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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 이야기 창작의 출발점, 상상력

올초에 학생들에게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참고하여 체육 시간에 겪은 일에 약간의 상상을 더해서 이야기를 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게 되겠어? 하던 그 막연하고 막막한 일이 어찌어찌 실현이 되어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이 이야기를 써냈고 계속 쓰고 있습니다.

[선생님 글] 이야기 창작의 출발점, 상상력

올초에 학생들에게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참고하여 체육 시간에 겪은 일에 약간의 상상을 더해서 이야기를 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게 되겠어? 하던 그 막연하고 막막한 일이 어찌어찌 실현이 되어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이 이야기를 써냈고 계속 쓰고 있습니다. 사실만을 전하면 역시 어떤 낭중지추의 학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상을 해보라 했더니 자신이 공이라면 어떨까 하고 상상했습니다. 내가 공이 된다면 아이들이 매일 던지고 차서 아플 수는 있겠지만 공 하나 어떻게든 만져보겠다고 죽도록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나만 바라봐주니 행복할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주제는 공을 좋아하는 마음과 공을 만지고 싶어하는 마음입니다. 그럴 듯 했습니다. 물론 아직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썼다는 자체가 중요한 것입니다. 잘 썼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썼다는 것, 세상에 없던 것이 만들어져 생겼다는 것, 그것이 전부입니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처음으로 해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것이 효시가 되어 아이들이 너도나도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셔틀콕이다’라는 조금은 위험한 표절 비스무리한 것도 생겼지만 배우는 과정에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허용했습니다.

어쨌든 체육이 상상을 만나 이야기가 되는 것이 ‘백문이 불여일견’이 되자 이야기가 되는 것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음악 줄넘기를 배우는데 이단 뛰기가 어렵다는 이야기, 앞구르기를 쇠똥구리처럼 했다는 이야기, 다소 생소한 뉴스포츠인 피클볼을 처음 배우는 소감 등 눈에 보이는 작품들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 쓰기에 자신감이 붙으니 역시 별게 다 이야기가 되기 시작합니다. 체육대회가 싫어서 타임머신을 타고 도망가는 이야기가 나오지를 않나, 아예 조선시대로 가서 모험을 하는 역사 판타지물도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열댓 명 학생들이 상상의 고삐가 풀리는 순간, 정말 상상도 못하던 것들이 쏟아집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들이 정말 소중한 상상의 결과물이고, 그것이 그냥 상상으로 끝나지 않고 엄연히 종이에 글자로 남은 이야기글이 되었다는 것을 정말 소중히 여기고 그 자체를 높이 사고 싶습니다.

예전에 박방희 시인이 ‘상상력이 우주를 창조한다’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 말대로 아이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었더니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상상에는 한계가 없고 상상의 힘으로 글쓰기에 동력을 가져왔습니다. 모두가 뛰어나고 작품성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썼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 것도 안 쓸 때 우리는 이것을 썼으니까요. 교사는 그것을 쓸 수 있게 해주었고 아이들은 교사를 따라 그것을 썼으니 바람직한 사제동행인 것 같고, 쉽지 않은 이야기 쓰기를 성공시켰으니 성취감도 작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쓰려면 상상력이 필요한데 상상은 막연하게 그냥 상상을 해보라 하는 것으로 잘 되지 않습니다. 상상이 이야기로 만들어지려면 적절한 구체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내가 무엇이라면’을 상상의 예시로 안내해주었습니다. 내가 공이라면, 내가 매트라면, 내가 야구방망이라면 등을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그러면 물활론적 사고가 되면서 사람이 아닌 사물에 감정을 실을 수 있게 됩니다. 일단 내가 사람이 아니라 사물이 된 것을 한번 상상해 보면 상상의 범위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평소에 그 사물과 연관된 행동을 떠올려 내가 그것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마음일까 같은 구체적인 내용이 만들어집니다. 사물이 된 상상을 한 아이들은 사물의 마음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카프카의 ‘변신’도 그런 방식과 비슷합니다. 사람이 어느 순간 갑자기 거대한 벌레가 되었다는 상상도 얼핏 보면 허무맹랑하지만 ‘내기 벌레가 된다면’을 상상하면 얼마든지 구체적으로 내용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학생들이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상상의 단초를 하나 제공해준 것만으로 안한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 교사로서 무척 뿌듯했습니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 책을 낼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부지런히 해오던 상상을 좀더 정교화하고 더욱 재미있게 다듬어 독자에게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를 생각하고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글을 쓰겠다는 의지는 글의 수준을 끌어올립니다. 그런 것이 작가주의의 예술혼입니다. 그 출발은 ‘내가 무엇이라면’의 지극히 사소하고 미약한 것이었습니다. 그 끝이 창대하길 바란다면 욕심일까요?

대구월배초등학교 교사 김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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