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시작, 연내 AI 쇼핑 에이전트 도입.. 2027년 상용화
월마트 사례 벤치마킹해 초개인화·물류 혁신 동시 겨냥
플랫폼 주도권·데이터 통합·수익성 검증은 과제로 남아
2026년 4월 6일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진행된 신세계그룹과 오픈AI의 ‘AI 커머스 사업협력’ 업무협약식에서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사장, 오른쪽에서 3번째), 김경훈 오픈AI 코리아 총괄대표(오른쪽에서 4번째) 등 주요 관계자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신세계
신세계그룹이 오픈AI와 손잡고 'AI(인공지능) 커머스' 시장 선점에 나섰다. 월마트식 AI 전환 모델을 한국 시장에 접목해 쿠팡 중심의 온라인 유통 질서에 반격을 시도한다.
단순 추천 서비스를 넘어 챗GPT 대화창에서 상품 검색부터 장바구니 구성, 결제, 배송 예약까지 이어지는 ‘완결형 AI 커머스’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신세계그룹은 6일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오픈AI와 ‘AI 커머스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에는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사장)과 김경훈 오픈AI 코리아 총괄대표 등이 참석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신세계그룹의 AI 커머스 본격 도입, AI 쇼핑 에이전트 개발, AX(AI Transformation·인공지능 전환) 협력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협업은 이마트를 시작으로 그룹 전반으로 확대된다. 신세계그룹은 연내 이마트 앱에 ‘AI 쇼핑 에이전트’를 탑재하고, 2027년에는 챗GPT 기반의 차세대 AI 커머스 모델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소비자가 “내일 저녁 가족식사 메뉴를 준비해줘”라고 입력하면 AI가 필요한 상품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와 배송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는 상품 추천 고도화에 그치지 않고 쇼핑의 전 과정을 대화형 인터페이스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존 이커머스 경쟁이 가격과 배송 속도, 상품 구색 중심이었다면 AI 커머스 경쟁은 고객의 구매 결정 과정 자체를 누가 먼저 장악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고 상품을 비교하는 방식 대신 AI가 생활 맥락과 취향을 읽어 먼저 제안하는 구조가 자리 잡을 경우 유통 플랫폼의 경쟁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신세계가 내세운 청사진은 미국 월마트의 최근 행보와 닮아 있다. 월마트의 AI 비서 ‘스파키(Sparky)’ 이용 고객은 일반 고객보다 평균 구매 금액이 35% 높았다. 단순 검색이 아니라 고객의 과거 구매 패턴과 리뷰를 반영해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면서 객단가를 끌어올렸다.
신세계가 이마트 앱에 도입하려는 AI 쇼핑 에이전트 역시 고객 구매 이력과 선호를 바탕으로 초개인화된 장보기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류 효율화도 핵심 축이다. 월마트는 AI 기반 공급망 자동화와 차세대 풀필먼트센터 운영을 통해 배송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신세계가 이번 협약에서 강조한 AX의 실질적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
AI 커머스는 겉으로는 대화형 쇼핑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실제 경쟁력은 추천 정확도뿐 아니라 재고 예측, 배송 동선 최적화, 고객 응대 자동화 등 운영 효율 전반에서 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이마트, SSG닷컴, 스타벅스 등 다양한 고객 접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팡이 로켓배송과 앱 중심의 온라인 쇼핑 경험으로 시장을 재편해 왔다면, 신세계는 오프라인 매장과 식품 경쟁력, 계열사 데이터를 결합해 다른 방식의 경쟁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장보기와 식품 구매는 반복성과 정기성이 높아 AI 추천 효과를 검증하기에 적합한 영역으로 꼽힌다.
쿠팡과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쿠팡이 빠른 배송과 높은 앱 체류시간, 멤버십 기반 락인 효과를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키워왔다면, 신세계는 오픈AI와의 협업을 통해 ‘검색-추천-구매’ 과정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려는 모습이다.
쿠팡이 ‘빠르고 익숙한 쇼핑’을 고도화해 왔다면, 신세계는 ‘대화형으로 알아서 해주는 쇼핑’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하는 셈이다.
다만 과제도 있다. 월마트 사례에서도 보듯 챗GPT 안에서 바로 결제하는 방식이 곧바로 높은 구매 전환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소비자는 여전히 상품 이미지와 가격 비교, 리뷰 확인이 가능한 익숙한 화면에서 더 큰 신뢰를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AI 기술은 접목하되 실제 구매는 자사 앱과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는 방식이 유력하다.
계열사별로 흩어진 데이터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구매 이력과 선호, 재고, 배송 정보가 정교하게 맞물려야 초개인화 추천의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투자 부담과 개인정보 활용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이번 협업은 국내 유통업계에서 상징성이 작지 않다. 생성형 AI가 검색과 업무 지원을 넘어 실제 쇼핑과 결제 영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국내 유통업계의 AI 활용이 수요 예측이나 챗봇, 상품 추천 수준에 머물렀다면 신세계는 쇼핑 경험 전체를 바꾸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오픈AI와 손잡은 국내 유통사 첫 사례라는 점도 업계의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결국 승부는 기술 제휴 자체보다 실제 고객 경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AI 커머스는 고객이 검색을 덜 하고도 원하는 상품을 더 정확하게 고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신세계가 오프라인 거점과 식품 경쟁력, 계열사 데이터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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