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주는 즐거움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에 모여 환호한다. 이에 스포츠 조직들은 관람 경험을 높이고 더 많은 팬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관중 수와 입장 수입, 스폰서십, 미디어 노출, 구단 가치,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스포츠의 중요한 성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그동안 스포츠의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환경적 비용이다.
환경 문제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쟁점 중 하나는 이산화탄소 배출과 지구온난화다. 스포츠 이벤트 역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부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리우 2016 조직위원회의 탄소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불과 몇 주간 열리는 대회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전 과정의 탄소발자국은 약 360만 톤(tCO₂e)으로 추정됐다. 수백만 톤이라는 숫자는 쉽게 체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를 자연이 다시 흡수해야 할 탄소로 생각하면 그 규모는 훨씬 선명해진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제시한 산림 탄소흡수량 기준을 적용하면, 일정 조건의 국내 산림 1헥타르(ha)는 연간 약 10.4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산정된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360만 톤을 1년 동안 흡수하기 위해 약 35만 헥타르, 즉 서울시 면적의 약 6배에 달하는 숲이 필요하다.
더욱이 스포츠의 환경적 부담은 탄소배출에만 그치지 않는다. 선수와 관중의 항공·자동차 이동, 경기장 건설과 운영, 조명과 냉난방, 식음료와 일회용품, 기념품 생산, 각종 폐기물까지 대형 스포츠이벤트는 막대한 환경적 부담을 동반한다. 스포츠의 규모와 흥행이 커질수록 우리가 감당해야 할 환경적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국제 스포츠계에서도 실제 대회 운영 방식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4 파리하계올림픽이다. 파리올림픽은 경기시설의 약 95%를 기존 또는 임시 시설로 활용해 신규 건설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최종 탄소발자국은 약 159만 톤(tCO₂e)으로, 런던과 리우 두 하계올림픽 평균보다 54.6% 감소했다. 중요한 것은 친환경 프로그램 몇 가지를 추가했다는 데 있지 않다. 경기장 건설, 관중 이동, 에너지 사용, 자원 소비와 폐기물 관리까지 대회 전·중·후 전 과정을 환경적 기준에 따라 다시 설계했다는 점이다. 친환경 스포츠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스포츠는 더 이상 구호에 머물지 않는다.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는 대전·세종·충북·충남이 함께 개최하는 국제종합스포츠대회로, ‘Climate-Positive’를 주요 방향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부 임시시설에는 재활용 가능한 자재를 활용하고 대회 종료 후 해체와 복구까지 고려하는 등 지속가능성을 실제 운영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친환경 스포츠가 선언적 구호를 넘어 대회 기획과 운영 전반에 반영되는 새로운 기준이자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 프로스포츠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수원을 연고로 한 kt wiz 야구구단은 다회용기 사용, 제로 플라스틱존 운영, 투명 페트병 회수 등 경기장 운영과 팬 참여를 연결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환경, 사회, 지배구조) 기반의 환경경영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프로스포츠는 한 시즌 동안 같은 경기장에서 수십 차례 경기가 반복되고, 수많은 팬이 지속적으로 참여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환경 실천도 반복될수록 그 효과는 커질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팬들이 경기장에서 즐거움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환경보호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점이다. 환경보호와 스포츠 흥행은 양자택일의 관계가 아니다. 팬의 참여를 통해 스포츠의 즐거움과 환경적 가치는 함께 높아질 수 있다.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미래를 향한다. 선수는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구단은 다음 시즌을 설계하며, 팬들은 다시 찾아올 경기를 기다린다. 그렇다면 스포츠가 펼쳐질 환경 역시 다음 세대까지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대회 운영의 부가적인 가치가 아니라 스포츠가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스포츠가 오래도록 우리 사회에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는 경기의 결과뿐 아니라 그 뒤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기록과 환호는 오래 남겨도, 환경의 부담까지 다음 세대에 남겨서는 안 된다.
양홍위 수원대학교 스포츠과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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