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강력한 소비자 팬덤을 무기로 내세웠다. 스냅드래곤의 브랜드 가치에 주목하며 그 기저에 흐르는 팬덤 인프라에 영악한 접근법을 보여 눈길을 끈다.
퀄컴은 20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서울에서 자사의 중장기 마케팅 비전과 플랫폼 확장 전략을 밝혔다.
스마트폰 두뇌를 제조하는 부품 기업이라는 과거의 이미지를 지우고 모바일과 자동차, 그리고 개인용 컴퓨터를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인공지능 생태계의 지배자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이 나왔다. B2B 중심의 기업이 B2C 감성 마케팅을 통해 엔비디아나 인텔 등 전통적인 반도체 거인들과 차별화된 생존 방식을 구축하겠다는 각오다.
무대에 오른 돈 맥과이어 퀄컴 총괄 부사장 겸 최고마케팅책임자는 한국 시장이 지닌 폭발적인 역동성과 문화적 파급력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돈 맥과이어 부사장은 "올해의 가장 큰 두 가지 행사를 위해 한국에 오게 되어 정말 기쁘다"면서 "첫 번째는 스냅드래곤 미디어 데이이고 제 개인적으로 두 번째는 BTS 투어"라고 했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아마 BTS가 조금 더 큰 행사이긴 할 것"이라 웃으면서 "스냅드래곤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은 한국에서도 높은 성과를 내고 있어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 말했다.
세계적인 문화 아이콘 BTS를 거론한 것은 기술의 딱딱함을 벗어던지고 대중의 일상에 스며드는 감성 브랜드로 진화하겠다는 퀄컴의 철학을 은연중에 내비친 대목이다. 하드웨어 스펙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사용자 중심의 서사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퀄컴이 제시한 브랜드 청사진에 시선이 집중된다. 그 근간은 치밀하고 입체적으로 설계된 브랜드 아키텍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기업 브랜드로서 퀄컴은 인간의 진보를 향한 엔지니어링을 상징한다"면서 "우리는 어디에서나 지능형 컴퓨팅을 제공하며 퀄컴 브랜드는 투자자, 정책 입안자, 비즈니스 파트너, 고객 생태계 등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끝에서 스냅드래곤 브랜드의 포지셔닝은 철저하게 개인화된 인공지능 경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우리의 스냅드래곤 포트폴리오는 자동차, 모바일, XR, 웨어러블, 게이밍, 오디오 기술 전반에 걸쳐 이른바 개인용 AI 영역으로 구성된다"면서 "드래곤윙 포트폴리오도 산업 전반과 기업에 디지털 혁신을 가져오며, 특정 산업 분야에 맞춤화된 수많은 제품과 솔루션을 대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산업용 카메라 및 연결성 솔루션뿐만 아니라 로보틱스 플랫폼도 포함된다. 심지어 데이터 센터 시장 진출을 위한 새로운 브랜드 출범 계획도 함께 예고하며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백엔드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영토 확장을 공식화했다.
전반적인 브랜드 전략은 확장의 연결로 확인됐다. 특정 제품군에서 확보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다른 이종 기기로 전이되는 후광 효과가 대표적이다.
돈 맥과이어 퀄컴 CMO. 사진=최진홍 기자
퀄컴의 경우 모바일 시장의 절대적인 지배력을 다양한 산업군으로 이식하는 핵심 전략이 가동된다. 과거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이 PC 시장을 평정했던 방식을 모바일과 인공지능 융합 시대로 가져와 스냅드래곤 생태계로 진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현재 스냅드래곤은 전 세계적으로 항상 35억대 이상의 기기를 구동하고 있다"면서 "퀄컴의 사용자 최우선 접근 방식은 스냅드래곤을 전 세계 안드로이드 소비자 선호도 1위로 만들었고, 이러한 브랜드 인지도와 브랜드 호감도는 우리가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에 진입할 때 훌륭한 후광 효과를 발휘한다"고 했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나아가 "스마트폰에서 우리 브랜드를 알고 있다면 자동차 분야에서도 우리를 선호할 확률이 약 9배 더 높다"면서 "스마트폰에서 우리 브랜드를 아는 사용자는 XR 글래스나 AR 글래스에서도 스냅드래곤을 9배 더 선호하고, PC에서 스냅드래곤을 선호할 확률 역시 9배 높으며 웨어러블에서는 무려 15배나 높다"고 했다.
애플이 자체 설계 반도체인 애플 실리콘 생태계로 고객을 가두는 락인 효과를 누리듯, 퀄컴 역시 스냅드래곤이라는 브랜드를 매개체로 안드로이드와 윈도우 진영 전반을 아우르는 거대한 동맹을 결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격전지이자 최신 기술의 글로벌 시험 무대로 평가받는 한국 시장에서 퀄컴이 거둔 성적표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는 평가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올해까지 제품 카테고리 전반에 걸친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는 55%에 달하고 특히 한국의 경우 68%의 브랜드 인지도를 달성했다"면서 "인도 78%와 중국 87%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브랜드 인지도 수치"라고 했다.
한국 소비자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충족시켰다는 사실은 곧 글로벌 하이엔드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는 지표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한국 소비자의 61%는 스냅드래곤이 프리미엄 안드로이드 폰을 다른 제품들보다 더 뛰어나게 만든다고 믿는다"면서 "70%는 스냅드래곤을 최첨단 프로세서로 인식하고 68%는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꼽았으며 67%는 프리미엄 성능을 제공한다고 응답했다"고 했다.
