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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홉 명인의 예술, 나눔이 되다...'경기명인 이음나눔전'

보리 줄기에 천연염색으로 입힌 색이 캔버스 위에서 하나의 화면을 만든다. 일부 밑작업의 경우엔 제주도에 직접 내려가 천연 염색한 재료를 캠퍼스 틀에 씌어서 완성했다. 바로 보릿대를 주재료로 삼은 이수진 보리아트 명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1일 개막한 ‘경기명인 이음나눔전’에는 김주연 전통서각, 나정희 규방공예, 박미성 펫자수, 배성주 복식·침선, 유숙자 자수·전통문양, 이병연 목가구자수, 이수진 보리아트, 이유미 한지빔지공예, 홍수정 통가죽조형 명인 등 9명이 참여하고 있다. 최영재기자

보리 줄기에 천연염색으로 입힌 색이 캔버스 위에서 하나의 화면을 만든다. 일부 밑작업의 경우엔 제주도에 직접 내려가 천연 염색한 재료를 캠퍼스 틀에 씌어서 완성했다. 바로 보릿대를 주재료로 삼은 이수진 보리아트 명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다.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이음갤러리에 서로 다른 재료와 작업 활동을 펼쳐온 경기지역 명인 9명이 모였다. 지난 1일 개막한 ‘경기명인 이음나눔전’을 통해서다.

전시에 참여한 명인은 김주연 전통서각, 나정희 규방공예, 박미성 펫자수, 배성주 복식·침선, 유숙자 자수·전통문양, 이병연 목가구자수, 이수진 보리아트, 이유미 한지빔지공예, 홍수정 통가죽조형 명인 등이다.

이수진 보리아트 명인은 천연염색한 보릿대를 주재료로 삼은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최영재기자

서로 다루는 재료와 기법은 다르지만 이번 전시에서 작품은 한곳으로 향한다. 명인들은 판매된 작품 수익금의 30%를 지역사회 나눔에 사용하기로 했다. 전시를 축하하는 화분이나 화환 대신 쌀과 라면도 기부받아 이웃을 돕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수진 명인은 “이번 전시를 통해 모인 판매 수익금을 좋은 일에 사용하고 싶다”며 “특히 교육을 받고 싶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놓인 작품에는 명인들이 지나온 시간도 함께 담겨 있다.

박미성 펫자수 명인은 반려동물을 실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최영재기자

30여 년간 자수를 놓아온 박미성 펫자수 명인은 14년 전 우연히 반려동물을 실로 표현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났다. 이전까지는 뭔가, 다른 이를 따라가는 것 같다는 고민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된 작업은 길에서 만난 동물 등으로 확대됐고, 지금까지 제작한 작품만 200여 점에 이른다.

박 명인이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털이 아니라 눈이다. 사진 속 눈동자를 최대한 확대하고, 그 안에 비친 빛을 가느다란 실 한 올씩 쌓아 표현하는 방식이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같은 작업을 바라보는 마음도 달라졌다는 박 명인은 “작품 속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뒤늦게 깨달은 마음을 ‘너는 나만 바라보고 있었구나’라고 표현했다”며 “이제 펫자수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품인 동시에 나 자신에게 상실을 견디고 마음을 추스르는 과정이 됐다”고 털어놨다.

나정희 규방공예 명인은 실패에 자투리 비단을 입혀 재탄생시킨 작품들을 내놓았다. 최영재기자

어린 시절 할머니가 베를 짜고 바느질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나정희 규방공예 명인은 아홉 살 무렵부터 자연스럽게 천과 실을 가까이했다. 이후 조각보 등 규방공예 작업을 25년 넘게 이어왔다.

나 명인은 비어버린 ‘실패’를 바라보다 가족과 자식을 위해 살아온 여성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했다.

“실패를 보는 순간 여자의 일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 아이한테 옷을 한번 입혀보자고 생각했죠.”

그녀의 손에 의해 자투리 비단을 입은 실패는 저마다의 개성이 담긴 작품으로 재탄생됐다. 버려질 재료에 다른 색과 모양을 입히는 작업에는 어린 시절 할머니 곁에서 비단 조각을 모아 인형 옷을 만들던 기억도 함께 담겨 있다.

유숙자 자수·전통문양 명인은 돌을 맞은 여자아이에게 씌웠던 굴레와 오곡주머니, 전통 방한모 등을 자수로 되살린 작품을 선보인다. 최영재기자

유숙자 자수·전통문양 명인의 작업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만난다. 돌을 맞은 여자아이에게 씌웠던 굴레와 오곡주머니, 전통 방한모 등을 자수로 되살리고, 전통 문양을 넥타이 등 현대 생활용품에 옮기기도 한다. 최근에는 버려지거나 훼손되는 옛 병풍의 자수를 모아 새로운 작품이나 의상으로 되살리는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배성주 복식·침선 명인은 유물과 출토복식 등을 토대로 옛 옷을 재현하는데, 기계가 아닌 손으로 옛 바느질 방식을 좇는다. 작품 하나에 짧게는 한 달, 여유를 두고 작업하면 두 달가량이 걸린다고 한다.

배 명인은 “옛것과 똑같이 재현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전부 손바느질로 한다”고 설명했다.

배성주 복식·침선 명인은 유물과 출토복식 등을 토대로 옛 옷을 재현한다. 최영재기자

이수진 명인은 “이번 전시를 한 차례 행사로 끝내지 않고 내년까지 나눔을 이어갈 수 있는 전시로 계속해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경기명인 이음나눔전’은 오는 18일까지(월요일 휴관) 계속되며, 전시 기간 배성주 명인의 침선 체험과 이수진 명인의 보리아트 체험도 마련된다.

이수진 보리아트 명인은 천연염색한 보릿대를 주재료로 삼은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최영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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