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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소설 쓰는 게 ‘세계 축소시키는 전쟁 논리’ 맞서는 일이죠”

“전쟁은 언어를 빈곤하게 만들고, 그것을 단순화와 선전으로 축소시켜 ‘우리 대 그들’이라는 파괴적 윤리로 물들입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세계를 축소시키는 전쟁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말에 되돌려주는 일입니다.”

“소설 쓰는 게 ‘세계 축소시키는 전쟁 논리’ 맞서는 일이죠”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에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수상

“평화 염원 생각하며 글 써왔다”

‘특별상’ 서수진 작가도 참석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0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 작가 기자회견에서 본상을 받은 콜롬비아의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작가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쟁은 언어를 빈곤하게 만들고, 그것을 단순화와 선전으로 축소시켜 ‘우리 대 그들’이라는 파괴적 윤리로 물들입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세계를 축소시키는 전쟁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말에 되돌려주는 일입니다.”

제10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 수상자인 콜롬비아 작가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53)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를 기념해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바스케스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콜롬비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새로운 목소리’로 불리고 있다. 그는 폭력으로 얼룩진 콜롬비아 현대사와 공포의 시대를 살아낸 개인의 이야기, 역사적 기억의 대물림 등을 정교한 서사를 통해 소설 속에 담아왔다. 대표작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으로 중남미 작가로는 최초로 국제 IMPAC 더블린문학상을 받았고 <폐허의 형상>은 2019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다.

바스케스는 아내의 삼촌 중 한 명이 과거 한국전쟁에 참전한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그의 이야기와 기억들을 모으면서 단편소설을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0년 동안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을 만났다. 그 전쟁의 자리에 대해, 한 젊은 콜롬비아인이 왜 세상을 가로질러 그 전쟁에서 싸우게 됐는지에 대해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져왔다”고 덧붙였다.

콜롬비아는 중남미 유일한 한국전쟁 참전국으로, 바스케스는 ‘개구리들’이라는 단편소설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콜롬비아군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바스케스는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에도 하나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거의 모든 인생을 소설가로 살았는데, 어떻게 하면 우리가 평화를 이룰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글을 써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정치적 현실에 관해서는 오랜 기간 굳어진 정치적 폭력과 마약 문제가 뿌리 깊게 얽힌 점을 언급하며 “콜롬비아에서는 결코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소설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특별상을 받은 서수진 작가(44)도 참석했다. 서수진은 지난해 대리모 문제를 다룬 소설 <엄마가 아니어도>로 주목받았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고(故) 이호철(1932~2016) 작가의 문학과 통일 염원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7년 서울 은평구가 제정했다. 시상식은 이달 18일 은평구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같은 날 수상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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