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내 임대주택(전세 낀 매물)을 매수한 경우 실거주 의무 유예 기한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전월세난이 심화하자 5월 실거주 유예 조치를 내놓은 지 4개월 만에 다시 손질에 나선 것이다. 실거주 의무 유예로 인해 세입자가 낀 주택의 거래에 숨통이 트이고 매물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토지거래허가제의 실거주 원칙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국토교통부는 5월 발표한 실거주 유예조치 신청 기한을 기존 올해 12월 31일에서 내년 12월 31일로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5월 토허구역에서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무주택자가 매수할 경우 임대차 최초 계약 종료일까지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올 연말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을 마친 경우로 제한했는데 이를 내년 말까지 연장했다. 유예 인정 기간도 현재 임대차 계약에서 갱신계약 기간까지 확대했다.
이번 추가 연장은 8·3 세제개편안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완화,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 아파트 세제 혜택 단계적 폐지 등 단기적으로 주택 매도를 유도하는 방안이 포함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거래신고법 개정안을 이달 18일 입법예고를 거쳐 내달 1일 시행할 예정이다. 갱신 계약을 활용하려면 실거주 유예 신청 전 갱신 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이 경우 시행일부터 최장 3년 3개월까지 입주가 유예될 수 있다. 다만 매수자는 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을 유지한 사람이어야 하며 입주 후 2년 거주 의무는 그대로 적용된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의 제안을 반영한 결과다. 권 정책위의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확대 조치가 연말까지만 신청 가능해 세제 개편안에 따라 내년에 주택을 매도하고자 하는 경우엔 신청이 불가능하다”며 실거주 유예 연장과 임대차 계약 갱신 허용을 요청했다. 여당의 최근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따른 ‘부동산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 보완책이 얼어붙은 전월세 시장에 일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세제 개편에 따라 내년에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 임대사업자들의 매도 물량이 집중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번 실거주 유예 조치가 ‘세 낀 매물’의 원활한 거래를 유도할 것”이라며 “매매 매물이 부족한 현 시장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일 수 있게 됐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다만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정책이니만큼 전월세 매물 동반 감소 효과를 낼 수 있어 전월세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짚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전세 낀 매물 거래에 세입자 퇴거 확약서가 필수적이라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갈등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갱신 계약까지 허용한다는 점에는 긍정적”이라면서 “대출 규제가 강력한 탓에 거래가 위축돼 있지만 전세 낀 매물 거래를 열어준다는 것은 거래 활성화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잦은 수정·보완이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실거주 의무 원칙도 훼손되고 있다는 점에서 토허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토허구역으로 묶인 뒤 매물 잠김과 임차인 불편이 불거지자 정부는 올 2월 다주택자 매도 주택에 한해 실거주 예외를 허용했다. 형평성 논란에 5월에는 비거주 1주택자의 주택을 포함해 유예 대상 확대했고 이번에 다시 신청 기한과 인정 범위를 넓히면서 설거주 목적 거래만 허용하는 토허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분석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당초 실거주 의무 등의 정책을 만들 때 전월세난 같은 부작용도 예상했어야 하는데 일단 정책을 내놓고 문제가 발생하니 보완책이 계속 나오는 식”이라며 “유예를 계속 늘리면 신뢰를 주지도 못할 뿐더러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 일관성은 유지되고 있지만 잦은 수정·보완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던 정책이라는 점을 방증한다”면서 “임대주택을 매물로 내놓으라는 정책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임대 물량을 유지해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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