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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숙련공의 '손끝' 밀어낸 AI 신경망… 오리온, 식품 테크 기업으로 진화

송원철 CJ올리브네트웍스 담당은 "식품 제조의 디지털화는 단순한 IT 기술 접목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신뢰 자산을 쌓는 과정"이라며 "데이터 기반의 혁신을 통해 K-푸드의 글로벌 위상을 한 차원 끌어올리겠다"고...

숙련공의 '손끝' 밀어낸 AI 신경망… 오리온, 식품 테크 기업으로 진화

탄소 배출·자원 낭비 동시 감축… ESG 경쟁력 강화

대한민국 식품 산업의 대명사인 초코파이 생산 현장에서 거대한 디지털 전환이 시작됐다. 수십 년간 현장을 지켜온 숙련공의 예민한 감각과 경험에 의존하던 전통적 제조 방식이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디지털 신경망 속으로 편입되고 있다.

오리온이 추진하는 이번 '품질 지능화' 프로젝트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식품업의 본질을 데이터 기반의 첨단 테크 산업으로 재정의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현장의 개인적 숙련도를 통계적 알고리즘으로 치환하는 승부수는 이제 글로벌 식품 시장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오리온 차세대 품질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사진=CJ올리브네트웍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CJ올리브네트웍스와 손잡고 세계 생산 거점의 두뇌 역할을 할 '차세대 글로벌 품질관리시스템(QMS)' 구축에 전격 착수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한국과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4개국에 흩어진 11개 대형 공장의 생산 데이터를 단일 체계로 통합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국가별로 파편화돼 있던 품질 관리 기준을 글로벌 표준으로 일원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식품업계에서 글로벌 표준화는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국가마다 토양 성질이 달라 감자의 전분 함량이 다르고, 기후에 따라 밀가루의 수분 흡수율이 미세하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현장 책임자의 경험에 의존해 설비를 미세 조정해왔으나, 오리온은 이러한 인적 변수를 AI 학습 데이터로 전환했다.

새 시스템의 핵심인 '실시간 예지보전' 기술은 공장 내 수천 개의 센서가 뿜어내는 열분포, 기압, 진동 등 방대한 로우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학습한다. 만약 설비 부품이 마모되어 진동이 변하거나 가열 온도가 임계점에 근접하면 AI가 불량 발생 전 단계에서 즉각 경고를 보낸다. 사후 검출에 머물렀던 품질 관리의 차원을 사전 원천 차단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이번 디지털 전환은 오리온의 재무 구조를 한층 견고하게 만드는 경영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식품 산업에서 품질 편차는 곧 폐기 비용과 직결된다. 글로벌 생산 규모를 고려할 때 AI 시스템을 통해 불량률을 단 0.1%포인트만 낮춰도 연간 수백억 원의 원가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이번 시스템 도입은 오리온의 영업이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AI가 원재료 투입량과 에너지 소비량을 정밀 제어해 매출원가를 낮추고, 예지보전 기술이 설비 중단 시간을 방지해 고정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자랑하는 오리온이 AI 신경망 이식을 통해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마진율의 초격차를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리온의 시도는 향후 생성형 AI와의 결합을 통해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과거의 사고 사례와 방대한 공정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현장 관리자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하는 '지능형 어드바이저' 역할까지 수행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데이터가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는 ‘데이터 드리븐’ 문화를 글로벌 생산 현장에 뿌리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지능화된 공정은 자원 낭비를 줄여 탄소 배출 절감이라는 ESG 경영 성과와도 연결된다. 글로벌 식품 시장의 경쟁 축이 가격에서 안정적인 공급망과 품질 통제력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오리온의 투자는 국내 제조업 전반에 강력한 디지털 전환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 징후는 불량 이전에 먼저 포착된다"는 오리온의 원칙은 이제 AI를 통해 완성되고 있다.

송원철 CJ올리브네트웍스 담당은 "식품 제조의 디지털화는 단순한 IT 기술 접목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신뢰 자산을 쌓는 과정"이라며 "데이터 기반의 혁신을 통해 K-푸드의 글로벌 위상을 한 차원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이번 행보를 단순한 설비 투자가 아닌 기업 가치 재평가의 기회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전통적인 굴뚝 산업이 데이터 기반 테크 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원재료 시장 리스크를 기술력으로 상쇄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굿모닝경제 노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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