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넷플릭스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한 수천억대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며 현행 방식으로의 과세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법원은 넷플릭스코리아에 부과된 법인세 762억원 가운데 687억원의 부과 처분을 취소했다. 국세청 최정예 조사요원으로 꼽히며 비정기(특별)조사를 담당하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됐지만 결론은 핵심 쟁점에서 패소하며 완패했다.
넷플릭스는 미국 외 지역은 네덜란드 법인인 NIBV(Netflix International B.V., 이하 NIBV)가 본부 역할을 한다. 넷플릭스코리아는 NIBV에 서비스를 유통·배포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수수료를 지급해 왔다.
이 수수료가 NIBV의 사업소득이라며 국내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원천징수하지 않았고, 넷플릭스 전용 캐시장치인 OCA 74대를 구입해 자산이 아닌 소모품비로 전액 손금 처리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년 넷플릭스코리아에 대한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해 이듬해 약 800억원의 법인세 등을 부과했다. 넷플릭스코리아가 거액의 매출을 올리고도 대부분을 네덜란드에 수수료를 지급한다며 세금을 적게 냈는데, 이 수수료가 ‘사업소득’인지 ‘저작권 사용료’인지가 쟁점이 됐다. 소득 구분이 어느 쪽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해당 소득에 대한 과세권이 어느 국가에 귀속되는지가 결정된다.
이후 넷플릭스코리아는 조세심판원에서 일부 금액을 감경받은 뒤 남은 부과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넷플릭스가 법원에 취소를 구한 세액은 762억원이다. 법원은 지난달 28일 1심 선고에서 ‘저작권 사용료가 아니다’라는 넷플릭스의 핵심 논리를 인용하며 687억원 취소를 인정해 사실상 넷플릭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소송은 국내 최대의 법무법인인 김앤장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코리아 측은 NIBV가 콘텐츠 전송 과정을 주관했고 넷플릭스코리아는 한국 OCA를 관리했을 뿐이라며 넷플릭스코리아가 NIBV에 보낸 금액은 사업소득이지 저작권 사용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업소득은 이윤을 창출한 국가 내에 ‘고정사업장’을 두지 않는 한 과세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NIBV가 한국 내에 고정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네덜란드가 과세권을 갖게 된다.
이처럼 막대한 수익이 발생해도 세금이 기형적으로 낮아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은 넷플릭스코리아의 사례뿐만이 아니다.
구글코리아도 국세청으로부터 1540억원에 달하는 법인세를 추징당했지만 불복을 통해 지난해 1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구글코리아의 핵심도 넷플릭스코리아와 유사한 케이스다.
국세청은 한국 플레이스토어 등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수익을 구글코리아가 창출한 것으로 보고 과세하려 했지만 구글 측은 한국 법인은 단순한 마케팅 지원 조직에 불과하며 광고 시스템 알고리즘 운영과 계약 체결의 핵심 주체는 싱가포르 본사(구글아시아태평양)라고 주장하며 과세를 피해갔다.
이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논의가 시작된 것이 디지털세다. 기업의 물리적 사업장 여부와 관계없이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에 과세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다만 디지털세 도입에 대한 논의는 여러 국가의 이해가 얽힌 만큼 도입 자체는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구글이나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국내에는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국내에서 수익 활동을 하고 있다. 조세조약상 과세가 불가한 사업소득이 맞다는 판결이 잇따르며 국세청에서는 과세 논리를 세우는 것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세청이 패소한다는 것은 단순히 거둬야 할 세금을 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수백, 수천억에 달하는 세금을 거둔 만큼 패소할 경우 기업에게 돌려줘야 할 세금은 이자가 붙어 더욱 늘어나게 된다. 또한 국세청이 소송 대응을 위해 지출하고 있는 거액의 변호사 선임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전가격세제를 통해 적정한 세부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해외법인이 국내에 실질적인 사업장을 두고 있는지 면밀히 추적해 고정사업장 간주 규정을 적용하는 등 과세권 행사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국회에서 과세망을 더욱 촘촘하게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이뤄내야 하는 것도 과세관청의 숙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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