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정치평론가
선거철마다 불거지는 논란 중 하나는 대통령의 정치 중립 위반 여부다. 헌법과 공직선거법엔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가 적시돼 있으므로 특히 대통령이 이를 어기면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 때 여당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발언 하나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헌재는 정치 중립 위반이라고 판단하면서도 파면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봐서 기각했다. 그 이후 대통령들도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선거가 다가오면 말과 행동으로 은근히 지지층을 결집했다. 선거 승리가 원활한 국정 운영의 밑거름이 되는 까닭이다.
선거 개입 논쟁이 일어날 때마다 역대 대통령실과 여당은 ‘통상적 국정 운영’이라고 강변했다. 수시로 선거가 열리는데, 그때마다 지방행사 참석이나 대국민 발언을 멈출 수 없다는 논리를 들이댔다. 이에 야당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 행사 일정을 부쩍 많이 잡고 대통령 메시지도 세지는 건 의도적 선거 개입이라고 반박했다.
6·3 지방선거 시즌인 지금은 과거보다 더 거센 언쟁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 초반 여당 절대 우세 분위기를 바꾼 요인이 공소취소권을 부여하는 특검법안 발의 역풍이란 분석과 무관하지 않다. 여러 논란의 결과로 이재명 대통령은 자의든 타의든 선거판 한가운데 서 있다. 현직 대통령 재판이 걸린 민감한 상황에서 당사자가 말과 행동으로 지지층을 결집한다고 보는 야당의 반발 수위도 매우 높다. 선거철에 이 대통령이 연일 발신하는 메시지의 경우 해석하기에 따라 원론적일 수도 있고, 목적을 가졌을 수도 있다.
가령 “투표 포기는 중립이 아니라 내 삶과 공동체를 해치는 ‘그들’을 편드는 것”이란 말을 보자. 원론적으론 내 삶과 공동체를 지키려면 꼭 투표해야 한다는 독려 발언이다. 그러나 정치 논리로 보면 편들지 않아야 할 ‘그들’은 정권과 대척점에 있는 야당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이 대통령이 최근 스타벅스 논쟁 등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쏟아내는 거친 말들도 ‘당연한 분노’가 아닌 ‘국민 갈라치기’라는 쪽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부쩍 지방 일정이 많아졌는데 이 역시 양 갈래로 해석된다. 부산의 재래시장 등에서 상인, 시민과 만나고 식사하는 일정에 대해 야당은 의도적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원래 시장에서 밥 먹는 걸 좋아해서 그런 건데 왜 시비 거느냐란 반응이다.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에 대해 조사 지시를 내린 일도 그렇다. 여권은 대형사고가 났으니 당연히 해야 할 통상적 국정 운영이란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이 대통령 지시가 나온 직후 사전투표 첫날임에도 경찰이 서울시를 압수 수색한 건 의도적 선거 개입이라고 반박한다. 국민의힘 후보로 뛰는 직전 시장 오세훈에 타격을 입혀 이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픽한 정원오를 도우려는 속셈이란 시각이다.
국정 운영과 선거 개입의 경계선은 모호하다. 다만 대통령의 말이 평소와 달리 세지거나, 일정이 통상적이지 않은 동선이라면 선거 개입, 혹은 관권 선거 의심을 받는다. 이 대통령이 최근 쏟아낸 ‘저질 장사치의 막장 행태’ ‘인두겁을 쓰고~’ ‘금수 같은~’ 등의 표현은 평소에 비해 매우 세다. 1박 2일 동안 부산에 간 이유는 ‘바다의 날’ 기념식이 핵심 행사였는데 작년엔 서울에서 열렸었다. 더구나 원래 바다의 날은 5월 31일인데 올해는 앞당겨 27일에 행사를 열었다. 야권에선 이 대통령의 핵심 참모 출신으로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 나선 하정우 후보를 의식한 행보란 지적이 나왔다. 이번 선거 사전투표가 29~30일이란 점이 행사를 앞당긴 이유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였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너무 자주 고쳐 매는 것 같다.
송국건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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