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현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전기차 사업으로 주목을 받던 30대의 일론 머스크는 2009년 한 인터뷰에서 미래를 다음과 같이 예언했다. 화석 연료의 소멸, 인간에 대한 AI의 위협, 우주 발사체의 재사용, 완전 자율주행 전기차의 출현 등이 그것이다.
2026년 현재 주변을 둘러보면 조롱받던 그의 예언 대부분이 현실화 됐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그를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변화를 건물과 도시의 에너지 분야에 대조해 보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기열원 히트펌프의 확대도 예견된 미래다. 보일러와 같은 전통적인 내연기관이 빠른 속도로 전기 또는 화학 방식으로 대체되는 것은 시간문제 수준이 아님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 3월 10일 정부가 법률 개정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범위를 기존 지열, 수열에서 공기열까지 확장하고 새로운 플레이어의 시장 진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대기온도를 채열원으로 압축기를 구동하는 공기열원 히트펌프는 기존 에어컨에 4Way 벨브가 추가된 파생 기술로서, 이미 주택 이외의 업무용, 상업용 건물의 일반적인 냉난방 시스템으로 설치됐다.
그러나 이번 법률 개정을 통해서 공기열원 히트펌프가 재생에너지로 분류됨에 따라 주택 부문까지 대상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고, 기존의 신재생 에너지 시장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분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공기열원 히트펌프의 시장 진입은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ZEB 정책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며, 친환경 설비의 확대 측면에서 명과 암이 존재함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선 어두운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플레이어의 시장 진입은 기존 시장의 축소와 함께 관련 기술의 개발 동력이 위축되는 현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일례로, 에너지 자립률 확보 측면에서 성능과 유지관리보다는 설치 중심으로 확장되었던 BIPV, 연료전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이 예상되며, 관련 산업의 육성과 기술개발에 대한 추진력도 소실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에너지의 일종인 연료전지는 안정된 발전과 배열회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설치에 적합한 건물의 용도가 분명히 존재하며, 정부의 수소 산업 육성과도 배치될 수 있는 만큼 해당 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면밀하고 촘촘한 검토가 필요하다.
반면 건축주는 기존에 설치하던 설비가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공사비 증가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투입된 비용에 상응하는 만큼의 효율과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측면에서 환영받을 일이다.
특히 전통적인 주택 부문의 내연기관을 대신하는 소위 전전화 주택이 확대될 경우 탄소배출 억제에 직접적이고 긍정적 역할로 이어질 수 있으며, 최근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도 궤를 같이한다.
더불어 태양광, 지열 등의 설치 축소는 건물의 활용성을 높이고 건축 설계의 자율성을 강화함으로써, 건축적인 기능 향상과 함께 심미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등 건축이 가지는 철학적 가치를 높이는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요약해 조심스럽게 판단해보면 공기열원 히트펌프의 신재생 에너지 시장 진입은 산업간의 유불리를 떠나서 피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다.
다만 정책의 속도와 현장 속도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문제가 정책의 완성도 뿐만 아니라 유관 산업에도 큰 혼란을 유발하는 만큼 정책 입안자들은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례로 공기열원 히트펌프가 주택 부문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건축, 기계설비, 전기, 통신 등의 공종별 설계 기준의 정립과 함께 기존 법 제도와의 상충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따져볼 수 있는 현장의 시간이 담보돼야 한다.
더불어 주택에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의 다양화, 품질 확보 등도 주택의 전전화를 위해 선결돼야할 문제이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주차장에 자리가 없으면 주차를 할 수 없듯이 좋은 정책이 우리 곁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지나치리만큼 충분한 숙의와 검토를 통해 주차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할 것이다.
끝으로 새 기술의 도입과 시장 참여는 언제나 적든 크든 기존 기술과의 충돌과 갈등으로 이어졌다. 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러한 갈등이 결과적으로는 인류 진화의 원동력으로 작용되는 것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엿볼 수 있다.
따라서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한 소모성 싸움보다는 산업의 전환과 기술의 진화에 순응해 건설적인 방안을 세심하게 모색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승자가 되는 과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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