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형 교수
행정안전부가 지난 16일 햇빛소득마을 3차 공모를 공고했다. 10월 30일까지 신청을 받아 연말에 뽑는다. 1차에 129개 마을이 신청해 87곳이 선정됐고, 2차에는 600곳 넘게 몰려 이달 말 결과가 나온다. 정부의 올해 목표는 700곳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1차에서 19곳으로 전국 최다였고 2차에 169곳이 신청했다. 공고 하루 전에는 1메가와트 이하 주민참여 발전소에 계통 우선접속권을 주는 개정 전기사업법이 공포돼 12월 16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마을이 발전소의 주인이 되겠다는 열기는 반갑다. 다만 질문은 하나다. 그 발전소가 접속할 선로는 있는가.
영광군 염산면 월평마을은 28가구가 협동조합을 만들어 18억 원을 들여 1메가와트 발전소를 지난해 5월 완공했다. 한전은 그해 하반기 연결을 약속했지만 발전소는 1년 넘게 선로에 닿지 못했고, 월 13만 원씩 나누겠다던 배당은 아직 한 푼도 나오지 않았다. 예외가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6월 짚었듯이 이 사업의 선행 모델인 농촌 RE100 실증사업은 12개 마을 가운데 완공된 곳이 한 곳뿐이고 열 곳이 계통 문제로 멈춰 있다. 전국에서 접속을 기다리는 발전설비 3,939메가와트 가운데 2,473메가와트가 호남에 몰려 있다. 발전소는 여섯 달이면 짓지만 선로는 몇 해를 기다린다.
우선접속권은 의미 있는 진전이나, 줄의 앞자리를 주는 것이지 선로에 자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여유가 없는 선로에서는 맨 앞에 서도 접속이 되지 않는다. 시행령이 정할 주민참여 요건도 엄격해야 한다. 외부 사업자가 주민 명의를 앞세워 접속권을 선점하면 제도는 무너진다.
접속 지연은 곧 소득 손실이다. 설치비의 85퍼센트가 보조가 아니라 융자이므로 마을은 20년 동안 원리금을 갚아야 하고, 내년 시작되는 장기 경매제는 태양광 계약단가를 지금의 킬로와트시당 150원 수준에서 2035년 80원 아래로 낮추도록 설계돼 있다. 접속이 늦어지는 만큼 낙찰이 늦어지고, 낙찰이 늦을수록 단가는 낮아진다. 선정만 되고 배당이 나오지 않는 마을이 쌓이면 이 사업은 신뢰를 잃는다.
신안이 5년 동안 스물한 번 배당을 거르지 않고 386억 원을 군민 절반에게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배당을 크게 약속해서가 아니라 결산이익에 맞춰 정직하게 지급했기 때문이다. 승부처는 선정 숫자가 아니라 완공과 첫 배당이다.
그래서 네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선정 전에 접속을 확정하는 것이다. 마을이 부지와 조합을 갖춰 신청하면 한전이 접속 가능한 선로와 용량을 먼저 확인하고, 그 답이 없는 마을은 선정을 유보해야 한다. 선정한 뒤 접속을 알아보는 지금의 방식은 주민에게 희망을 팔고 실망을 돌려주는 것이다.
둘째, 선로를 새로 짓지 않고 여유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 배전선로에 저장장치를 붙이고 출력을 상한으로 제한하면 같은 선로를 여러 마을이 나누어 쓸 수 있다. 태양광의 첨두는 하루 몇 시간뿐이므로 그것만 깎아도 선로 이용률은 크게 오른다. 한전 이용규정의 개정만으로 가능하고 송전탑 하나 세우지 않는다. 정부가 7월 착수한 호남·제주 32개 배전선로의 배전망 저장장치와 마을 발전소의 입지를 한 도면에 놓으면, 햇빛소득마을은 계통의 짐이 아니라 계통의 자원이 된다.
셋째, 특별시가 시군구별 배전선로의 접속 가능 용량을 지도로 공개하는 것이다. 정보가 없는 주민은 주체가 될 수 없다.
넷째, 옛 전남 전역이 지정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의 직접판매 특례를 살려 마을 전기를 지역의 RE100 기업과 반도체 클러스터에 직접 공급하는 계약 모델을 특별시가 먼저 설계하는 것이다. 단가가 내려가는 시대에 마을 소득을 지키는 길은 지역 안에서 수요를 찾아 안정적으로 파는 것이다.
700이라는 숫자는 정부의 목표이지 마을의 목표가 아니다. 마을의 목표는 첫 배당이다. 주민이 주인이 된다는 것은 발전소를 어디에 지을지, 얼마에 팔지, 어떻게 나눌지를 주민이 알고 정하는 것이며, 정부와 특별시의 역할은 그 결정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할 수 있는 정보와 규칙과 금융을 마련하는 것이다.
700개의 발전소가 아니라 700개의 살아 있는 에너지공동체, 그것이 이 땅이 열어야 할 새 에너지 시대다. 그 일에 저도 힘을 보태고자 한다.
이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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