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 요구자본 중심 경영 요구…DB손보 “장기 안정성 훼손 우려”
IT자회사 DB FIS 영업이익률 30% 논란…사내 '부의 이전' 지적
사외이사 주주추천·IT 전문성 복원 요구…이사회 독립성 공방
사진=Gemini 생성
[ESG경제신문=김제원 기자] 오는 3월 20일 열리는 DB손해보험 제59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 DB손해보험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양측은 최근 공개 주주서한을 잇따라 주고받으며 ▲자본관리 및 주주환원 정책 ▲DB그룹 내부거래 구조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투자 의사결정의 투명성 등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얼라인은 지난 2월 자본 효율성 제고와 내부거래 관행 개선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보낸 데 이어, 12일 두 번째 서한을 발송하며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이에 DB손해보험 역시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서한을 통해 기존 자본관리 전략의 필요성과 그룹 차원의 경영 구조를 설명하며 반박에 나서는 등, 양측의 공방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핵심 경영 지표·주주 환원
보험사의 자본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를 둘러싼 시각 차이도 이번 갈등의 핵심으로 꼽힌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단순한 외형 성장보다 자본 효율성을 중심으로 경영 전략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DB손해보험은 특정 지표 중심의 경영이 오히려 장기적인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얼라인은 DB손보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매출 성장에 집중하기보다 투입된 자본 대비 수익성을 나타내는 ‘요구자본이익률(ROR)’을 핵심 경영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구자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등 잠재적 손실에 대비해 확보해야 하는 자본을 의미한다. 얼라인은 자본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줄이고, 위험 대비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자본을 집중하면 기업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DB손해보험은 ROR 중심의 경영 방식이 지나치게 단일 지표에 의존하는 접근이라고 반박했다. DB손해보험은 “ROR 중심의 자본 관리 정책은 경영의 유연성을 제약하고 장기적으로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보험업은 금리 변화나 규제 환경에 따라 변동성이 큰 산업이기 때문에, 특정 수익 지표보다는 종합적인 자본 관리 체계를 통해 지급여력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자본 운용 전략의 차이는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얼라인은 요구자본 증가율을 적절히 관리해 ROR을 높일 경우, 건전성 지표인 K-ICS 비율을 200% 이상 유지하면서도 연결 기준 50% 수준의 주주환원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메리츠금융지주나 삼성화재 등 동종 업계 수준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DB손해보험은 재무 안정성 유지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신용등급과 시장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K-ICS 비율을 200~220%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주환원율을 2028년까지 35%로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는 기존 로드맵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시장 예상보다 높은 주당 7600원의 배당을 결정하며 주주환원 확대 의지를 보였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IT 자회사 이익률 및 상표권 사용료 ‘내부거래’ 논란
내부거래의 공정성을 둘러싼 공방도 날카롭다. 얼라인은 그룹 IT 서비스를 전담하는 DB FIS의 10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약 30%로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쟁사인 현대HDS(1.7~1.9%) 등에 비교하면 현저히 높아, DB손해보험의 이익이 그룹 내 다른 회사로 이전되는 구조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그룹 매출의 90%를 기여하는 DB손보가 상표권을 독점 소유한 DB Inc.에 누적 2203억 원의 사용료를 지급하는 구조를 지적하며, 상표권 소유 구조를 DB손보와 DB Inc.가 공동 소유하는 '상표공동소유권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요 금융권 IT자회사 영업이익률 비교. 얼라인파트너스=ESG경제 정리
DB손보는 이에 대해 IT 서비스 가격은 시장 수준에 맞게 책정됐고, 높은 이익률은 유지보수(ITO) 중심의 사업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표권 역시 그룹 브랜드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DB Inc.가 보유하고 있으며, 사용료 역시 브랜드 강화에 재투자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 독립성 및 포르테그라(Fortegra) 인수
이사회의 구성과 투자 결정도 또 다른 쟁점이다. 얼라인은 주주가 직접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고, 이사회 역량구성표(BSM)에서 삭제된 'IT 역량'을 다시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달 얼라인은 DB손보에 감사위원 2인을 선임토록 제안하며, 민수아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와 최흥범 전 삼정KPMG 파트너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또한, 미국 보험사 포르테그라 인수가 과거 기업공개(IPO) 가격보다 최대 30% 비싼 가격에 이뤄졌다며, 기대 수익률(IRR) 등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라고 압박했다.
DB손보는 이번 주총부터 감사위원 2인을 분리 선임하여 일반 주주의 의사를 반영할 계획이며, 대표이사와 의장 역할 분리 등 지배구조 개선 역시 로드맵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포르테그라 인수는 해외 성장 기반 확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임을 강조했다.
한편,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서한을 보낸 12일 DB손해보험의 주가는 2.84% 감소해 17만 8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3월 16일 KRX시장 종가 기준 DB손해보험 주봉 차트. 자료=네이버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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