경쟁이 치열한 안드로이드 생태계 내부에서도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고 있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프리미엄 등급에서 46%의 선호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2위 브랜드보다 무려 6배 더 선호된다"면서 "한국에서는 2위 브랜드보다 프리미엄 성능 및 선호도 측면에서 27%나 더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고 했다.
브랜드 가치 폭등은 공신력 있는 시장 조사 기관의 객관적인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칸타 측정 결과 2025년 스냅드래곤이 상위 글로벌 기업 목록 중 38위로 리스트에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면서 "글로벌 상위 100대 브랜드 중 리스트 진입 속도로 보면 훌륭한 성과"라고 했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나아가 "퀄컴 브랜드 전체 역시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인터브랜드 글로벌 100대 브랜드 리스트 39위에 진입했다"면서 "인터브랜드 글로벌 100대 기업은 지난 20년 동안 S&P 500 및 나스닥 100 지수의 성과를 상회해 왔으며, 브랜드 가치가 비즈니스 가치를 견인한다는 훌륭한 증거"라고 했다.
스마트폰 내부에 탑재되는 보이지 않는 칩셋 상표가 전 세계 소비재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현상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기기 구매의 절대적인 기준을 프로세서 자체에 두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성공의 이면에는 대중의 열정을 자극하는 과감한 스포츠 마케팅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기술 중심의 차가운 이미지를 탈피해 대중문화의 한가운데로 직접 뛰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TV나 디지털 플랫폼 광고를 벗어나 우리가 브랜드를 구축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스포츠, 예술, 문화, 음악 등 삶에서 사랑하는 것들과 가족 친구들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 열정의 포인트에 스냅드래곤을 연결하고 파트너십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했다.
가장 돋보이는 사례가 영국 프리미어 리그 명문 구단과의 메인 스폰서십 체결이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세계적으로 11억명의 팬과 팔로워를 보유한 최대의 스포츠 브랜드며 이곳 한국에도 수많은 팬이 있다"면서 "파트너십을 통해 놀라운 지표와 핵심 성과를 달성했으며 브랜드 팬덤인 전 세계 수많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과 팔로워들이 스냅드래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마케팅 자본의 투입 이상으로 퀄컴이 주력하는 부분은 충성도 높은 소비자 군단의 자발적인 지지망 형성이다. 바로 팬덤이다.
무엇보다 퀄컴이 직접 운영하는 팬 커뮤니티 스냅드래곤 인사이더즈는 입소문 마케팅의 진원지이자 방어막 역할이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파트너십 외에도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육성하는 것은 브랜드 입지를 굳건히 하는 데 중요하다"면서 "스냅드래곤 인사이더즈 커뮤니티는 여러 소셜 플랫폼을 합쳐 전 세계적으로 2000만명 이상으로 강력하게 성장했다"고 했다.
국가를 이룰 수 있는 민족 단위 수준이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이 열렬한 글로벌 팬과 팔로워 커뮤니티는 스냅드래곤 기반 기기를 구매할 확률이 6배나 높으며, 실제 스냅드래곤을 친구나 가족에게 추천할 확률도 무려 7배 더 높다"면서 "연간 소비력은 약 25억달러에 달하며 자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도달 범위가 전 세계적으로 16억명에 이른다"고 했다. 여기에 다양하고 복합적인 전략이 가동되며 두터운 팬덤 전략을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중이다. 한국 시장의 인사이더즈 활동도 전 세계 커뮤니티 확장 전략의 최고 성공 사례로 꼽히며 퀄컴 내부에서도 화제라는 설명이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한국 인사이더즈 커뮤니티는 현재 유튜브 인스타그램, 전반에 걸쳐 34만명 규모로 성장했다"면서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만 약 50만건의 폭발적인 참여 반응이 있었을 만큼 활발한 커뮤니티"라고 했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나아가 "한국에서는 최근 리커그니션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스냅드래곤 인사이더즈 뷰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 중"이라면서 "리커그니션 프로그램 덕분에 단 두 달 만에 무려 3만건에 달하는 유의미한 인터랙션과 긍정적인 소셜 반응이 쏟아졌다"고 했다.
최근 퀄컴이 사활을 걸고 있는 인공지능 PC 시장 공략에 있어서도 현지 앰배서더들의 눈부신 활약이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우리의 PC 전담 앰배서더 프로그램의 경우 뛰어난 역량을 갖춘 14분의 앰배서더 분들이 열정적으로 활동 중"이라면서 "이분들은 이미 한국의 6대 핵심 플랫폼 전역에서 스냅드래곤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 395개에 달하는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셨고 이 콘텐츠들은 총 100만회가 훌쩍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퀄컴의 전방위적인 브랜드 혁신 행보를 두고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 경쟁이 더 이상 미세 공정이나 벤치마크 점수와 같은 1차원적인 하드웨어 수치에만 머물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관전 포인트로 해석한다.
소비자의 일상에 밀착해 감성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고 커뮤니티 생태계의 충성도를 결속시키는 소프트 파워가 미래 기술 패권을 좌우할 절대적인 변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맥과이어 부사장은 "초기 인지도부터 브랜드 선호도, 구매 결정 단계, 그리고 열정적인 브랜드 옹호에 이르기까지 스냅드래곤은 기술 부품의 틀을 깨고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진정한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그것이 스냅드래곤의 힘"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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