럼, 엔비디아 역시 AI 모델을 개방해 개발자 생태계를 확장하고 궁극적으로 GPU 판매를 확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략에는 중요한 변수도 존재한다.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이자 동시에 경쟁 상대인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자체 AI 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 등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주요 빅테크들은 각각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하며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Azure)용 AI 칩을, 아마존은 트레이니엄(Trainium)을, 구글은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메타는 MTIA 칩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엔비디아 GPU의 최대 고객이지만 동시에 AI 인프라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포브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 엔비디아의 이번 투자가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첫째는 최신 GPU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확대해 경쟁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비용을 높이는 것이다. 둘째는 오픈소스 개발을 통해 개발자들의 사용 패턴과 기술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셋째는 엔비디아를 단순한 반도체 공급업체가 아니라 AI 모델 개발 기업으로 확장하는 전략적 전환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이미 자체 AI 모델 네모트론(Nemotron) 등을 공개하며 모델 개발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번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엔비디아는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AI 모델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는 위치에 서게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엔비디아와의 경쟁을 이유로 자체 AI 칩 개발을 더욱 가속할 경우, 장기적으로 엔비디아 GPU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엔비디아는 이에 대비해 매년 GPU 성능을 끌어올린다. 블랙웰(Blackwell)은 2025년에 나왔다. 뒤를 이어 베라루빈이(Vera Rubin)이 HBM4 지원을 무기삼아 올해 3분기에 바통을 이어 받는다. 루빈 울트라(Rubin Ultra)는 2027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젠슨 황은 스스로를 '최고 매출 파괴 책임자(the chief revenue destroyer)'라고 부른다.
결국 엔비디아의 이번 260억 달러 투자는 AI 시대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대규모 승부수로 평가된다. 20년에 걸쳐 구축한 CUDA 생태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AI 모델 생태계를 구축해 하드웨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AI 산업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조민수 기자
다른기사 보기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