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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속일 거면 완벽하든가”…‘나혼산’, 게으른 기획이 부른 치명적 실책 [함상범의 옥석]

벌써 10년 동안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줘왔다. 최소 달에 한 번 꼴로 혼자 사는 모습을 그려왔다보니 싹싹 긁어도 소재랄 게 거의 없었을 테다. 그러니 무계획 먹방 여행을 즐기는 전현무의 평소 취미를 아이템 삼고 싶은 욕구는 이해가 된다.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벌써 10년 동안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줘왔다. 최소 달에 한 번 꼴로 혼자 사는 모습을 그려왔다보니 싹싹 긁어도 소재랄 게 거의 없었을 테다. 그러니 무계획 먹방 여행을 즐기는 전현무의 평소 취미를 아이템 삼고 싶은 욕구는 이해가 된다.

아쉬운 건 대중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지점이다. 리얼리티를 전면으로 내세워 장수 프로그램으로 우뚝 선 MBC ‘나 혼자 산다’가 너무 눈에 띄는 페이크를 쓴 게 걸리면서, 그간 프로그램을 사랑한 시청자들에게 배신감을 줬다.

전현무가 카자흐스탄 관광청에 행정적 지원을 받고, 안 받고는 차후의 문제다. 우연이라 믿었던 즉흥성이 정교하게 세팅된 연출이었다는 사실이 주는 기만이 핵심이다. 속일 거면 완벽하게 속이든가, 속아주려야 속아주기 힘든 게으른 기획이 불편함을 야기한 셈이다.

이번 방송 조작 논란 사태는 10년 넘게 달려온 장수 관찰 예능의 딜레마를 노출한다. 숏폼과 유튜브 웹 예능이 쏟아내는 빠르고 자극적인 도파민에 뒤처지지 않으려다 보니, 제작진은 더 극적이고 텐션 높은 그림을 좇게 된다.

방송 제작 환경상 수많은 스태프의 이동과 고가의 장비, 현지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하면 사전 답사와 세팅은 필수 불가결하지만, 그것을 철저한 무계획의 결과물처럼 포장해버린 탓에 관찰 예능이 지켜야 할 윤리적 선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자극적인 아이템과 시스템의 충돌이다.

이 프로그램이 국민 예능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연예인의 꾸밈없는 일상을 엿본다는 진정성에 있다. 시청자는 그 진정성이 가진 즐거움을 신뢰했다.

아무리 ‘방송은 방송으로 봐라’라며 시청자들의 지적을 예민한 반응으로 치부하려 해도 이번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의 행태는 스스로 신뢰를 지운 것과 다름없다.

특히 해명이 번복된 점이 문제다. 핵심은 즉흥성이 무너진 것인데, 마치 관광청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지 않은 것만으로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지나가려는 속셈이 대중 정서를 더 차갑게 만들었다.

감동과 공감을 유도할 때는 다큐멘터리급의 리얼을 강조하면서, 정작 ‘짜고 치는 고스톱’을 걸려놓고는 예능적 허용에 기대고 넘어가려는 속내는 진정 시청자를 우습게 보는 행태다. 그 과정에서 전현무가 집중포화를 맞고 있음에도, 논란을 늘어뜨리고 있는 것 역시 프로답지 못하다.

초창기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했던 이유는 화려한 톱스타의 스케일 큰 해외여행이 아니었다. 주말 내내 방바닥을 뒹굴고, 냄비째 라면을 끓여 먹으며 외로움을 달래는 찌질하고 볼품없는 민낯이었다.

화제성을 만드는 것은 제작진의 책무이긴 하나, ‘리얼리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관찰 예능의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 ‘나 혼자 산다’가 잃어버린 것은 카자흐스탄의 아름다운 풍광이 아니라, 화려한 조명 밖 진짜 일상이 주는 소박한 공감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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