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는 하락세…강북 14개구는 연간 상승률 작년의 2배
전월세 상승률 전년비 2~4배…“정부, 세입자 심각성 외면”
‘트리플 강세’ 성북구
1일 서울 성북구 서울성곽에서 바라본 아파트 숲의 모습. 성북구는 올해 들어 매매와 전세, 월세가 ‘트리플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집값 하락을 거론하며 “자산시장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으나 부동산 현실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남 3구 아파트값은 떨어졌지만 서울 전체로는 90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강북 등의 오름세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전셋값과 월세까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무주택자들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구체적인 전월세 안정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엑스에 ‘서울 전체 집값이 머지않은 시기에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의 기사를 공유하며 “자산시장 정상화를 향한 힘든 길에서 지금은 견디는 중.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알게 될 것입니다. 국민주권정부는 합니다!”라고 적었다.
이 대통령이 서울 집값 하락 가능성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30일 “주택가격이 폭락할 경우에 대비”하라고 말한 데 이어, 9월18일 기자회견에서도 “강남을 포함한 지역에 하락이 시작돼 계속 확산되고 있다”고 하는 등 집값 하향 전망을 거듭 내비쳤다.
하지만 서울 전체 흐름은 다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0월 넷째 주(26일 기준)까지 역대 최장 기간인 90주 연속 올랐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8.73%다.
집값 하락세는 강남 3구 중심으로만 나타난다. 8월 둘째 주부터 하락세로 전환한 강남구에 이어 서초·송파구도 최근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누적 기준 집값이 내린 곳은 강남구(-1.64%) 한 곳뿐이다. 강북 14개 구는 11.33% 올라 지난해 연간 상승률(5.77%)의 2배에 육박했다.
비강남권 상승세가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세입자 부담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 1~9월 8.21% 올랐다. 같은 기간 기준 2011년(11.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며, 지난해(1.88%)의 4배가 넘는다.
아파트 월세도 1~9월 7.69% 상승했다. 통계 작성 이후 최고였던 지난해 연간 상승률(3.94%)의 2배에 가깝다.
특히 외곽일수록 전월세난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강북 14개 구 전셋값은 9.83%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1.18%)의 8배를 넘었다. 성북(13.58%)·노원(12.95%) 등 5개 구는 10% 넘게 뛰었다.
전월세 불안은 내년에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022~2023년 고금리로 ‘역전세’가 이어지던 때 낮은 보증금으로 계약한 세입자들의 갱신 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내년 2~3월 이사철에 임차 수요까지 몰리면 전월세가 더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전월세 불안의 원인을 놓고 정부와 시장의 시각은 엇갈린다. 시장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도 전월세 공급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하지만, 정부는 주택 인허가와 착공 감소에 따른 공급 부족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서 실거주 중심 규제가 전월세난을 불렀다는 지적에 “규제가 없는 지방에서도 전월세 물건이 감소 중”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3년간 인허가와 착공이 줄어든 탓이라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정부가 전월세 부족이 심각하다는 걸 외면하는 것 같다”며 “그러니 전월세 얘기는 거의 안 하고, 매매가만 어떻게든 누르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비강남 등 전세 매물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매매로 전이되면서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며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실거주 의무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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