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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덕칼럼] 하루에 아파트단지 하나씩 사는 기업

상상초월 삼성전자 영업이익 1등 회사 되찾겠다는 마음에 독하고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그건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 전쟁이나 스포츠에 비견할 만큼 치열한 게 기업 간 경쟁이다. 전쟁은 도중에 타협도 하고, 종국엔...

[손현덕칼럼] 하루에 아파트단지 하나씩 사는 기업

상상초월 삼성전자 영업이익

1등 회사 되찾겠다는 마음에

독하고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그건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

손현덕 주필

전쟁이나 스포츠에 비견할 만큼 치열한 게 기업 간 경쟁이다. 전쟁은 도중에 타협도 하고, 종국엔 정전을 한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간혹 아름다운 패자도 나온다. 그에 비하면 기업전쟁은 오히려 살벌하다. 기업은 존속하는 한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고 패자가 되는 순간 많은 것을 잃는다. 모든 기업이 1등을 꿈꾸는 이유다. 예외는 없다. 더 정확하게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되려고 한다. 독점하면 신분이 달라진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그의 전기 '생각하는 기계'에서 그래픽칩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지자 이렇게 마음먹는다. "이 분야에는 아직도 40개의 회사가 있다. 5년 후에는 3곳만 남을 것이다. 하나는 시장을 지배하는 큰 회사, 다른 하나는 뒤처져 1등 따라잡으려 애쓰는 회사, 마지막 하나는 나머지 두 회사를 방해하려는 작은 회사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를 끌고 가는 메모리반도체가 그렇다.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게 어제 발표된 삼성전자 실적이다.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2000억원. 상상 초월의 숫자이다. 최고 실적을 낸 2018년 1년 치 영업이익과 맞먹는다. 평균 15억원 하는 아파트 430채가 있는 단지를 하루에 하나씩 살 수 있는 돈. 그걸 대한민국 1개 기업이 번다. 영업이익을 부문별로 발라내지 않아서 그렇지 그 대부분이 반도체다. 50조원 이상. 메모리반도체 세계 1등의 힘이 이런 것이다.

삼성전자는 한동안 비틀댔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치명적 실수를 범했기 때문이다. HBM은 2013년 말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개발을 의뢰한 AMD가 미안한 마음에 1만장 정도 사준 게 고작이었다. 이를 지켜본 삼성전자가 뒤늦게 들어왔다. 2세대, 3세대 제품을 만들어 엔비디아에 납품한다. SK를 제쳤다. 그러나 거기까지. 돈이 안된다고 판단한 삼성이 사업을 축소한다. 비용은 많이 들고 제조는 까다로운 HBM은 D램에 비하면 계륵이었다. 'D램에서 충분히 버는데 뭘' 하는 오만이 부른 오판이었다. 2019년의 일이었다. 이틈을 다시 SK가 파고들었고 4세대(HBM3) 제품을 성공시킨다. 이런 대운이 있을까 싶게 마침 챗GPT가 나오면서 HBM은 AI 반도체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는다. AI 전쟁터에서 SK하이닉스가 유일한 무기상이 됐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전체까지도 1위 자리를 내준다. 위기론이 불거졌다. 이때 등판한 구원투수가 전영현 부회장. 메모리사업부장을 맡다가 배터리를 총괄하는 SDI 대표로 잠시 외도, 그 후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현업에서 멀어지는 듯했던 그를 다시 반도체 부문장으로 데려온다.

전 부회장은 "우리는 저력이 있다. 2보 전진을 위해선 1보 후퇴가 필요할 때도 있다. 문제점을 하나하나 찾아내 다지면서 가자"고 기강을 잡았다. 당시 삼성은 뒤처지니까 마음 급해지고, 땜질 처방만 하니 실수하는 기업이었다. 이재용 회장을 설득했다. "처음부터 다시 하자"고. 그렇게 삼성전자는 철저한 반성을 통해 D램을 재설계해 시장에 복귀했다. 작년에 엔비디아의 품질테스트를 통과한다. 그러면서 터진 메모리반도체의 품귀현상. AI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찾아왔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5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은 그렇게 만들어낸 숫자다.

아무리 운이 있었다 한들 그 운이란 것도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오는 법.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메모리 1등 회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HBM이란 차별화된 제품을 준비해 왔기 때문이었다. 거저 주어진 게 아니다. 10년을 견디고 대들면서 만들어낸 영광이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오늘의 숫자에 취하지 말고 미래 준비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1등 회사가 되겠다는 그 독하고 끈질긴 마음을 간직한 채.

[손현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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