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챗gpt 이미지=뉴스드림
애경그룹이 제주항공 유동성 확보에 전사적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항공의 비핵심자산을 내부거래를 통해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애경산업 매각 이후 제주항공이 사실상 애경그룹의 유일한 자금 조달 창구가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자회사인 퍼시픽제3호일반사모부동산투자유한회사(지분율 99.86%)가 영위하는 호텔사업을 그룹사인 마포애경타운에 처분키로 했다.
마포애경타운은 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가 지분 99.11%를 보유한 업체다. 양도가액은 540억 원이며, 매각 대상은 호텔사업 관련 자산, 계약 및 권리 등이다. 현금 유동성 확보와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치라는 게 제주항공의 설명이다.
AK홀딩스는 지난 2월에도 제주항공의 IT서비스 자회사인 에이케이아이에스(AKIS)의 비상장 주식 100%를 432억9000만 원을 투입해 매입할 계획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거래 목적은 '제주항공의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다. 당초 지난 4월에 매매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오는 6월로 연기됐다.
위 두 거래와 나이지리아 항공사인 'Air Peace Limited'에 항공기(B737-800NG) 3대를 매각키로 한 계약(1447억1925만 원)을 합산하면 올해 들어 제주항공이 확보한 현금은 약 2420억 원이다. 이 가운데 973억 원 가량은 제주항공이 보유하던 자산(AKIS 지분·호텔사업)을 지주사인 AK홀딩스가 받아주는 방식으로 유동성 지원이 이뤄진 셈이다.
이는 애경그룹 차원에서 제주항공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만한 대목이다. 이번에 제주항공이 그룹사에 처분한 대상은 부실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 AKIS는 그룹 내 IT서비스를 담당하는 계열사로, 2025년 매출 643억4614만 원, 당기순이익 43억7724만 원을 기록했다. 호텔사업 역시 흑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퍼시픽제3호일반사모부동산투자유한회사 지난해 순이익 57억5105만 원)된다.
안 되는 사업을 털어내는 게 아니라 단기간 내 현금화 가능한 비항공·비핵심자산을 그룹 내부거래를 통해 정리함으로써 제주항공이 유동성을 확보하고, 향후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낸 셈이다.
▲제주항공이 2026년 4월 2일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 중 일부 캡처.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뉴스드림
제주항공은 2024년 12월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참사로 실적과 재무구조가 크게 흔들렸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1116억6004만 원과 당기순손실 1164억56만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고, 같은 기간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은 각각 516.7%에서 754.4%로, 42.2%에서 33.4%로 악화됐다. 891억5160만 원 규모 이익잉여금(2024년 말 기준)은 227억7990만 원 규모 결손금(2025년 말 기준)으로 돌아섰다. 2026년 1분기 영업익 644억 원, 당기순익 12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별도기준 잠정치)을 달성하긴 했지만 여전히 회복해야 할 상처가 남아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제주항공의 부진은 그룹 전반에 충격을 줬다. 지주사인 AK홀딩스는 2025년 연결기준 1746억6600만 원 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165억8600만 원)보다 손실폭이 10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별도기준으로도 161억9900만 원의 순손실을 냈다. 7조5730억 원 규모 애경그룹 전체 자산(2026년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집단 재무현황 기준)의 30% 이상(2조3510억 원)을 차지하는 제주항공이 주춤한 결과라는 평가다.
다만, 애경그룹이 제주항공의 반등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가 실적 악화뿐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쇼핑몰 계열사인 에이케이플라자발(發)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반으로 확산되자 애경그룹은 지난해 그룹의 모태인 애경산업을 약 4700억 원을 받고 태광그룹에 매각했다. 애경산업은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회사인 동시에 든든한 현금 조달 창구였다. 애경산업이 태광그룹 품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인 2025년 10월 13일 기준, 애경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애경자산관리와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애경산업 주식 약 1550만 주를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해 2100억 원이 넘는 주식담보대출(주담대)을 실행했다. 애경그룹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에이케이플라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의 운전자금으로 활용해왔다.
이제 애경산업이 맡았던 역할은 제주항공이 일부 넘겨받는 모양새다. 지난 4월 2일 기준 AK홀딩스와 특별관계자가 주요계약을 체결한 제주항공 주식은 2960만2115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36.71%에 달한다. 특히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주식 2060만2115주를 담보로 설정해 1500억 원 규모 주담대를 받은 상태다. AK홀딩스가 보유한 전제 제주항공 지분(4061만8523주, 지분율 50.37%)의 절반 이상을 자금 조달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무안항공 참사 후 제주항공의 기업가치가 위축되면서 AK홀딩스가 감당해야 할 금융 비용이 커졌다는 데에 있다.
지난달 2일 AK홀딩스와 제주항공이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일반)'에 따르면 AK홀딩스는 KB증권에 제주항공 주식 779만8961주를 담보로 내놓고 500억 원을 빌렸다. 새로운 차입 계약이다. 이자율은 6.05%로 설정됐다. 기존 AK홀딩스의 제주항공 주담대에 적용된 금리(4.39~5.18%)와 비교했을 때 1~2%p 가량 이자 부담이 확대된 것이다.
이는 담보물인 제주항공의 주식가치가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KRX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주가(당월 말 종가 기준)는 2024년 11월 9780원에서 무안항공 참사 직후인 그해 12월 말 7500원으로 떨어졌다. 또한 앞선 보고서상 가장 과거에 이뤄진 AK홀딩스의 제주항공 주담대 갱신 당시(2025년 7월 하나은행·NH농협은행) 제주항공의 주가는 6790원이었는데, AK홀딩스가 KB증권과 신규 주담대 계약을 체결한 2026년 4월에는 5310원으로 21.80% 하락했다.
담보물로 맡겨진 주식 가격의 하락세가 뚜렷할 경우 금융사는 주담대 계약 연장 또는 신규 계약 시 금리, 담보유지비율 등을 채무자에게 보다 까다롭게 적용한다. 경우에 따라선 추가 담보 요청, 대출금 일부 상환, 반대매매(담보 주식 강제 처분) 등까지 이어질 수 있다. 현재(2026년 5월 13일 종가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제주항공 주식은 1주당 50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제주항공이 반등하지 않으면 애경그룹의 부담이 지속 확대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애경그룹이 생존을 위해서 담보로 내놓은 핵심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제주항공의 기업가치가 회복되지 않으면 애경그룹 입장에서 담보 여력과 차환 조건이 나빠질 것이고, 그만큼 애경그룹이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때문에 최근 제주항공의 비핵심자산 매각은 제주항공이라는 특정 기업 차원에서의 구조조정이라고만 볼 수 없다"며 "제주항공은 이제 애경그룹의 유일한 캐시카우이고, 마지막 보루다. 향후에도 제주항공을 향한 애경그룹의 지원사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뉴스드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