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학자 소아이 겐소가 10월 7일 일본 도쿄의 도쿄이과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소아이는 프랑스 과학자 앙리 카강과 함께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EPA=연합뉴스
“어두운 곳에서 램프를 켜고 계속 길을 더듬어 가는 기분이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쌓아 가면서 도달할 수 있었다.”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아이 겐소(硤合憲三·76) 도쿄이과대 명예교수는 7일 일본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1995년 획기적인 발견에 이르기 전까지는 찾으려는 화학 반응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연구가 잘 안 된다기보다는 그런 반응이 있는지 없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하면서 즐거웠던 일을 묻자 “힘든 일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억하지 못한다고 할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할까”라며 “새로운 실험적 사실을 계속 발견해 나가는 것이니 ‘이건 정말 대단하구나’ 하고 감동할 때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긴 안목으로 돌아보면 학생들, 공동연구자들과의 만남, 인생에서의 만남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소아이 교수는 이날 저녁 식재료를 사러 간 수퍼마켓에서 수상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밤이 되려던 무렵 동네 수퍼마켓에 갔다가 그곳에서 전화를 받았다”며 웃었다. 이어 “나 자신의 수상도 그렇지만, 저명한 앙리 카강 선생님과 함께 수상하게 된 것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10월 7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웨덴 왕립과학원에서 열린 노벨화학상 수상자 발표 행사에서 프랑스의 앙리 카강과 일본의 소아이 겐소가 화면에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은 의약품 개발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분자의 거울상에 관한 연구로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게 됐다. 노벨위원회는 수상 이유로 “비대칭 유기합성에서 비선형 효과와 자기촉매 작용을 발견한 공로”를 들었다. AFP=연합뉴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이날 소아이 교수와 앙리 카강 프랑스 파리11대 명예교수를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두 사람은 오른손과 왼손처럼 서로 거울상 관계인 분자 중 한쪽이 우세해지는 화학 반응 원리를 밝혀냈다.
일본은 지난해 기타가와 스스무(北川進) 교토대 교수에 이어 2년 연속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개인과 단체를 포함해 일본의 32번째 노벨상이며, 화학상으로는 10번째다.
생명체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처럼 거울상 분자 중 한쪽 형태를 선택해 사용한다. 카강 교수는 촉매에서 한쪽 분자가 조금 더 많으면 반응 결과물에선 그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음을 발견했다. 소아이 교수는 반응으로 만들어진 물질이 다시 촉매로 작용해 자신과 같은 형태의 분자를 더 만드는 ‘자기촉매 반응’을 설계했다. 처음의 미세한 차이가 증폭될 수 있음을 보여 생명체에서 나타나는 분자의 비대칭성이 형성되는 경로를 제시했다.
1950년 히로시마현에서 태어난 소아이 교수는 1974년 도쿄대 이학부 화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동 대학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쳐 1986년 도쿄이과대 이학부 조교수, 1991년 같은 대학 교수가 됐다.
소아이 교수와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인 가와사키 쓰네오미(川崎常臣) 도쿄이과대 교수는 그에 대해 “발상이 매우 독창적이어서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것을 떠올리며 연구에 한결같이 매진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화학자 소아이 겐소가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10월 7일 일본 도쿄의 도쿄이과대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대학 관계자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도 이날 밤 전화로 축하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생명의 기원이라는 인류 공통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도 이어지는 획기적인 연구라고 들었다”며 “일본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아이 교수는 “그동안 정부에서도 지원해 주셨다.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학연구비와 국립대학 운영비 교부금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도 소아이 교수의 수상 소식과 시민들의 반응을 보도했다.
이날 오후 9시가 지나 히로시마시 번화가에서는 수상 소식을 알리는 호외가 배포됐다. 소아이 교수의 고향인 히로시마현 후추정 주민은 “작은 마을에서 노벨화학상을 받는 사람이 나오다니 대단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뉴스로 수상 소식을 접한 도쿄이과대 학생은 “소아이 교수의 수상이 예상 밖이었다”며 “같은 대학 사람의 활약을 보니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도쿄=유성운·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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