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국내 바이오 분야 정책을 총괄하기 위한 범정부 단일 컨트롤타워로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가 지난달 출범한 가운데, 제약업계 반응은 다소 미지근하다. 이전에도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여러 차례 등장했지만, 그때마다 업계 내에선 실효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기에 이번 반응도 그러한 경험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출범하려고 한다는 소식은 전해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기대되는 건 없다. 일전에 나온 것들과 다를 게 있긴 할지 의문이다. 결국은 제약업계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보다는 건보재정이나 성과 중심으로 정책이 추진되지 않겠나"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정부위원을 제외하고 민간위원 중 다수가 바이오·IT 대기업, 대학 교수진, 병원장 등이다. 제약업계를 대변해줄 주요 인사는 한 손에 꼽는다. 이런 상황에서 화합물 신약이나 약가 이슈 등은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다. 1차 회의 결과를 보면 방향은 어느 정도 정해진 것 같다"고 귀뜸했다.
지난 16일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1차 회의 주요 아젠다는 바이오시밀러, CDMO(위탁개발생산), 혁신 의료기기, AI·데이터 기반 R&D 등 첨단 바이오 기술 분야에 집중됐다. 반면 제약사 합성 의약품이나 개량신약 개발, 약가제도 지원, 생산 인프라 구축 등에 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1차 회의를 통해 논의된 '24개 바이오헬스 규제합리화 로드맵'에서도 전통 제약 관련 논의는 찾기 힘들었다.
글로벌 시장 진출과 선점이라는 목표 하에 'K-메가 블록버스터' 창출과 같은 고부가가치 성과에만 집중하다 보니, 국내 의약품 시장 근간인 제약산업 중에서도 허리인 중견·중소 제약사가 겪고 있는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약가보전 등 자금 관련 고충은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다만 일부 긍정적 반응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원회 역할 중에서 규제합리화 부분은 긍정적으로 볼만하다. 향후 아젠다를 신규 발굴하거나 펜딩(pending)돼 있는 규제 개선 사항을 다시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할 수 기회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출범을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은 '형평성 부재'다. 제약 분야를 포함한 바이오헬스 정책 컨트롤 타워 필요성은 과거 수차례 제기돼 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만 컨트롤타워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방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달라진 것 같다.
과거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컨트롤타워 필요성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을 때에는 부처마다 분산돼 있는 지원정책을 한 데 모으는 것이 중점 과제였다. 오랜 기간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신약개발 특성 상 분절적인 지원정책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운 만큼,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총괄 기구를 만드는 것이 핵심으로 제시됐다. 때문에 이때만 하더라도 컨트롤타워 출범에 대한 제약업계 기대는 컸다.
반면 새롭게 출범해 1차 회의를 거친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는 대국민 성과 도출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단기간 내에 글로벌 신약 판매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정책 방향은 빠른 시일 내에 신약개발 사업이 갖는 고부가 가치를 대국민에게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겠지만, 후속 성과를 확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위원회 출범 당일 논평을 내고 '산업계는 위원회가 기초연구와 산업화 연계를 강화하고 규제혁신과 연구개발 투자 확대, 인재 양성과 글로벌 협력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 설계와 실행 과정에 충실히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명색이 바이오헬스 정책 컨트롤타워라면, 제약업계와 바이오업계가 서로 융합해서 고루 성장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기반을 다져가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제약과 바이오를 의약품 산업 하나로 보고 어느 쪽 하나 소외되는 것 없이 지원 받을 수 있는 정책 환경이 도출돼야 한다.
언젠가 제약 분야 산업계 목소리가 정부와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에 닿아 정책 방향에 변화가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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