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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스러져간 그들, 기억하고 연대하라[책과 삶]

프란체스카 알바네세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특별보고관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학살을 비판하는 가장 강력한 목소리 중 하나다. 그는 2024년 5월 일찌감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의 유엔 보고서를 발표했다.

스러져간 그들, 기억하고 연대하라[책과 삶]

세상이 잠들 때

프란체스카 알바네세 지음|최보민 옮김

어크로스|328쪽|2만원

프란체스카 알바네세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특별보고관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학살을 비판하는 가장 강력한 목소리 중 하나다. 그는 2024년 5월 일찌감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의 유엔 보고서를 발표했다.

알바네세의 고발 대상엔 성역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모기업 알파벳 등 빅테크를 포함한 60여개 기업, 한국을 비롯한 63개국을 향해서도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동조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기도 한 알바네세를 보며 무엇이 그를 그토록 강인하게 만드는지 궁금하게 여긴 적이 있다. 그런데 그는 강한 사람이기보다는 누구보다 깊이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말한다. “공감은 인류를 하나로 묶어주는 접착제”라고, 연대는 “사랑의 정치적 표현 방식”이라고.

<세상이 잠들 때>는 알바네세가 팔레스타인에서 마주한 10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법률가로서의 냉철함이 강조되는 보고서와 달리 책에서 그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구체적 삶과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처음을 여는 이는 이스라엘이 학살한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상징과도 같은 힌드 라잡이다. 고립된 차 안에서 도움을 요청하다 이스라엘군이 쏜 총탄 300발을 맞고 숨진 여섯 살 힌드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세계적 공감을 이끌어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에만 2만명이 넘는 어린이가 숨졌다. 알바네세는 죽음·부상·구금으로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아동기 박탈’(unchilding)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가자지구 병원에서 미성년자 사지절단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 가산, 화방이 폭격으로 사라져도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는 예술가 말락 마타르 등이 책의 주인공이다. 책에 죽음과 고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권을 뼛속 깊이 체화한 목소리로 말하며 회복력을 보여주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 염소치즈로 만든 달콤한 디저트 크나페와 같은 것들도 책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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