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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양준서의 정조준] 이재명의 하정우 '사수'...명청갈등 또는 약속대련?

네이버 출신 AI 전문가인 하 수석이 청와대(대통령실) AI 미래기획수석비서관으로 발탁된 시점은 지난해 6월 15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실 AI 미래기획수석 신설과 함께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센터장을 지내던...

[양준서의 정조준] 이재명의 하정우 '사수'...명청갈등 또는 약속대련?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 선언으로, 공석이 될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 지역 유일한 지역구를 두고 민주당이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함에 따라, ‘국가대표 AI 전문가’로 불리는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하GPT’로 불리는 하정우 수석은 정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네이버 출신 AI 전문가인 하 수석이 청와대(대통령실) AI 미래기획수석비서관으로 발탁된 시점은 지난해 6월 15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실 AI 미래기획수석 신설과 함께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센터장을 지내던 하정우 박사를 초대 수석으로 임명함으로써 “국가 최고 AI 책임자”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하 수석이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된 시점은 지난 3월 12일, 전재수 의원이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면담하고 나서부터다.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난 전 의원은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북갑의 후임자로 하 수석을 처음 거론했다.

이후 전 의원은 지난 2일 부산시장 출마 선언을 하면서 하 수석을 사실상 후보자로 언급했다. 부산시장 출마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새로운 접근 방식과 자세, 태도를 가진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기대한다”며 “하정우 대통령비서실 AI 미래기획 수석비서관 같은 사람이 좋다”고 말한 것이다.

다만 “제가 원한다고 하 수석이 출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본인의 바람에 불과할 뿐 강제적 요구는 아니라는 점도 덧붙인 것으로 보도됐다. 따라서 정식 공천 요청이 아니라 “이런 인물이 이상적이다”는 식의 후임 후보로 지목하는 형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의원이 하 수석을 지목한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세대교체·신선한 이미지 부각이다. 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북구·북갑에 “새로운 접근 방식과 태도를 가진 새로운 세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미래 전략 전문가로 청와대 안팎에서 ‘하GPT’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디지털·신기술 쪽 ‘신선한 이미지’를 갖춘 하 수석을 적임자로 꼽은 것으로 풀이된다.

둘째, 정치권·대통령과의 연결 고리이다. 하 수석은 이 대통령이 평소 ‘하GPT’라 부를 정도로 신임을 받고, 개혁·AI·미래전략 이슈에서 핵심 인물로 거론되는 위치에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전 의원은 ‘내가 떠나는 자리에 청와대 핵심 인사가 들어오면 지역구와 중앙, 특히 대통령과의 교류가 강화될 것’이라는 정치적 시너지를 기대했다는 해석이 많다.

셋째, 부산 북갑을 ‘전국적 스포트라이트’ 구도로 올리려는 취지이다. 전 의원 사퇴로 열리는 부산 북갑 보궐선거는 거물급의 출마 가능성이 언급되며 이미 정치권의 관심이 큰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 수석을 지목할 경우, 이 선거가 단순 지역구 보궐선거가 아니라 ‘AI·미래 전략’을 상징하는 국면으로 부각되는 점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부산 현안+미래전략”으로 남기려는 의도도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하 수석에게 한 발언이 정치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차 전체회의 자리에서 하 수석에게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면 안 된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하 수석이 보고를 마치자 “하GPT, 요새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누가 작업 들어오는 것 같은데…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면 안 된다”며 부산 북갑 보궐선거 출마설을 겨냥한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에 하 수석은 “그러게 말입니다, 할 일에 집중하겠다”고 답했고, 대통령의 '유임' 지시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의 뼈있는 농담 발언은 정치권에서 ‘하정우는 국회 선거로 나가지 말고 AI 정책에 남아달라’는 대통령의 비공식 메시지로 해석됐다.

반면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입장은 이와는 결이 다르다. 정 대표는 지난 8일 경북 상주시 모동면의 한 포도농장에서 ‘최근 당 사무총장이 하 수석을 만났는데 보궐선거 공천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김부겸 전 국무총리에 삼고초려를 했듯이 삼고초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저도 하 수석을 만날 생각”이라며 “당에서 공식적으로, 정식적으로, 공개적으로 출마 요청을 할 날이 조만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승래 사무총장은 지난 6일 하 수석을 만나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선 출마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수석 역시 지난 6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선 출마를 두고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고 인사권자의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북구갑 선거구는 제가 매일 놀던 곳”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부산 방문 당시 하 수석에게 "서울 가지 말고 고향(부산)에 계시면 어떠냐"라고 농담 섞인 권유를 했던 적이 있다. 전재수 의원 또한 하 수석이 자신의 고등학교 6년 후배라는 점 등 연고가 확실하다는 점을 강조한 상황이다. 따라서 민주당 내에서는 그를 부산 지역의 유력한 카드 중 하나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 대표가 하 수석에게 ‘러브콜’을 보낸 지 하루만에 이 대통령이 하 수석에게 ‘작업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취지의 뼈있는 농담을 던져, 이 대통령과 정 대표 간의 ‘명청갈등’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당이 대통령의 핵심 참모를 상의 없이 빼가려 하는 것에 대한 불쾌감 표시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정청래 대표는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얼마나 소중한 인재면 당에서 요청하겠느냐”며 물러서지 않는 기색을 보였다.

부산 탈환을 위해 '최강의 카드'를 쓰려는 정 대표의 당 지도부와, 국정 과제 수행을 위해 '핵심 인재'를 지키려는 이재명 대통령 사이의 미묘한 견해 차이가 드러났다는 것이 대다수 언론의 해석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고도의 ‘하정우 몸값 띄우기’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10일 채널A에 출연한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이 대통령과 하 수석 간의 약속대련”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이를 “이재명 대통령의 능청”이자 “우회적인 명픽(이재명의 픽)”이라고 분석했다. 인지도가 낮은 하 수석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며 사수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언론의 주목도를 높이고 ‘대체 불가능한 인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4월 30일 국회의원 사퇴 시한까지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당장은 붙잡는 척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적 행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당사자인 하정우 수석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하 수석은 9일 동아일보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당분간 청와대에서 더 일하고 싶다”면서도 “2028년 총선 정도 시점에서는 고향(부산)에 기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당장의 보궐선거 출마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지만, 정치권 투신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은 셈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결국 ‘부산 북구갑’이라는 전략적 요충지의 무게감에 있다. 현재 이 지역은 무소속으로 부산행을 택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출마설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으며, 박민식 전 의원 역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만약 국민의힘 측에서 한동훈-박민식 간의 교통정리에 실패하고,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암묵적 승인하에 하정우 수석을 전략 공천하게 된다면, 부산 북구갑은 단숨에 이번 보궐선거 최대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AI 전문가와 법조인 출신 대권 주자 간의 ‘미래 대 과거’ 프레임 대결이 성사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통령의 ‘작업 금지령’이 진심 어린 사수인지, 아니면 투입 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인지는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그와 동시에 하정우라는 인물이 이미 단순한 기술 관료를 넘어 여야의 정치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는 점이다. ‘하GPT’의 설계도가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향하게 될지 아니면 청와대에 남아 AI 강국의 밑그림을 계속 그리게 될지, 국민의 시선은 이미 부산 북구갑으로 향하고 있다.

양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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