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원서 접수 사설업체가 대행
공정성·안정성 갖춘 대책 마련을
최소 160억 원과 140억 원, 대입 원서 접수 대행업체인 유웨이어플라이와 진학어플라이의 최근 연간 매출 규모입니다. 영업이익률도 10%를 웃돕니다. 비슷한 규모의 제조업체 평균 영업이익률이 4% 미만인 데 비하면 두 배가 넘습니다. 그러나 유웨이어플라이는 지난 몇 년 동안 시스템 관련 투자를 줄였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유웨이어플라이의 서버 등이 포함된 시설장치 취득원가는 2018년 3월 약 7억 3000만 원에서 2025년 3월 약 1억 1000만 원으로 급감했습니다. 결국 올해 수시 원서 접수 마감 10여 분을 앞두고 서버가 마비되며 대혼란과 공정성 시비로 이어졌습니다. 서버 오류로 원서를 접수하지 못한 수험생을 교육부가 구제하기로 하자 이에 반발해 결성된 ‘수시 원서접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수험생 연대’는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마감 시간 이후 접수된 수시 원서의 전면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웹사이트와 학교에서는 마지막에 서버가 마비될 수 있으니 미리 접수하라고 여러 차례 안내했다고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감 때 몰리는 트래픽까지 고려해 충분한 서버 용량과 장애 대응 체계를 마련했어야 마땅합니다. 어느 시험장의 시계가 고장 나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일찍 울렸다고 할 때, 감독관이 답안지를 걷어가는 중에도 답을 적은 수험생이 있다면 그것은 시험장의 잘못일까요, 수험생의 잘못일까요? 또, 시험장 시계를 믿고 급히 답안지를 제출하느라 문제를 다 못 푼 학생의 손해는 누가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요?
이 사태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가 있다면 아마 교육부 관계자일 것입니다. 교육부는 중등교육에서 고등교육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총괄할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민간 사설 업체에 외주화함으로써 문제의 책임에서 비켜나 있습니다. 대행업체들은 대학과 개별적으로 계약한다는 이유로 교육부의 직접적인 감사·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한국처럼 전국 대학의 원서 접수 시장을 사설 업체가 독과점하는 구조는 주요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영국과 미국은 비영리 기관이, 프랑스는 정부가 전국 단위의 통합 원서 접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래 각 대학 소관이던 대입 원서 접수를 사설 업체가 맡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 종이 원서를 인터넷으로 대체하던 무렵부터입니다.
사설 업체 원서 접수 대행 체계는 이미 여러 번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2005년과 2011년에도 서버 마비, 정전으로 원서 접수 차질이 있었고, 대행업체와 대학 간 불공정 거래도 있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두 업체가 원서 접수 대행 계약을 체결·유지하기 위해 2013년부터 10여 년간 모두 137개 대학에 96억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2013년 정부가 대입전형 종합지원시스템을 구축하려 했지만, 두 업체가 계약서상 사전 협의 조항을 근거로 구축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공공 체계 마련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후 민간 대행업체가 수십 년째 대입 원서 접수를 양분하면서 그 부담과 피해는 고스란히 수험생이 졌습니다.
더 이상 ‘대학과 민간업체 사이의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 당국이 책임을 회피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이달 17일 교육부는 정부가 직접 원서 접수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대입 업무를 민간에 맡기면서도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지금의 체계는, 자율이라는 이름의 방임이 키운 괴물입니다. 공정성과 안정성을 최우선에 두고 정부가 이제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합니다.
/권희경 국립창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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