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박현우 기자] 프랑스 물류 자동화 스타트업 엑소텍(Exotec)이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5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엑소텍은 로보틱스 기반의 창고 자동화 솔루션 ‘스카이팟(Skypod)’으로 글로벌 물류 업계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온 유니콘 기업이다.
엑소텍 오지석 한국지사장은 “지금 당장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솔루션을 공부하고 본인 회사에 맞는 솔루션을 찾는 준비를 시작하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현재 전 세계 15개국, 150개 이상의 고객 거점에서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유니클로·까르푸·DHL·데카트론 등 세계적 기업들이 이 솔루션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엑소텍은 2023년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공식 파트너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와 협력해 국내 의류·식음료·의료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로봇이 모든 것을 처리하는 스카이팟 시스템
스카이팟 시스템은 단순한 피킹 자동화를 넘어 보관·버퍼·순서 정렬까지 창고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이다. 시스템은 크게 다섯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핵심은 ‘스카이팟 로봇’이다. 초속 4m의 주행 속도로 최대 30kg의 화물을 운반하며, 사방에 카메라를 탑재해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이 로봇의 가장 큰 특징은 랙을 직접 오르내리는 3차원 이동 능력이다. 수평은 물론 수직 방향으로도 스스로 이동할 수 있어, 별도의 리프터나 다른 종류의 로봇 없이 모든 이동 작업을 단독으로 수행한다.
로봇이 운반하는 빈(Bin)과 트레이는 세 가지 크기의 빈과 한 가지 크기의 트레이로 구성된다. 빈 내부에는 파티션이 설치돼 있어 복수의 SKU를 하나의 빈에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랙’은 14m 높이까지 구축이 가능하며, 내진 구조를 채택해 안정성도 확보했다. 랙 3m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소방 법규를 준수하는 동시에 화재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기 진압 체계도 갖추고 있다.
스카이팟 시스템은 단순한 피킹 자동화를 넘어 보관·버퍼·순서 정렬까지 창고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이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피킹 작업이 이뤄지는 ‘워크스테이션’에서는 재고 컨테이너를 실은 로봇과 출하 컨테이너를 실은 로봇이 동시에 도착하는 ’로봇 대 로봇 피킹’ 방식이 적용된다.
작업자는 한 자리에서 왼쪽에서 도착한 상품을 피킹해 오른쪽 출하 컨테이너에 직접 넣으면 되는 구조로, 시간당 최대 600개의 토트를 처리할 수 있다.
엑소텍 오지석 한국지사장은 “GTP 방식을 채용한 시스템 중에서도 스카이팟은 가장 단순한 운영이 가능한 솔루션”이라며, “로봇이 직접 원하는 SKU를 원하는 시간에 가져오기 때문에 작업자는 스캔하고 옮기고 버튼을 누르는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익스체인저’는 피킹된 컨테이너를 시스템 밖으로 내보내는 동시에 재고 컨테이너를 내부로 투입하는 인터페이스 역할을 담당한다.
GTP(Goods to Person) 방식을 채택한 덕분에 주문 접수부터 포장 완료까지 단 2분이면 처리된다. 작업자가 상품을 찾아 이동할 필요가 없으며, 엑소텍의 WES(Warehouse Execution System)와 연동해 로봇이 실시간으로 최적 경로를 계산해 움직인다.
유니클로·데카트론에서 입증된 성과
스카이팟 도입 효과는 글로벌 도입 사례에서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다. 일본 패션기업 유니클로는 이커머스 사업의 급성장에 따른 물류 최적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스카이팟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수 브랜드에 걸친 다품종 상품의 효율적 피킹과 출하가 필요했고, 신규 창고 건설 없이 투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스카이팟 시스템 도입 결과 생산성이 4배 향상됐고, 출하에 필요한 공간은 70%, 인력은 80% 이상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유니클로는 올해 스카이팟 시스템을 추가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전 세계 18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프랑스 스포츠 용품 기업 데카트론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데카트론은 매장 재고 보충 효율화와 단기간 내 다수 거점의 동시 자동화를 목표로 스카이팟 시스템을 도입했다.
도입 결과 피킹 구역 면적이 1만7000㎡에서 5000㎡로 줄었고, 작업자의 하루 보행 거리는 10km에서 1km로 감소했다. 일부 거점에서는 1일 출하 능력이 2배로 향상됐으며, 피킹 시간은 60% 이상, 인력은 76% 가까이 감축되는 성과를 달성했다.
한국 시장 2년, 첫 레퍼런스 확보
엑소텍코리아는 2023년 9월 설립 이후 약 2년 만에 식음료·패션·의료 등 서로 다른 산업 분야 세 곳의 고객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세 업체 중 한 곳은 중소기업으로, 소규모로 시작한 후 운영 안정성을 확인하고 확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오 지사장은 한국 시장의 특성으로 업계 리더를 따라가는 경향과 작은 규모로 먼저 테스트하려는 성향을 꼽았다. 그는 “리더 기업이 특정 제품을 쓰면 유행처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후발 주자 입장에서는 첫 레퍼런스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엑소텍 시스템의 핵심 경쟁력에 대해 신뢰성과 유연성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구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 지사장은 “신뢰성과 유연성은 사실 로봇 분야에서 대비되는 개념”이라면서도, “저희는 시간당 600개를 처리하는 고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운영 중단 없이 쉽게 확장할 수 있는 유연성도 함께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화 공부 시작해야”… 올해 목표는 저변 확대
엑소텍는 올해 그간 확보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물류 자동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객들을 보다 폭넓게 지원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와의 파트너십은 지난 3월 공식 체결됐다.
오 지사장은 업계 전반에 대한 메시지도 남겼다. 그는 “자동화는 있으면 좋은 것(nice to have)이 아니라 있어야 하는 것(must have)이 된 지 오래됐다”며, “AI가 불과 1~2년 전만 해도 흥미로운 실험이었다가 지금은 기업 생존의 조건이 됐듯, 물류 자동화도 같은 흐름을 밟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솔루션 선택의 중요성도 짚었다. 오 지사장은 “자동화를 도입했다가 맞지 않는 솔루션 때문에 실패하고 자동화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를 봤다”며, “지금 당장 도입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솔루션을 공부하고 본인 회사에 맞는 솔루션을 찾는 준비를 시작하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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