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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스위치2' 신화와 주가 급락 사이, '닌텐도'의 불편한 성적표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등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메모리 반도체를 대규모로 흡수하면서 DRAM 시세가 급등했고, 닌텐도의 게임 하드웨어 원가도 함께 올랐다. 매출 증가율(99%)과 영업이익 증가율(28...

'스위치2' 신화와 주가 급락 사이, '닌텐도'의 불편한 성적표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일대에서 매년 8월 열리는 특별 이벤트 '피카츄 대량발생!'. 행사 기간 동안 피카츄 1000마리가 다양한 쇼와 거리 퍼레이드를 선보인다. (미디어세븐배포/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일 포켓몬 30주년을 기념한 프로젝트 '포켓몬 메가페스타 2026'가 열린 서울 성수동 일대에는 하루 유동인구 16만명이 몰렸다. 포켓몬코리아는 이번 행사에서 ‘잉어킹 프로모 카드’를 제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새벽부터 인파가 몰리고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행사는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현장 배포가 막히자 해당 카드는 중고 거래 시장에서 30만원 안팎에 거래됐고, 일부 호가는 50만원을 넘겼다. 행사 한정으로 배포된 프로모 카드 '잉어킹' 한 장이 16만 명을 부른 셈이다.

1996년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게임 캐릭터를 두고 30년이 지난 지금 서울 한복판에 16만 명이 모여드는 광경은 단순한 30주년 이벤트 흥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닌텐도라는 기업의 가치를 게임기 판매대수나 분기 영업이익 같은 지표만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대가 바뀌어도 소비자가 기꺼이 돈을 내는 IP, 그것이 닌텐도가 게임 산업에서 30년 넘게 살아남은 자산이다.

그러나 도쿄 증시에서 닌텐도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지난 8일 실적 발표 직후 8%대 급락해 7020엔까지 내려앉으며 2024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스위치2 출시 직후인 지난해 8월 1만4000엔을 넘겼던 주가가 10개월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올해 초부터 따져도 낙폭은 34%에 달한다.

수치만 떼어놓고 보면 의심의 여지 없는 성공이었다. 닌텐도의 2026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매출은 2조3130억엔(약 21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8.6% 늘었고, 영업이익 3601억엔과 순이익 3588억엔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였다. 이를 견인한 차세대 콘솔 스위치2는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첫 회계연도에만 1986만대가 팔리며 출시 첫 해 판매 속도 기준 역대 콘솔 신기록을 세웠다. 마리오카트 월드 한 작품이 1470만장, 동키콩 바난자가 452만장 팔리며 소프트웨어 매출도 함께 증가했고, 스위치2는 올해 3월 미국 시장에서 5년차 PS5의 월간 판매를 앞질렀다.

이 성과에 투자자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은 배경은 무엇일까. 닌텐도가 같은 날 제시한 2027회계연도 가이던스는 매출 2조500억엔(-11%), 영업이익 3200억엔(-11%), 순이익 3000억엔(-27%)이었다. 스위치2 판매 목표 또한 1650만대까지 축소되며 직전 연도보다 330만대 이상 줄었다. 새 콘솔 출시 2년차에 판매가 늘어나는 통상의 흐름과는 정반대 방향의 가이던스다.

이런 감소 전망의 배경에는 닌텐도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구조가 깔려 있다. 닌텐도는 하드웨어와 독점 소프트웨어를 함께 설계하는 사실상 유일한 게임 기업으로, 게임기 판매가 출시 첫 해에 집중됐다가 2년차부터 자연 감소하는 패턴을 그린다. 그 감소분을 메우는 축이 대형 독점 타이틀이다. 젤다의 전설 신작이 출시될 때마다 게임기 판매가 다시 늘고 소프트웨어 매출이 함께 증가하는 구조가 스위치1 시절의 공식이었고, 9년에 걸쳐 게임기 1억5500만대 이상을 판매한 배경이기도 하다.

스위치2의 2년차에는 이러한 공식이 작동할 조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2026년 닌텐도가 예고한 퍼스트 파티 라인업은 스타폭스 리메이크, 요시 신작, 스플래툰 레이더스가 전부일 뿐, 3D 마리오·젤다의 전설·동물의 숲 신작은 빠져 있다. 콘솔 판매를 다시 끌어올릴 대형 타이틀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모닝스타의 카즈노리 이토 분석가는 "게임 출하량 가이던스가 전년 대비 감소했다는 것은 닌텐도 스스로 자사 파이프라인에 자신이 없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칸탄 게임즈의 세르칸 토토 CEO도 CNBC를 통해 "닌텐도는 보수적 가이던스로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가격 인상까지 겹쳐 투자자들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가격 인상이 결정타로 더해졌다. 닌텐도는 실적 발표 당일 스위치2 본체 가격을 일본 내 약 1만엔 인상한다고 발표했고, 미국 시장에서는 오는 9월부터 499달러로 가격을 올린다. 인상 원인은 닌텐도 내부가 아니라 외부 환경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등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메모리 반도체를 대규모로 흡수하면서 DRAM 시세가 급등했고, 닌텐도의 게임 하드웨어 원가도 함께 올랐다. 매출 증가율(99%)과 영업이익 증가율(28%) 사이의 큰 격차도 그 원가 부담을 가늠하게 하는 단서다.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게임기 가격에까지 그 여파가 닿은 것은 이전 세대 콘솔 사이클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원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된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가격 인상 발표 직후 일본 전역 매장에서는 인상 전 구매를 서두르는 행렬이 길게 늘어섰고, 주말 사이 재고가 대부분 소진됐다. 투자자들은 이 풍경을 호재가 아니라 향후 수요 감소의 신호로 해석했다. 단기 수요 일부가 앞당겨 소진된 만큼 2027회계연도 판매 곡선이 더 깊게 꺾일 수 있다는 우려다.

성수동의 16만 인파가 보여준 IP의 깊이와 도쿄 증시에서 7020엔까지 떨어진 주가는 같은 회사의 서로 다른 단면이다. 닌텐도가 가진 자산은 분명하지만, 그 자산이 다음 회계연도 매출로 언제 어떻게 옮겨가느냐가 시장 평가의 핵심 변수다. 닌텐도 사장 후루카와 슌타로는 실적 설명회에서 "2027회계연도 하반기에 수익성을 지지할 강력한 타이틀이 예정돼 있다"고 시사했을 뿐 구체적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칸탄 게임즈의 토토는 "이르면 다음 달 닌텐도 다이렉트가 열려 2026년 하반기 라인업이 공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 하락의 원인은 닌텐도의 자산 부족이 아니라, 그 자산이 언제 어떤 형태로 공개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투자자들이 주시하는 것은 차기 닌텐도 다이렉트다. 다이렉트에서 공개될 라인업이 다음 분기 주가 흐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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