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서울대 정치경제철학 연합전공 10주년…주병기 "플랫폼 착취 막아야"

11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정치경제철학 전공창설 1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신동열 공정위 사무처장이 발표하고 있다. 최영총 기자.

서울대 정치경제철학 연합전공 10주년…주병기 "플랫폼 착취 막아야"

11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정치경제철학 전공창설 1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신동열 공정위 사무처장이 발표하고 있다. 최영총 기자.

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 민주주의 위기 등 한 학문 분야만으로 해법을 찾기 어려운 사회 문제를 정치·경제·철학의 관점에서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서울대에서 마련됐다. 이날 연사로 참여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플랫폼의 과도한 이용자 착취는 이용자 생태계의 혁신을 가로막는다”며 거대 플랫폼의 시장력 남용을 규율하는 것이 경쟁당국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인문대는 11일 오후 관악캠퍼스 중앙도서관 관정관 양두석홀에서 정치경제철학 연합전공 창설 1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정치경제철학 연합전공은 정치학과 경제학, 철학을 결합해 복잡한 사회 문제를 여러 학문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융합전공으로, 2016년 출범했다.

이날 1부에서는 주 위원장과 안도경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현섭 철학과 교수가 각각 ‘에너지-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경제와 윤리’, ‘자유헌정민주주의의 쟁점들’, ‘인공지능과 일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출신인 주 위원장은 국회 일정으로 현장에 참석하지 못해 영상으로 발표를 대신했다.

주 위원장은 AI·디지털 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경제력 집중과 부의 편중이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규율할 윤리와 제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수 빅테크 자본을 중심으로 경제적 강제에 의한 ‘착취적 경제’가 강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구글·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는 검색에서 선택과 거래로 이어지는 이용자의 의사결정 과정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이용자가 늘수록 서비스 가치가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신규 경쟁자의 진입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이를 남용하는 착취적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현재 공정위를 비롯한 각국 경쟁당국이 직면한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플랫폼 규제가 혁신을 지체시킨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시장의 성장 단계에 따라 달리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 위원장은 “혁신적 창업과 성장 단계의 플랫폼 규제에 대해서는 적절한 비판”이라면서도 “충분히 성장한 플랫폼에 대해서는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아주 위험한 주장”이라고 했다. 이어 “플랫폼의 과도한 이용자 착취는 이용자 생태계의 혁신을 가로막는다”며 시장력 남용을 차단해 입점업체와 제조업체의 상품 개발과 혁신이 활성화된다면 플랫폼 규제가 시장 전체의 혁신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동열 공정위 사무처장은 플랫폼과 AI 시대의 경쟁정책 과제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신 사무처장은 플랫폼 시장은 이용자가 한쪽으로 빠르게 쏠리고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소비자의 이동이 어려워져 독점이 빠르게 형성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와 네이버 등 플랫폼의 ‘자사우대’를 대표 사례로 들며 시장 지배적 플랫폼이 자사 상품을 검색 상단에 배치하면 경쟁 사업자의 소비자 접근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산업에서도 반도체·클라우드·파운데이션 모델·애플리케이션이 소수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 수직 통합되는 구조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고리즘 가격 결정과 개인별 가격 차별에 기존 경쟁법을 어떻게 적용할지도 향후 과제로 꼽았다.

안 교수는 민주·자유·법치가 서로 지탱하면서도 긴장하는 ‘자유헌정민주주의’를 21세기 민주주의를 분석하는 틀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AI가 일부 업무를 자동화하더라도 인간과 AI가 상호보완적으로 일하는 새로운 업무 방식을 적극 실험해야 생산성과 새로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2부에서는 오병권 자연과학대학장을 좌장으로 안지현 인문대학장, 신범식 사회과학대학장, 노유선 학부대학장이 참여해 변화하는 시대의 융합교육 방향을 논의했다.

이준정 서울대 교육부총장은 축사에서 "정치학과 경제학, 철학이 19세기 이후 각각 전문화되며 학문의 깊이는 더해졌지만 분야 간 소통은 약해지고 시야도 좁아졌다"며 "에너지와 AI, 민주주의처럼 현실의 복합적인 문제는 하나의 학문만으로 분석하고 해결하기 어렵다며 정치경제철학의 융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