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세금 그물이 해외 자산까지 넓어지자 중국 부유층이 아예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여권을 얻으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투자이민 업체 세이버리앤드파트너스는 지난 7월 이후 중국 고객 문의가 33% 늘었다고 밝혔다. 글로벌시티즌솔루션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40% 증가했고, 이 업체가 집계한 지역 중 카리브해에 대한 중국발 문의가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중국은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아 외국 국적을 얻으려면 중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계기는 7월 중국 당국이 해외 신탁에서 나온 소득과 이익에 20%의 세금을 매기기로 한 조치다.
싱가포르 법무법인 베이프런트로의 라이언 린 이사는 7월 이후 국적 포기를 고민하는 부유층이 늘었고, 예전에는 가능성을 따져 보는 정도였던 고객이 이제는 구체적인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다만 이 증가율은 업체 자체 집계이고 실제 국적 포기 건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카리브해는 6개월 안팎, 유럽은 거주권부터…국적 포기해도 세금은 그대로
시민권을 노리는 이들이 카리브해를 택하는 것은 속도 때문이다. 안티가바부다 같은 나라는 일정 금액을 투자하거나 기부하면 시민권을 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은 거주 요건을 채운 뒤 귀화를 신청해야 하지만 카리브해는 빠르면 6개월 안에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파로캐피털 공동창업자의 설명이다.
이민 컨설팅업체 아톤캐피털의 아르망 아톤 최고경영자는 국적을 포기하기 어려운 고액 자산가에게는 다른 나라의 거주권이나 장기 비자를 모으는 방식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포르투갈의 ‘골든비자’처럼 장기적으로 시민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가 인기라는 설명이다.
일부 가족은 카리브해 시민권과 싱가포르 영주권을 함께 추진하고 정부 승인을 전제로 싱가포르 시민권까지 노린다. 이런 프로그램의 매력은 영구 이주보다 이동의 자유와 국제적 거점 확보에 있다고 아톤 CEO는 덧붙였다. 다만 중국 국적을 포기한다고 이미 발생한 세금 책임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금 그물 어디까지…“첫걸음일 수 있다”
중국 당국의 해외 자산 과세는 올해 속도를 냈다. CNBC에 따르면 5월 이후 홍콩 은행과 증권사들이 본토 고객의 해외 주식 투자를 제한했고, 7월에는 해외 신탁 소득에 20% 세금을 부과해 부유층이 재산 보호와 승계에 써 온 통로를 막았다.
해외에서 번 보험 소득과 급여에도 과세가 시작됐다는 보도가 있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이런 조치가 국경 간 자산 감독을 강화하려는 정부 목표의 첫걸음일 수 있다며 해외 투자와 근로소득, 장기적으로는 상속·증여세까지 과세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라시아그룹 중국 담당 이사는 단속 강화가 자본을 국내에 묶어 두고 기술 혁신 자금줄인 자본시장을 키우려는 정부 노력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부유층의 자산 이동도 잇따른다. 일부는 싱가포르와 홍콩에 두었던 자산을 미국 은행 계좌로 옮기고 있는데, 홍콩 법률가는 미국이 공통보고기준(CRS) 정보 교환에 참여하지 않아 중국 과세 당국의 감시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분석에서는 지난해 중국의 자본 순유출이 약 7800억달러로 2015년 고점(약 6300억달러)을 넘었다.
중국 부유층의 해외 자산 과세는 소비에도 번지고 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지난 12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중국 부유층의 해외 신탁 과세 강화가 소비 심리에 타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자산을 지키려고 국적까지 바꾸려는 부유층이 늘면서 중국의 자본 유출과 명품 소비 위축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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