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형 회장, 트럼프 앞에서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 소개
김형년 부회장, 이재명 대통령 경제사절단 합류...글로벌 확장 속도
송치형 두나무 회장(창업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 상위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행사에 연설자로 참석한다.(사진=트럼프밈 X계정)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두 창업자가 안과 밖에서 동시에 글로벌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송치형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러라고 오찬장에 연사로 서고, 송치형 부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순방단에 가상자산 업계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두 혁신가가 지구 반대편을 동시에 공략하는 형국이다.
송치형 회장, 마러라고 무대에 서다
23일 오피셜 트럼프 밈코인 측에 따르면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오는 25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오피셜 트럼프 상위 보유자 대상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다.
이번 행사는 전 세계 오피셜 트럼프 상위 보유자 297명을 대상으로 열리는 콘퍼런스이자 갈라 오찬이다. 주최 측은 송 회장을 글로벌 거물급 연사 18명 중 한 명으로 지목하며 "한국 최대 거래소 업비트를 창업한 억만장자"로 소개했다. 행사 무대에 오르는 송 회장은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동향과 업비트의 현황을 소개하고,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든 가상자산 산업의 미래 전망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송 회장 외에도 테더 최고경영자(CEO) 파올로 아르도이노, 아크인베스트 CEO 캐시 우드, 벤처투자자 팀 드레이퍼 등 글로벌 금융·가상자산 업계의 핵심 인사들이 발표자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별도로 열리는 VIP 프로그램이다. 송 회장은 최상위 29명에게만 허락된 VIP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으로 주재하는 소규모 VIP 오찬에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가 연사이자 참석자로 선다는 사실 자체가 업비트의 글로벌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왼쪽부터)과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사진=VOV
김형년 부회장, 재계 총수들과 어깨 나란히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은 가상자산업계에서 유일하게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베트남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현지 일정을 함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자체가 의미 있는 이정표라고 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의 순방 일정에 두나무가 포함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제조·금융 대기업이 독차지하던 정상외교의 자리에 가상자산 거래소가 처음으로 발을 들인 셈이다.
김 부회장은 이날 열리는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뒤 베트남 군인상업은행(MB은행) 측과 만나 가상자산거래소 구축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동은 처음이 아니다. 두나무는 지난해부터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7월 김형년 부회장은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과 함께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를 만나 공식 회동을 가졌다. 이날 찐 총리는 베트남 정부가 암호자산 시장 출범을 준비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두나무와 하나금융의 투자 확대를 독려했다.
지난해 8월에는 판 반 장 국방부 장관, 응우옌 반 탕 재무부 장관, 부 티 찬 푸엉 증권위원장, 류 쭝 타이 MB은행 회장 등 베트남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직접 서울 역삼동 업비트 라운지를 방문해 거래 체결·지갑·보안 시스템을 직접 시찰했다.
지난해 11월 네이버 1784에서 진행된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3사 경영진들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박상진 Npay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오경석 두나무 대표이사 /사진=네이버
'거래소 수출' 모델...운영은 현지, 기술은 업비트
두나무의 베트남 전략에서 주목할 부분은 진출 방식이다. 두나무는 가상자산거래소를 공동 운영하는 방향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운영은 MB은행이 담당하고 두나무는 업비트 기술력·노하우 등 가상자산거래소 설립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일종의 거래소 구축 사업 수주인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거래소 인프라 수출' 모델로 해석하고 있다. 현지 금융기관이 라이선스와 운영을 맡고, 두나무는 10년 이상 쌓아온 거래 시스템·보안·운영 노하우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구조다. 국내 규제로 막혀 있던 해외 직접 진출의 한계를 우회하면서도 수익과 영향력을 동시에 챙기는 방정식이다.
이 자리에서 김형년 부회장은 "발전 가능성이 큰 베트남이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업비트의 뛰어난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순방 동행을 계기로 가상자산 산업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동안 개별 기업 중심의 해외 진출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수출 모델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베트남 한 곳에서의 성공이 동남아 전체 공략의 실타래를 풀어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이제 국내 1위가 아니라 글로벌 플레이어"
두 사람의 행보는 각각 다른 방향을 향하지만 목표는 하나다. 업비트를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회장은 크립토 패권의 중심인 미국에서 최고 권력자와 대화 테이블에 앉고, 부회장은 동남아시아 최대 성장 시장인 베트남에 한국 가상자산 인프라를 이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카카오와 스테이블코인 합종연횡을, 해외에서는 미국·베트남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두나무가 지금껏 '국내 1위'를 넘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장면들이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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