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규 한국투자증권 PB전략본부 상무
한때 ‘10억 자산가’가 재테크의 종착지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고액 자산가(HNW)는 단순한 자산 관리를 넘어 삶 전반을 조율해줄 코디네이터를 찾는다. 이들에게 ‘위험 대비 수익’은 출발점일 뿐, 더 중요한 것은 자산의 지속성, 세대 간 이전, 그리고 삶의 질이다.
이 변화는 금융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 부자들의 금융은 속도 경쟁에서 품격 경쟁으로 이동했다. 수익률보다 고객의 시간·취향·가치관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가 기준이 됐다. 새로운 부유층(New Rich) 역시 ‘얼마를 벌 것인가’보다 ‘자산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묻는다. 이는 라이프스타일과 정서, 사회적 관계까지 아우르는 확장형 자산관리로 전환을 요구한다.
이 흐름은 더는 부유층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마존 프라임이 배송과 콘텐트를 묶고, 토스와 카카오뱅크가 자산관리와 생활금융을 연결하듯, AI와 구독 경제는 컨시어지의 문턱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컨시어지 금융’이 부상한다. 본질은 ‘실현’이다. 돈을 불리는 데 그치지 않고, 부와 삶을 하나의 체계로 엮어 관리하는 것. 금융이 ‘상품’을 넘어 ‘철학’을 제시할 때 고객 충성도가 형성된다. AI가 초개인화를 가능케 했지만, 핵심은 여전히 신뢰와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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