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박주범 기자|영화 ‘마이클’의 흥행 돌풍에 힘입어 음악 전기 영화(music biopics)가 할리우드의 새로운 흥행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Box Office Mojo)에 따르면 ‘마이클’은 개봉 4주 차 기준 북미에서 약 2억 8,000만 달러, 해외에서 약 4억 2,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전 세계 누적 수익 7억 달러, 우리 돈 약 1조 600억 원을 넘어섰다. 경쟁작들을 제치고 주요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한 이 영화는 올해 극장가에서 가장 두드러진 흥행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평론가와 관객의 온도 차… 흥행을 이끈 ‘콘서트형 체험’
로튼토마토에서 평론가 점수는 39%에 그친 반면, 관객 점수인 팝콘미터(Popcornmeter)는 97%를 기록해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다. 평론가들은 영화가 마이클 잭슨의 생애와 논란을 정면으로 파고들기보다, 히트곡과 상징적 장면의 재현에 치우쳤다고 지적했다.
반면, 관객들은 영화에서 구현된 히트곡, 무대 연출, 안무, 스타의 전성기 이미지에 더 크게 반응했다. 특히 대형 스크린과 고음질 상영 환경은 실제 공연장 같은 몰입감을 제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화 ‘마이클’ 은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과 무대 퍼포먼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음악 전기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다시 부각시켰다. (사진=라이온스게이트)
비슷한 사례는 앞서 ‘보헤미안 랩소디’, ‘엘비스’, ‘로켓맨’ 등에서도 나타났다. 이 장르에서 관객의 주요 관람 동기는 반드시 깊이 있는 인물 탐구에만 있지 않다. 익숙한 노래를 극장에서 다시 듣고, 스타의 전성기를 대형 스크린으로 체험하는 것 역시 중요한 흥행 요소가 된다. 이런 점에서 ‘마이클’은 전통적인 전기 영화인 동시에 콘서트 영화, 주크박스 뮤지컬, 팬덤 이벤트의 성격을 함께 갖는다.
반대로 2025년 개봉한 브루스 스프링스틴 전기 영화 ‘스프링스틴: 딜리버 미 프롬 노웨어(Springsteen: Deliver Me from Nowhere)’는 내면적 고뇌와 앨범 ‘네브라스카(Nebraska)’ 제작 과정에 초점을 맞췄지만, 박스오피스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뒀다.
대중 시장에서 음악 전기 영화의 성패는 아티스트의 명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관객이 극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음악적 경험 역시 중요한 변수다.
극장 흥행이 스트리밍 증가로 이어졌다
영화 흥행과 함께 마이클 잭슨의 기존 음원 자산도 스트리밍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음악 데이터 분석 업체 차트메트릭(Chartmetric)에 따르면 영화 개봉 후 4주 동안 마이클 잭슨의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는 약 6,200만 명에서 1억 200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 주요 60곡의 스트리밍도 개봉 전 한 달 4억 6,700만 회에서 개봉 후 12억 1,000만 회로 증가했다.
마이클 잭슨의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는 2025년 11월 영화 '마이클' 첫 티저 예고편 공개를 전후해 소폭 상승한 뒤, 지난 달 영화 개봉 이후 급증했다. (사진 = hmc.chartmetric.com)
상대적으로 덜 조명됐던 곡들의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Billie Jean’, ‘Beat It’ 등 대표 히트곡은 물론, ‘Human Nature’, ‘Bad’, ‘Don’t Stop ’Til You Get Enough’ 등도 큰 폭의 스트리밍 증가를 보였다. 이는 관객들이 단순히 익숙한 히트곡을 다시 듣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이클 잭슨의 전체 음원 자산을 새롭게 탐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취층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차트메트릭은 마이클 잭슨 청취자의 82%가 35세 미만이며, 이 가운데 25~34세가 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기존 팬들의 향수 소비에 더해, 알고리즘 추천과 플레이리스트, 소셜미디어 확산이 젊은 세대의 유입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 변화도 나타났다. 미국은 여전히 최대 단일 시장이지만, 지역권 기준으로는 라틴아메리카가 35.3%로 올라서며 미국 비중 28.3%를 넘어섰다. 브라질은 전체 글로벌 청취자의 14%를 차지했고, 멕시코는 인도를 제치고 세 번째로 큰 시장이 됐다.
이 흐름은 음악 전기 영화가 단순한 극장용 콘텐츠를 넘어, 기존 음원 자산을 다시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관람이 음원 스트리밍과 플레이리스트 노출로 이어지면서, 마이클 잭슨은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다시 현재형 아티스트처럼 소비되고 있다.
마돈나·프린스·비틀즈까지… 음악 IP 경쟁 본격화
성공 사례가 확인되면서 할리우드는 음악 전기 영화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돈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프린스, 비틀즈 등 시대를 대표한 음악 아이콘들의 영화화 프로젝트가 거론되거나 추진되고 있다.
‘마이클’의 흥행 이후 할리우드에서는 유명 음악 IP를 활용한 전기 영화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라이언스게이트)
스튜디오 입장에서 음악 IP는 상대적으로 검증된 흥행 자산이다. 유명 아티스트의 생애는 대중에게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제공하고, 히트곡은 강력한 감정적 장치가 되며, 팬덤은 초기 관객 동원력을 뒷받침한다. 영화 이후 음원 소비까지 기대할 수 있어, 음악 전기 영화는 극장과 스트리밍 시장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된다.
그러나 관련 프로젝트가 늘어날수록 법적·윤리적 쟁점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실존 인물의 삶을 다루는 만큼 영화가 어디까지 사실을 다룰 것인지, 당사자나 유족의 동의를 받았는지, 음악 저작권을 확보했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빌리 조엘 관련 전기 영화 ‘빌리 앤 미(Billy & Me)’를 둘러싼 최근 논란이 대표적이다. 빌리 조엘 측은 해당 프로젝트가 그의 승인이나 음악 권리, 생애 권리를 확보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영화가 조엘 본인이 아니라 그의 초기 매니저와 주변 인물의 관점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마이클’이 음악 IP 활용의 가능성을 확인시킨 반면, ‘빌리 앤 미’ 논란은 권리와 동의 문제가 이 장르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드러낸다.
결국 음악 전기 영화의 경쟁력은 히트곡의 힘, 스타의 신화, 극장형 볼거리, 그리고 설득력 있는 서사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마이클’은 이 장르의 상업적 잠재력을 다시 입증했지만, 관련 프로젝트가 늘어날수록 할리우드는 흥행성뿐 아니라 권리, 동의, 역사적 책임이라는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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