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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소버린 AI, 미중 패권 틈새서 부상하는 '국가 인프라 경쟁'

인공지능(AI) 경쟁의 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성능과 모델 중심으로 전개되던 경쟁이 데이터, 연산, 전력, 클라우드까지 포함하는 '인프라 경쟁'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소버린 AI(Sovereign...

소버린 AI, 미중 패권 틈새서 부상하는 '국가 인프라 경쟁'

[테크월드=김승기 기자] 인공지능(AI) 경쟁의 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성능과 모델 중심으로 전개되던 경쟁이 데이터, 연산, 전력, 클라우드까지 포함하는 ‘인프라 경쟁’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소버린 AI(Sovereign AI)’가 있다. 이는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 단위에서 통제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반으로 인식하는 개념이다. 데이터의 저장 위치, 연산 자원의 통제권, 서비스 운영 방식까지 자국의 법과 정책, 운영 체계 아래에서 관리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I 패권 경쟁 속에서 각국이 특정 국가나 빅테크 의존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 반도체, 클라우드까지 포함한 소버린 AI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산업과 안보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이러한 의존 자체가 리스크로 인식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AI는 기술이 아닌 주권…경쟁 기준 바뀐다

소버린 AI의 본질은 단순한 ‘자체 모델 보유’에 있지 않다. 데이터 주권과 운영 통제권을 동시에 확보하는 체계에 가깝다.

데이터가 어느 국가의 법과 규제 아래 놓이는지, 연산 인프라가 누구의 통제 아래 있는지, 그리고 AI 서비스가 어떤 조건에서 작동하는지가 모두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클라우드와 API 중심 구조에서 비롯됐다. 기업과 공공기관이 특정 플랫폼에 의존할수록 정책 변화나 서비스 제한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2024년 2월 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각국이 자국 데이터와 AI 역량을 바탕으로 한 소버린 AI를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놨다. 이는 AI를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국가 인프라로 바라보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발언으로 해석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역시 같은 행사에서 AI의 사회적 영향과 규제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부와 국제사회의 거버넌스 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AI 경쟁이 기술을 넘어 정책과 주권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럽·일본·중동, 서로 다른 방식의 ‘주권 전략’

유럽은 ‘통제 가능한 AI’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프랑스의 미스트랄 AI는 단순한 모델 개발을 넘어 기업과 정부가 자체 환경에서 AI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오픈웨이트 기반 모델을 제공하면서 온프레미스 배치, 프라이빗 클라우드, 전용 컴퓨트 환경까지 지원하는 형태로 확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유럽 내에서 설계·운영되는 AI 스택’ 구축을 지향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산업 중심 접근을 취하고 있다. 사카나 AI는 도쿄를 기반으로 한 AI 연구개발 기업으로 일본의 언어와 산업 환경에 맞는 AI 기술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권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협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정부 지원 프로그램 참여와 연구개발을 병행하며 산업 적용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범용 플랫폼 경쟁보다는 자국 산업에 AI를 깊게 통합하는 ‘내재화 전략’에 가깝다.

중동은 인프라 중심 전략을 가장 빠르게 실행하고 있다. UAE의 G42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AI 모델, 산업별 솔루션을 아우르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기술 그룹이다.

특히 ‘디지털 엠버시(Digital Embassy)’ 개념을 통해 데이터와 시스템을 자국의 법적 통제 아래 두면서도 AI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제시하며 소버린 AI를 기술을 넘어 법적·운영적 모델로 확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휴메인은 국부펀드를 기반으로 설립된 AI 기업으로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생성형 AI 모델, 애플리케이션을 통합한 AI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력과 연산 인프라 확보를 핵심 축으로 삼아 AI 서비스를 확장하는 구조로 국가 단위 AI 인프라를 산업 전략과 연결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데이터 주권 확보가 핵심…한국도 선택의 시간

소버린 AI 경쟁은 ‘누가 더 좋은 모델을 만들었는가’보다 ‘누가 데이터를 통제하고 어디에서 AI가 작동하는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 단체 사진.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특히 공공데이터는 이 경쟁에서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국가가 보유한 행정·산업 데이터는 AI 고도화의 기반이자 외부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전략적 자원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공공데이터 개방과 활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 AI 인프라와 서비스 구조는 글로벌 클라우드와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최근 정부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AI 모델과 국내 인프라 기반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와 공공 특화 대규모언어모델(LLM) 구축 논의가 맞물리며 데이터와 인프라를 자국 통제 아래 두려는 움직임이 점차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AI 경쟁이 기술에서 주권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이 데이터와 연산 인프라, 서비스 운영까지 포함한 통제 구조를 어디까지 자국 내에서 확보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모델 개발을 넘어 실제 운영 환경까지 포함한 전략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버린 AI는 산업과 안보를 아우르는 국가 인프라 경쟁의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결국 경쟁의 본질은 ‘모델 성능’이 아니라 ‘데이터와 인프라를 누가 통제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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