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대출發 신용위기 경고음
‘사스포칼립스’ 확산하자
대출 담보가치 하향 조정
다이먼 “투자 극도로 신중”
블루아울·블랙스톤 이어
사모펀드 자금 이탈 가속
‘사스포칼립스’ 확산하자
대출 담보가치 하향 조정
다이먼 “투자 극도로 신중”
블루아울·블랙스톤 이어
사모펀드 자금 이탈 가속
미국 뉴욕시 JP모건 본사. [로이터 = 연합뉴스]사모대출(Private Credit)발 신용위기 경고음이 사그라들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JP모건체이스가 인공지능(AI) 발달로 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겨냥해 사모펀드 업체들에 대한 대출 한도를 전격 축소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형 사모펀드들의 환매 중단 사태와 맞물려 이번 조치가 기업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JP모건은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들에 제공하는 대출 포트폴리오 중 특정 자산의 담보 가치를 하향 조정한다고 통보했다.
통상 사모펀드는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백 레버리지(Back Leverage)’ 모델을 활용한다. 이때 기업 대출 채권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한다. JP모건이 이 담보 가치를 깎았다는 것은 사모펀드가 가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JP모건이 칼을 빼든 이유는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어서다. 이른바 ‘사스포칼립스(SaaS+Apocalypse)’ 공포다. 앤스로픽 등 AI 기업들이 고도화된 AI 에이전트를 선보이며 기업들이 굳이 비싼 구독료를 내고 소프트웨어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오라클과 세일즈포스 등 미국의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들 주가가 지난달 폭락했다. AI를 활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사내 맞춤형 툴을 직접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경쟁력이 ‘사망 선고’를 받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막대한 자금을 빌려준 사모펀드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모대출 전문 운용사인 블루아울캐피털은 최근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쏟아지자 ‘블루아울캐피털코퍼레이션Ⅱ(OBDCⅡ)’의 환매를 전격 제한했다. 블루아울은 포트폴리오 내 소프트웨어와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 비중이 높아 투자자들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 역시 자사 사모대출펀드(BCRED)에서 전체 지분의 7.9%에 달하는 38억달러(약 5조6000억원) 규모의 환매 요청을 받았다. 블랙스톤은 임직원 펀드까지 동원해 지분을 매입하며 방어에 나섰다.
상황이 악화되자 ‘월가의 왕’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도 보수적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최근 비공개 콘퍼런스에서 “소프트웨어 자산 담보 대출에 대해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은행권은 사모펀드 자산의 담보 가치 하락을 장부에 즉각 반영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JP모건은 은행권 최초로 이 ‘장부상 거품’을 걷어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사모대출시장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상황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펀드들의 환매 중단 사태와 비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펀드들의 환매 중단에서 시작됐듯이 이번 사모대출과 관련한 환매 중단도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현재 미국 사모대출시장 규모는 1조8000억달러(약 2600조원)로 추정된다.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사모펀드 특성상, 한곳에서 시작된 균열이 전체 금융 시스템의 연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무함마드 엘에리안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지난달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블루아울의 펀드 환매 중단을 두고 “2007년 8월과 유사한 ‘탄광 속의 카나리아’ 순간일까”라고 적기도 했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다가올 재앙이나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조기 경보를 뜻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