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남매경영 2년 성과 분석···자회사 성적이 승패 갈라
'본업 부활' 정용진의 이마트 v s '실리 재편' 정유경의 신세계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왼쪽)과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원본사진=신세계 그룹
| 스마트비즈 = 양대규 기자 |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신세계의 계열분리를 선언한 지 약 2년이 흘렀다. 이명희 총괄회장의 지분 정리와 함께 장남 정용진 이마트 부문 회장과 딸 정유경 ㈜신세계 부문 회장이 각자의 돛대를 쥐고 독자적 행보를 가동해 온 기간이다.
남매는 각각 오프라인 본업 경쟁력을 극대화하며 역사적인 실적 턴어라운드와 분기 최대 실적을 이끌어냈다. 연결 자회사의 체질 개선 성과와 지분 배치의 효율성 측면을 비교하면 시장의 가치 평가와 실효 수익 측면에서 정유경 회장이 일부 판정승을 거뒀다.
둘 다 오프라인 본원 경쟁력에서 높은 성과 보여
18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남매 독자경영 체제의 기틀은 지분 정리로 완성되었다. 정용진 회장은 2025년 2월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 10% 전량을 시간외 거래로 추가 매입하여 지분율을 28.85%로 끌어올렸다. 정유경 회장도 같은 해 4월 모친이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 지분 10.21%를 증여받으며 지분율을 29.15%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편의점, SSM 및 이커머스를 거느린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패션, 면세점, 리빙 중심의 ㈜신세계 부문의 지배구조 구획이 명확해졌다.
이마트 2026년 1분기 연결 실적 요약/자료=이마트 IR
계열분리 이전인 2023년 이마트는 연결 기준으로 순매출 29조4722억원을 기록했다. 자회사 신세계건설의 분양 부실 등의 이유로 469억원의 연결 영업적자를 남기며 사상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정용진 회장은 취임 직후 가격·상품·공간 혁신을 앞세워 2024년 영업이익 200억3500만원으로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구조조정 효과로 지난해는 연결 매출액 28조9704억원에 전년 대비 584.8% 급증한 영업이익 322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9% 늘어난 1783억원을 기록해 2012년 이후 14년 만에 1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 부문은 백화점 중심의 명품 럭셔리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한층 견고한 실적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2023년 연결 매출액 11조1322억원, 영업이익 6398억원을 올린 후, 고정비 투자와 경기 둔화 여파로 2024년 영업이익은 4770억원으로 축소되었으나 외형 성장은 지속했다.
지난해는 연간 총매출액 12조77억원을 기록해 역사상 최초로 매출 12조원 고지를 정복했고, 영업이익도 4800억원으로 견조한 성장을 보였다. 올해 1분기는 외국인 관광객 소비 급증세에 편승해 연결 매출액 3조2144억원, 영업이익 1978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찍었다.
신세계백화점 2026년 1분기 연결 실적 요약/자료=신세계백화점 IR
주요 자회사 운용과 포트폴리오 재편에서 나뉜 명암
남매 모두 본업에서 영업력 강화라는 성과를 입증했다. 차이는 자회사 관리 역량에서 나타났다.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부문은 오프라인 점포 통합 소싱을 통해 이마트의 매출원가율을 2023년 70.33%에서 지난해 68.61%까지 개선했다. 자회사 트레이더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93억원을 달성하며 견조한 실적을 보였다. 다른 연계 계열사에서 수익률 좋지 않았다.
올해 1분기 기준, SCK컴퍼니(스타벅스)는 원가 압박 탓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7% 하락한 293억원에 그쳤다. 이마트24는 10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가 지속됐다. SSG닷컴도 분기 매출액이 9.6% 감소하며 219억원의 영업적자를 보였다. 자본 잠식 직전에 놓인 신세계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이마트는 최근 명일점 부지 등 현물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재무적 수혈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마트 주요 자회사 실적/자료=이마트 IR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 부문은 비핵심 자산 조율 및 내부 거래 시너지 부문에서 높은 성과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정 회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산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자주(JAJU)'를 940억원의 조건으로 신세계까사에 일괄 양도했다. 이번 포트폴리오 조율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재무 건전성을 보강했고, 패션·코스메틱 역량에 집중하게 만든 발판이 됐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2.6% 급증한 성적을 보였다.
자주 사업을 통섭한 신세계까사 역시 매출액이 1114억원으로 78.8% 늘어 영업이익 13억원으로 확실한 흑자를 거뒀다. 중국 보따리상 의존도를 탈피해 개별관광객(FIT) 중심으로 구조를 다잡은 신세계디에프(면세점)도 106억원의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흑자에 안착했다.
신세계백화점 주요 자회사 실적/자료=신세계백화점 IR
자본시장의 지표 분석과 비전도 '정유경 승'
실리적 재편과 높은 수익성은 금융투자와 자본시장에서도 평가를 갈리게 하는 요인이 됐다. 매출 규모에서는 28조원대의 이마트가 12조원대의 신세계를 압도하고 있지만 시장 가치는 내실이 앞선 신세계로 쏠렸다.
이달 기준 한국거래소에서 신세계의 시가총액은 4조5000억원을 상회했으나 자회사 적자 관리 리스크가 상존하는 이마트의 시가총액은 약 2조9000억원 선을 유지했다. 신용도 평가에서도 한국신용평가 기준 이마트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2024년 3월 'AA-/안정적'으로 한 단계 강등당했다. ㈜신세계는 현재까지도 우량 지표인 'AA/안정적' 등급을 꾸준히 유지하며 우수한 조달 경쟁력을 보였다.
앞으로 남매가 추진할 사업 비전도 분할 자회사들의 자생력 유지와 밀접하게 연관될 전망이다.
이미지=챗 GPT 생성
정유경 회장은 자주(JAJU) 인수를 완료한 신세계까사를 오는 2030년까지 연 매출 8000억원대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육성하며 시그나이트 CVC를 통한 뷰티 테크 투자에 힘을 싣는 구조적 정교화를 꾀하고 있다.
정용진 회장은 온라인 합작법인(JV) 전환을 통해 G마켓을 연결 자회사에서 편출시키며 선제 조치했으나 3년 이내에 1조1500억원 규모의 금융권 담보 성격 투자 자금이 묶여 있는 SSG닷컴의 본원 기업가치를 증명하고 리스크를 회수해 내야 하는 장기 상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세계 남매 경영 2년의 성적표는 '외형 회복'과 '내실 관리'라는 서로 다른 해법으로 귀결된다. 정용진 회장이 대형마트 산업 침체 속에서도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을 되살리며 턴어라운드를 만들어냈다면, 정유경 회장은 자회사 구조 정리와 수익성 중심 재편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 궤도를 구축했다.
앞으로 승부는 단기 실적보다 각 사업군의 지속가능성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마트 부문은 온라인 사업 정상화와 건설·편의점·커피 등 연결 자회사의 체질 개선이 기업가치 반등의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신세계 부문은 이미 안정화된 백화점 수익 구조 위에서 라이프스타일·뷰티 투자 성과가 실제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유통업 전반이 소비 둔화와 플랫폼 경쟁 심화라는 구조적 변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남매 경영은 이제 본격적인 성과 검증 국면에 들어섰다. 시장은 매출 규모보다 자회사 관리 능력과 자본 효율성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의 흐름만 놓고 보면 실리 중심 전략을 택한 정유경 회장이 한 발 앞선 모습이다.
유통 산업 특성상 경기 사이클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평가가 빠르게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남매 경영'의 최종 승부는 아직 진행형이다.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는 경쟁이 아닌 각자의 생존 전략을 검증하는 장기 레이스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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