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용 그래비티벤처스 대표 인터뷰
언론사, 증권사, 대기업 거쳐 ‘창업가 뒤의 창업가’ 되겠다며 2016년 창업
중도에 창업가 실패하더라도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더 투자하고 방향 제시
재무적 투자 치중 다른 VC와 달리 글로벌 진출 파트너로, 4번까지 지속 투자
세상과 시장의 틀을 바꿀만한 벤처스타트업 원팀 돼 글로벌 기업으로 밀어줘
60개 이상 기업에 1100억 원대 투자, 5건의 IPO 중 2곳 유니콘, 3건 M&A
혁신 생태계 활성화하려면 M&A 활성화 & 네거티브 규제 체계 전환 희망
정주용 그래비티벤처스 대표가 “산업의 지형도와 세상을 바꿀만한 창업자와는 끝까지 함께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비티벤처스
올해 잠재성장률이 1%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려면 벤처·스타트업 활성화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벤처 투자자들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등과 달리 재무적 투자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단기 과실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투자한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것은 물론 설령 중도에 상장 등에 실패하더라도 비난 보다는 추가 투자에 나서는 벤처캐피탈(VC)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정주용 그래비티벤처스 각자대표(이사회 의장)는 2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만큼이나 용감하고 열정으로 가득찬 ‘창업가 뒤의 창업가’가 되겠다”며 “세상과 시장의 틀을 바꿀만한 벤처·스타트업은 끝까지 믿고 한 배를 타 글로벌 기업으로 밀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오마이뉴스 기자를 거쳐 신영증권에서 기업 공개(IPO), SK E&S에서 해외 투자 업무를 각각 한 뒤 SV인베스트먼트 심사역으로 활동했다. 그래비티벤처스는 현재 60개 이상 벤처·스타트업에 1100억 원대를 투자해 5곳과 3곳의 기업 공개(IPO) 및 인수합병(M&A) 실적을 갖고 있다.
그는 ‘불확실성과의 싸움’인 스타트업 투자에서 성공만을 쫓기보다 ‘치명적인 실패를 피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고 했다.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고 글로벌 확장성이 있는지, 창업가의 문제 해결 능력은 얼마나 되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그는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시장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꾸는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며 “창업가가 소소한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하게 도전하도록 지원하는 용감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주용 그래비티벤처스 대표가 투자 스타트업들의 로고 앞에서 ‘그래비티벤처스의 원칙’이라는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특히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지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70%로 높였다며 “원석을 발굴해 보석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번 투자하면 거의 4번까지 투자하는데다 동남아와 유럽 등의 시장을 연결해 글로벌 유니콘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모태펀드에서 자금을 지원받게 되고 스케일업 팁스(민간 주도형 정부 지원 창업 프로그램) 운용사 자격까지 얻었다”며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면서 3년 내 자체 상장도 꾀하는 윈윈 구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그가 창업 초기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그는 2016년 ‘혁신 기술을 세계와 연결하면 엄청난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투자사를 차렸지만 경험 부족으로 처음 3년간 아예 펀드를 만들지 못할 정도로 고전했다. 결국 채무에 시달리며 직원들과도 이별해야 했으나 다행히 투자했던 한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등극하며 투자 회수(엑시트)에 성공했다. 그는 “현재 김샛별 각자대표와 류재언 전략이사가 당시 저와 어려운 시기를 같이 견뎠다”며 “그 때 ‘끈기와 열정을 갖고 먼저 도망가지 않는 창업가라면 누구보다 끝까지 함께 하자’고 다짐했다”고 털어놨다.
최고의 혁신가인 일론 머스크도 스페이스X를 창업한 뒤 2008년 네 번째 발사만에 성공했듯이 실패는 당연한 과정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밑줄을 그으며 외우다시피 했다는 워런 버핏과 일론 머스크,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책을 꺼낸 뒤 “늘상 ‘위대한 인물이 역사를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호기심을 품었다. 혁신 창업가와 손잡고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그는 그랜드 비전은 물론 끈기와 열정을 갖고 고통의 순간에도 숨지 않고 당당히 약점마저 털어놓고 상의하는 통 큰 창업가를 좋아한다. 그가 요즘 코스닥 시장에서 핫한 글로벌 AI 재생 의료 퍼스트무버인 로킷헬스케어의 유석환 회장 등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2021년 이 회사에 첫 투자할 때 많은 이들이 ‘과연 세계 최초가 되겠느냐’며 의심했지만 인도의 임상 데이터 40건을 직접 확인한 뒤 성공을 확신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로킷이 2023년 상장에 실패하고 누적 손실도 수백 억 원이나 됐지만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네 차례나 총 120억 원을 투자했다”며 “‘혁신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으로 같이 버티면서 이탈리아·동남아 등의 파트너를 연결했다”고 술회했다. 이 과정에서 힘든 시간을 견디며 쌓이는 ‘신뢰의 복리’를 믿게 됐고 남들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현장에서 답을 찾게 됐다. 도축 로봇 기업인 로보스, 심전도 웨어러블사인 에이티센스 같은 유망주를 많이 발굴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정주용 그래비티벤처스 대표가 투자 스타트업의 로고 앞에서 ‘그래비티벤처스의 원칙’이라는 책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정 대표는 벤처·스타트업 시장을 민간과 정부의 ‘2인 3각’ 경기에 비유하면서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한 드라이브를 촉구했다. 전 정부 당시 얼어붙었던 투자 생태계가 바닥을 지나 일부 회복 추세이나 아직 구조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 하고 있다며 ‘시장의 혁신 메커니즘’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현 정부의 벤처 투자 확대, 상법 개정, 코스닥 시장 옥석 가리기를 높이 평가하지만 차제에 벤처와 코스닥 시장의 환골탈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형 IPO 성공 사례들을 많이 만들고 무엇보다 M&A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우선 첨단산업 분야만이라도 미국식 네거티브 방식으로 금지된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게 규제 체계를 대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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