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대한산업보건협회 보건안전연구원장
▲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이미지. / 클립아트코리아
안전은 지자체가 시민에게 제공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도 고귀한 복지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자체장의 법적 책임이 강화된 것은 단순히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을 지키는 행정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라는 시대적 요구다. 이제는 구호에 그치는 안전이 아니라, 첨단 기술과 치밀한 관리 체계가 뒷받침된 ‘실천적 안전 행정’이 필요하다.
# 스마트 시티 기술: ‘보이지 않는 위험’을 읽어내다
과거의 안전 관리가 사고 발생 후의 신속한 대응에 치중했다면, 미래의 안전은 사고를 사전에 예측하고 차단하는 ‘지능형 예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 시티 기술이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 가상 모니터링: 도시 전체를 가상 세계에 복제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면 집중호우 시 침수 피해 지역을 미리 예측하거나, 화재 발생 시 최적의 대피 경로와 소방차 진입로를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한 실시간 관리: 육안 점검이 어려운 교량 하부, 노후 옹벽, 지하 공동구 등에 IoT 센서를 부착해 균열, 변형, 진동 등을 24시간 감시해야 한다. 이상 징후가 감지되는 즉시 관리자에게 알람이 전달되는 시스템은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핵심 열쇠다.
AI 기반 위험 감지 CCTV: 인공지능이 탑재된 CCTV는 인파 밀집 지역의 위험도를 분석하거나, 대중교통 역사 내 이상 행동을 감지해 범죄와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파수꾼 역할을 수행한다.
# 노후 인프라 집중 관리: ‘도시의 동맥경화’를 막아라
대한민국의 고도성장기에 구축된 기반 시설들이 이제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30년 이상 된 노후 인프라는 도시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한폭탄과 같다.
정밀 안전진단과 데이터 기반 관리: 단순한 정기 점검을 넘어, 주요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각 시설물의 이력과 상태를 데이터화하여 관리하는 ‘시설물 생애주기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보수·보강의 우선순위를 객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지하 매설물 통합 관리: 지반 침하(싱크홀)의 주원인인 노후 상하수도관과 가스관 등 지하 매설물에 대한 통합 지도를 작성하고, 노후 구간을 선제적으로 교체하는 과감한 예산 투자가 필요하다.
민관 합동 점검 체계 강화: 공무원의 전문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술사, 교수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관리 자문단’을 상설화하고, 현장 점검의 내실을 기해야 한다.
# 시민 참여형 거버넌스: ‘안전 파수꾼’의 활성화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메우는 것은 결국 시민의 눈이다.
안전신문고 및 시민 안전 신고제: 시민들이 일상에서 발견한 위험 요소를 스마트폰으로 즉시 신고하고, 처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강화해야 한다. 우수 신고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시민 참여를 유도하는 유인책도 필요하다.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예방 활동: 지역 사정에 밝은 주민들로 구성된 ‘자율방재단’이나 ‘안전보안관’의 역량을 강화해, 우리 동네 안전은 우리가 지킨다는 풀뿌리 안전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 결론: 리더의 의지가 안전의 수준을 결정한다
과거에는 화려한 랜드마크나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지자체장의 치적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시민들이 바라는 리더는 ‘나와 내 가족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리더다. 안전은 지자체가 제공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복지이자 최우선의 행정 서비스다.
중대시민재해 예방은 단순히 법적 의무를 피하기 위한 방어적 행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자체장이 직접 현장을 챙기고, 안전을 위해 예산과 인력을 아낌없이 투입하는 ‘안전 제일주의’ 리더십을 보일 때 조직과 시민이 움직인다.
첨단 스마트 기술로 위험을 예측하고, 노후한 시설을 꼼꼼히 관리하며 시민과 함께 안전을 감시하는 삼박자가 맞물려 돌아갈 때 우리 도시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안전 지대가 될 수 있다. 사고는 우연히 발생하지만, 안전은 치열한 노력과 준비 끝에 얻어지는 값진 결과물이다. 오늘 우리가 뿌린 안전의 씨앗이 내일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안전에는 베테랑이 없다’는 겸손한 자세로, 늘 깨어 있는 감각으로 현장을 살펴야 한다.
▲ 박영수 대한산업보건협회 보건안전연구원장
사고가 터진 뒤의 수습보다는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선제적 안전 행정’이야말로 이 시대 지자체장에게 요구되는 가장 시급한 시대정신이다. 안전한 도시는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단체장의 강력한 의지와 치밀한 실행력, 그리고 시민의 참여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우리는 중대재해 없는 안전한 공동체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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