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경 아크릴 부대표 (사진=이지혜 기자)
"GPU가 많이 들어올수록 저희가 필요해집니다. 하드웨어는 사도 소프트웨어로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가 결국 인공지능(AI) 경쟁력이거든요. 그 답을 가진 곳이 대한민국에서는 아크릴입니다."
14일 방문한 아크릴 서울 사무실 곳곳에는 머리에 왕관을 얹은 갈매기 캐릭터가 그림으로, 커다란 인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소설 '갈매기의 꿈' 속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에서 이름을 딴 AI 플랫폼 '조나단'의 마스코트다. 한계에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차원에 도달한다는 정신처럼 아크릴은 2011년 감성 멀티모달 AI 기술로 출발해 대한민국 제1호 AX 인프라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입성한 신생 상장사지만 업황의 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불고 있다.
이 말을 꺼낸 건 아크릴의 경영·재무 전략을 총괄하며 파인헬스케어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신현경 아크릴 부대표다. 의료·헬스케어 사업을 병행해온 신 부대표는 정부가 2030년까지 엔비디아와 손잡고 26만장의 GPU를 국내에 들여오겠다고 선언한 지금 GPU 최적화 기술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GPU 26만장 시대, 아크릴이 주목받는 이유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올해 초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AI 인프라를 에너지, 칩·컴퓨팅,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AI 모델,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어지는 '5단 케이크'에 비유하며 AI 인프라 전반에 걸친 대규모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GPU 공급 시장은 2024년 873억 달러에서 2030년 2280억 달러로 연평균 17.3% 성장이 전망된다. 아크릴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 케이크의 2~3단, GPU 인프라 최적화 영역에서 국내 유일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크릴의 사업 축은 GPU 최적화 솔루션 GPUBASE를 포함한 범용 AX 플랫폼 '조나단'과 헬스케어 특화 플랫폼 '나디아'로 나뉜다. 핵심 제품 'GPUBASE'는 GPU 활용률을 기존 50~70%에서 8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추가 하드웨어 없이 연산 효율을 극대화해 고객사의 비용과 시간을 동시에 절감하는 구조다. 서버용 GPU 1대당 약 5000만원으로 계산하면 약 13조원 규모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경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크릴의 타깃 시장 규모를 약 1조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아크릴은 현재 글로벌 1·2위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CSP)과 협력해 'K-Scale Evaluation'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31일 공식 착수한 이 프로젝트는 상반기 중 GPU 1000장 규모 클러스터 안정성 시험을 마치고 연내 3000장 이상으로 검증 범위를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한 실증을 넘어 국내외 CSP·데이터센터 영업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GPUBASE 라이선스 매출 확대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프로젝트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전자가 지분 8%를 보유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고객 성과가 먼저…170건 레퍼런스가 증명
아크릴의 통합 AX 인프라 플랫폼 '조나단(JONATHAN)', 헬스케어 특화 플랫폼 '나디아(NADIA)' (자료=아크릴 IR북)
아크릴의 영업 방식은 화려한 기술 시연보다 고객사가 실제로 쓸 수 있는 AI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개념검증(PoC)도 유료로만 진행하는 원칙을 고수한다.
신 부대표는 "저희가 고집하는 게 있다"며 "AI 프로젝트는 데이터도 있어야 되고 고객사도 함께 움직여야 하기에 그 과정을 진지하게 같이 하는 고객과 일한다"고 말했다.
170건 이상의 산업 특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쌓은 레퍼런스가 그 철학의 결과물이다. 헬스케어, 공공,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검증을 마쳤고 강원대병원과 의료 AI MOU를 체결했으며 삼성서울병원에는 조나단을 공급했다.
실적도 가시화되고 있다. 신 부대표는 "올해 수주 계약이 작년 전체를 이미 넘었다"고 밝혔다. 공모자금도 GPU 서버 및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등 핵심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신 부대표의 설명이다.
◆"인공지능 병원이 목표"…글로벌 헬스케어로 확장
아크릴의 또 다른 성장축은 헬스케어다. 플랫폼 '나디아'를 통해 응급의학과·비뇨기과·피부과 등 전문의 AI 에이전트 개발을 추진 중이고, 최근에는 조나단 플랫폼을 로봇 시스템과 연동하는 피지컬 AI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신 부대표는 2035년 이후 의사 인력 부족이 본격화되고 2040년에는 최대 1만 명 규모의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전문 분야의 세분화로 환자 1인당 필요한 의료진은 오히려 늘어나 의료 생산성은 감소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할 현실적인 대안으로 AI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헬스케어 AI 시장은 2024년 265억 달러에서 2030년 1876억 달러로 연평균 38.5% 성장이 전망된다. 우즈베키스탄 등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를 먼저 공략하고 5년 후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로드맵도 구체화됐다.
신 부대표는 "저희를 믿어주시는 투자자분들이 회사의 성장을 먼저 봐주신다"며 "그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후 3개월 오버행 종료 시점에도 주가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아크릴 주가가 2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강 연구원은 "아크릴은 국내 유일의 GPU 인프라 최적화 솔루션 기업으로 대규모 GPU 국내 유입의 직접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강 연구원은 GPU 국내 도입 지연, RoCEv2 전환 둔화 등을 잠재적 리스크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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