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출처=연합]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에도 제한적인 배당 정책을 유지하면서 주주환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예정된 가운데 배당은 정체되며 투자자 불만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52조5763억원, 영업이익은 37조6103억원, 순이익은 40조345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8%, 영업이익은 405%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매출 50조1046억원, 영업이익 34조8753억원)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다만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정책은 실적 증가 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2일 2657억6000만원 규모의 분기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1주당 배당금은 375원 수준이다.
문제는 주가 상승과의 괴리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120만원대를 돌파하며 지난해 1분기(15만~20만원대) 대비 약 6배 상승했지만, 배당금은 동일한 수준에 머물렀다. 22일 종가(122만3000원) 기준 배당수익률은 0.0307%로,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하락했다.
이익은 급증했지만 배당금은 묶이면서 배당성향 역시 시장 평균 대비 낮아졌다. 4월 기준 코스피 현금배당 실시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약 39.83% 수준인 반면, SK하이닉스의 1분기 배당성향은 0.66%에 그쳤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로, 기업의 주주환원 수준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통상적으로 높을수록 주주친화적인 기업으로 평가된다.
◆성과급 확대·임원 보수 증가..."주주와의 괴리"
SK하이닉스 이천공장의 모습. [출처=SK하이닉스]
배당이 정체된 가운데 내부 보상은 큰 폭으로 확대되며 주주 불만을 키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초과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성과급 지급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올해 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은 약 6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보상 구조는 채용 시장에서도 이례적인 현상을 낳고 있다. 이른바 '하닉고시'로 불릴 만큼 지원 경쟁이 과열되는 한편, 고등학교·전문대 졸업자 대상 채용 확대 과정에서 학력을 의도적으로 낮춰 기재하는 '역학력'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임원 보수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총 47억50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으며, 이 중 상여금은 12억5000만원이다. 2024년 급여 25억원만 수령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두 배 증가한 수준이다.
곽노정 대표이사 역시 지난해 상여 26억9500만원을 포함해 총 42억3900만원을 수령하며, 전년(19억8600만원)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내부 보상 확대가 주주환원 정책과 격차를 보이며 투자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쟁사 대비 뒤처진 환원 정책...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최태원 SK그룹 회장. [출처=연합]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정책은 주요 기업들의 배당 확대 흐름과도 대비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배당으로 주당 566원을 지급했다. 이는 기존 분기 배당금 361원에 5년 만에 실시된 특별배당 205원이 더해진 수준이다.
기아 역시 2021년 이후 5년 연속 배당을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 주당 배당금은 6800원으로 2021년(1000원) 대비 6.8배 증가했다. 주가 상승률이 SK하이닉스보다 낮음에도 배당 확대 폭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보다 명확한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적극적인 정책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재차 부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배당 확대 및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를 반영하듯 SK하이닉스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연내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배당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포함한 다양한 환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실적 성장에 연동해 주주환원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