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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송영택의 시시비비]삼성전자의 고뇌, '성과 있는 곳에 보상' 경영 기본...

이는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IT·플랫폼 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지금 그런 비용 구조를 감당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저성장 고착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중국과의 기술 경쟁 심화...

[송영택의 시시비비]삼성전자의 고뇌, '성과 있는 곳에 보상' 경영 기본...

송영택 산업부장/부국장

[포인트데일리 송영택 기자]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협상 결렬은 단순한 기업 내부의 임금 갈등으로 볼 사안이 아니다. 이는 한국 산업계 전체가 앞으로 어떤 경영 원칙 위에서 움직일 것인가를 가늠하는 시험대에 가깝다.

특히 삼성전자가 고수하고 있는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은 지금 흔들려서는 안 되는 마지막 보루에 가깝다.

기업 경영의 기본은 명확하다. 성과를 내면 보상하고, 성과가 부족하면 긴축하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질서이자 글로벌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지켜온 원칙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산업계 일각에서는 성과급이 마치 고정급처럼 인식되는 분위기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업황과 실적이 악화돼도 과거 수준의 보상이 유지돼야 한다는 요구가 반복되면 기업의 성과주의 체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이번 협상에서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삼성전자가 처한 환경은 과거 ‘초호황 시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변동성이 극심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경쟁은 미국과 대만 기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추격도 거세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막대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 성과와 무관한 보상 체계가 자리 잡는다면 기업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실적 악화 시 보너스를 줄이고 구조조정까지 단행하는 이유도 결국 생존 때문이다. 기업은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 움직인다. 특히 기술 패권 경쟁이 벌어지는 산업에서는 더 그렇다.

삼성전자가 이번 성과급 협상에서 ‘원칙’을 지키려는 것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 위한 문제가 아니다. 성과주의 체계가 무너지면 결국 미래 투자 여력도 함께 흔들리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 증설, AI 메모리 개발, 첨단 공정 확보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성과와 무관한 비용 증가가 고착화되면 기업은 결국 투자 축소와 경쟁력 약화라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 노사 협상을 국내 다른 기업들이 결코 ‘강 건너 불’처럼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한국 산업계의 임금 체계와 노사 문화에 사실상 기준점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삼성에서 성과주의 원칙이 흔들리면 다른 대기업 노조들도 동일한 요구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IT·플랫폼 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지금 그런 비용 구조를 감당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저성장 고착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중국과의 기술 경쟁 심화 속에서 기업 경쟁력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데 성과보다 ‘관성적 보상’이 우선하는 구조가 자리 잡는다면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빠르게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기업의 비용 통제 능력과 성과주의 문화다. 성과와 무관한 인건비 상승 압력이 구조화되면 한국 기업 전체의 투자 매력도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주주와 직원, 협력업체까지 모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물론 직원들의 기대와 불만을 무조건 외면할 수는 없다. 과거 삼성전자가 기록했던 사상 최대 실적과 막대한 성과급은 구성원들에게 높은 기준을 남겼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거의 숫자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경쟁 환경이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살아남아야 고용도, 보상도 유지될 수 있다.

지금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인기 영합적 타협이 아니라 경영 원칙에 대한 단단한 고수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한국 산업계 전체의 경쟁력 기반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은 더 이상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국가 경쟁력 강화 측면에도 이재명 정부도 뒷짐지고 노사 간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기본 방향에 맞춰 친노동적 편향에서 벗어나 '긴급조정권'이라는 담대한 결단을 내려서라도 갈등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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