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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군정담] 채무 '7조'와 채무 '0'…재정운용의 원칙이 만든 '차이'

같은 경기도 안에 두 개의 숫자가 있다. ‘7조’와 ‘0’이다. 경기도가 최근 밝힌 7조 원대 상환 부담과, 성남시가 지방채 1천120억 원을 조기 상환하며 만든 ‘채무 0’이다. 체급이 다른 두 살림을 나란히 놓자는 것이 아니다. 광역과 기초는 살림 규모도, 맡은 사무도 다르다.

같은 경기도 안에 두 개의 숫자가 있다. ‘7조’와 ‘0’이다. 경기도가 최근 밝힌 7조 원대 상환 부담과, 성남시가 지방채 1천120억 원을 조기 상환하며 만든 ‘채무 0’이다. 체급이 다른 두 살림을 나란히 놓자는 것이 아니다. 광역과 기초는 살림 규모도, 맡은 사무도 다르다. 경기도의 7조 원 역시 법정 채무잔액과 정확히 같은 개념은 아니다. 두 숫자를 단순 비교할 일은 없다. 그러나 빚과 재정을 대하는 행정의 자세만큼은 비교해 볼 수 있다.

경기도 재정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로 보인다. 채무는 늘었고 경직성 지출 부담도 커졌다. 다만 현재 경기도는 지방재정법상 ‘재정주의’나 ‘재정위기’ 단계는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분기마다 점검하는 재정지표에서도 경고등은 켜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불안해진 도민들은 묻게 된다. 전임 도정의 정책 실패가 누적된 결과인가, 아니면 현 도정이 ‘비상’이라는 이름을 너무 쉽게 붙인 것인가. 어느 쪽이든 도민에게 필요한 것은 선언보다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고,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해법 제시다.

경기도는 도세의 절반가량을 부동산 거래에 민감한 취득세에 의존하는데 그 수입이 2022년 약 11조 원에서 올해 8조 원대로 줄어들 전망이라고 한다. 부동산 거래가 늘면 곳간이 차고, 거래가 멈추면 곳간이 마르는 구조다. 문제는 중앙정부가 집값과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대출 제한과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거래를 조이는 결정은 중앙이 하고, 거래 위축에 따른 세수 충격은 지방이 떠안는 구조에 있다.

그래서 재정분권은 필요하다. 국가가 지방에 일을 맡기면 재원도 함께 내려보내야 한다. 그러나 원칙은 분명하다. 재정분권의 방향은 위에서 아래로다. 중앙집권을 비판하면서 ‘광역집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중앙에 더 많은 세원과 권한을 요구하면서 해법을 시·군의 법인지방소득세 등 기초정부 세원을 끌어올리는 데서 찾는다면 분권이라 부르기 어렵다. 중앙에서 도로 내려오는 것은 분권이고, 시·군에서 도로 올라가는 것도 분권이라면 도대체 분권의 방향은 어디인가.

더욱이 성남은 10년 전 ‘불교부단체 조정교부금 우선배분 특례 폐지’로 재정 충격을 겪은 적도 있다.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에 반발해 단식까지 했다. 앞서 2010년에는 모라토리엄이라는 충격적 선언으로 성남 재정을 전국적 논란의 중심에 세웠다. 이제 그 시장이 대통령이 됐다. 지방에서 외쳤던 재정분권을, 이제 중앙에서 실천으로 답할 차례다.

경기도는 보통교부세를 받지 못하는 점도 재정난의 이유로 든다. 그러나 성남시 역시 자체 세입으로 기본 재정수요를 감당한다는 이유로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다. 같은 제약 아래 한쪽은 채무 ‘7조’를, 다른 한쪽은 채무 ‘제로(0)’를 말한다. 결국 제도만 탓해서는 설명되지 않는 차이다. 같은 제도 안에서도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와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성남이 올해 채무제로를 추진할 때도 “정치적 쇼 아니냐”, “그 돈으로 다른 사업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었다. 그래도 갚았다. 재정건전성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할 수 있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지방채 한도를 꽉 채워 놓고 미래를 말할 수는 없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 재정비도, 미래산업 기반 조성도 결국 재정이 받쳐야 가능한 일이다. 빚이 없는 것이 재정의 목표는 아니다. 빚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재정의 능력이다.

재정위기는 선언한다고 생기는 것도, 선언한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여유 있을 때 씀씀이를 다듬고, 갚을 수 있을 때 빚을 줄여 미래의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이다. 재정의 체력은 위기 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의 선택으로 쌓인다.

채무 ‘7조’와 채무 ‘0’. 중요한 것은 숫자의 크기가 아니다. 더 많은 권한과 재원을 요구하려면 더 무거운 책임을 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재정분권의 완성은 “더 달라”가 아니라 “알뜰하게 쓰는 것”에서 시작한다.

신상진 성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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