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2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나스닥에 상장하며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돌파했다. 스타링크의 성장과 인공지능(AI)의 결합은 전 세계 투자자들을 열광시켰고, 우주는 인류에게 무한한 부를 안겨줄 ‘엘도라도’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한편에선 장밋빛 기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학 만화가 잭 와이너스미스와 생명과학자 켈리 와이너스미스 부부는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을 통해 차가운 경고를 던진다. 당초 화성 정착 안내서를 쓰려던 이들 부부는 4년간의 방대한 조사 끝에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생물학적·법적·정치적 공백을 목격하고 냉정한 우주 회의론자로 돌아섰다. 저자들은 장밋빛 낙관론을 걷어내고 우리가 외면해 온 치명적인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우주가 지구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되려면 좀더 설득력 있는 이유가 필요하다. 기후 변화와 핵전쟁, 심지어 좀비가 덮친 지구라 해도 평균 기온 영하 60도에 대기 밀도가 지의 1%에 불과한 화성보다는 훨씬 살기 좋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2도 더 따뜻해진 지구를 떠나 화성에 가겠다는 생각은 지저분한 방을 피해 유독성 폐기물 매립지로 이사하겠다는 무모한 선택”이라고 꼬집는다. 화성 토양의 독성 물질과 유독성 레골리스는 장비 성능을 떨어뜨리고, 태양빛마저 약해 태양전지 효율도 낮다. 결국 인류가 화성에 간다면 지표면이 아닌 땅속에서 두더지처럼 살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생물학적 위험은 더욱 아찔하다. 우주 방사선을 막으려 차폐 벽을 알루미늄으로 두껍게 만들면, 역설적으로 스폴레이션(spallation) 현상이 일어나 피폭량이 더 커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인류가 확보한 우주 데이터가 성인 남성 중심이라는 점이다. 중력 변화가 성장기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미소중력의 장기적 위험, 우주에서의 임신과 출산 등 생존과 직결된 근본적 질문에 대한 연구는 턱없이 부족하다.
스페이스X 상장으로 우주 산업에 대한 기대감은 치솟았으나 경제성은 과장됐다는 점도 지적됐다. 미래 에너지원이라는 헬륨-3는 단 1g을 얻기 위해 달 표면의 흙 150톤을 처리해야 하며, 핵융합 기술도 갈 길이 멀다. 우주 태양광 발전이나 소행성 채굴 역시 비용 대비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정치·법적 공백도 심각한 문제다. 영공과 우주의 경계가 모호해 로켓 여객선의 영공 침범 논쟁이 발생하며, 냉전 시기에 멈춰 선 우주 조약은 국가의 주권 주장만 금지할 뿐 민간 기업의 자원 독점이나 토지 소유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
장기 거주가 가능한 우주 공간은 극히 제한돼 있으며, 미·중 등 강대국과 민간 기업들은 벌써 자국에 유리하게 법을 해석하며 새로운 우주 경쟁을 시작했다. 지구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우주로 나간다면, 우주는 인류의 새로운 기회가 아니라 탐욕과 전쟁의 실수를 반복하는 장소가 될 뿐이다.
책은 우주 정착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한다. 당장의 경제 논리와 경쟁에 휩쓸리기보다, 수백 년에 걸친 장기적 과제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꼭 화성에 가야 하는가,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가질 만큼 충분히 성숙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2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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