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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세상을 보며] 부쩍 늘어난 중동에 대한 문해력 - 이상규(산청거창함양...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 이스라엘의 기술 산업과 한국 반도체 공급망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며 중동이 우리 경제와 얼마나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지 체감하게 된 것이다. 극단주의 무장단체와...

[세상을 보며] 부쩍 늘어난 중동에 대한 문해력 - 이상규(산청거창함양...

오랫동안 한국인들에게 중동은 그 거리만큼이나 먼 나라였다. 중동 건설 붐을 타고 일확천금을 꿈꾸던 아버지 세대의 향수나 석유를 수출하는 부유한 왕정 국가들, 때때로 뉴스 속보를 장식하는 테러 소식 정도가 중동에 대한 인식의 전부였다. 그러나 최근 발발한 중동 전쟁은 한국 사회에 뜻밖의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한국인들의 중동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국민들은 매일 전해오는 전쟁 소식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중동의 역사와 종교, 지정학적 맥락을 파헤치는 능동적인 학습자가 되었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주식 열풍’과 유튜브를 통한 다양한 정보가 한몫했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는 서구 열강이 그어 놓은 인위적인 국경선의 비극과 이슬람 종파 간의 갈등까지 이해하게 됐다. 이른바 ‘중동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겠다.

과거에는 중동 분쟁을 심심하면 발생하는 ‘종교 싸움’으로 치부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 국민들은 1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과 프랑스가 맺은 ‘사이크스-피코 협정(Sykes-Picot Agreement)’이 어떻게 민족과 종교의 정체성을 무시한 채 중동의 국경선을 난도질했는지 알게 됐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에게 중동 정세는 곧 내 자산의 가치를 결정하는 변수가 됐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 이스라엘의 기술 산업과 한국 반도체 공급망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며 중동이 우리 경제와 얼마나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지 체감하게 된 것이다.

극단주의 무장단체와 동일시되던 이슬람교에 대해서도 보다 너그러운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고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막연한 공포감으로 대하던 중동을 또 다른 문화적 주체로 바라보게 됐다.

반면 이러한 현상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중동의 재발견이 대부분 주식 투자라는 프레임을 통해 이루어지다 보니 현지인들이 겪는 죽음과 고통이 단순히 ‘시장 변동성’이나 ‘리스크 지표’로 환산되는 경향이 있다. 미사일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계좌의 수익률을 먼저 계산하는 냉소주의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

유튜브와 SNS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 중에는 자극적인 가짜 뉴스와 특정 국가에 편향된 시각이 섞여 있다. 복잡한 중동의 문제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재단하거나 극단적인 음모론에 빠져드는 사례가 늘어나는 점은 우려된다. 돈이 되는 정보에만 집중하다 보면 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거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 때 중동에 대한 관심 또한 식어버릴 수 있다.

이번 ‘중동의 재발견’은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중동의 국경선은 과거 유럽 열강에 의해 직선으로 그어져 있지만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역사는 산과 강, 문화와 종교, 인종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리가 알게 된 ‘사이크스-피코 협정’의 모순이나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사는 주식 시장을 해석하기 위한 도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강대국의 이권 다툼에 희생된 한 지역의 비극을 공감하고, 세계 시민으로서 전쟁 없는 평화를 지지하는 바탕이 되어야 한다.

중동은 더 이상 미지의 땅이 아니다. 그곳의 안정은 곧 한국의 일상 생활과 직결되며, 그곳의 평화는 세계 안보의 척도다. 이번 기회에 얻은 지식의 깊이가 경제적 실리를 넘어 중동이라는 거대한 문명을 존중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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